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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낫현 Dec 22. 2020

오직 사랑만을 남긴다면

닉 카사 베티스 감독의 영화 《노트북(2004)》

 *스포일러가 걱정된다면 영화 감상 후 글을 읽어주세요.


YouTube Xristina, The Notebook Soundtracks + Pictures

 넷플릭스​에는 명작이 많다. 이 영화도 그 중 하나다. 사랑은 사람을 속박할까 아니면 사람에게 자유를 선사할까. 많은 이들이 전자의 경우에 집중해서 생각한다.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삶에서 오직 사랑만을 남기는 행위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사랑과 자유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많은 장면이 아름다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마음이 가뭄이 온 것처럼 쫙쫙 갈라지고 타들어가는 상태라면 이 영화는 단비와 같을 것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 《노트북》이다.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지는 노아 주니어(라이언 고슬링 분)와 앨리 해밀턴(레이첼 맥 아담스 분). 서로 지독하게 싸우기도 하지만 격렬하게 사랑한다. 온실 속 화초처럼 부족함 없이 자라온 앨리와 거친 환경에서 자란 노아는 서로에게 깊이 빠져있다. 사랑을 나누고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을 둘. 그들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앨리의 부모님은 노아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노아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가 이유였다. 극심한 반대로 노아는 어쩔 수 없이 앨리의 곁을 떠나게 된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노아와 앨리가 다시 만나 함께하는 장면은 애틋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노아는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앨리에게 편지를 쓴다. 그러니 앨리의 엄마는 그 편지들을 모두 가로챈다. 앨리는 새로운 짝 론 하몬드(제임스 마스던 분)를 만나게 되고, 그와 약혼한다. 앨리와 함께하지 않는 노아는 점점 망가져간다. 착한 청년에서 비루한 아저씨로 외모도 180도 바뀌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물려준 돈으로 꿈이었던 저택 수리를 마치게 되는데, 이 저택의 소식이 신문에 실리면서 앨리가 노아의 소식을 듣게 된다. 둘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앨리는 약혼을 포기하고 노아에게 돌아간다.

노아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앨리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모든 것은 병원에서 한 할아버지가 아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이들은 나이 들어버린 노아와 앨리다. 아내가 치매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의 기억이 되살아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끝까지 옆에서 보살피며 둘만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진정한 사랑은 이렇듯 다른 것들을 제외하고 서로만을 남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둘은 삶에서 오직 서로만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노아가 앨리를 데리고 도로 위에 함께 누워 자유를 만끽했던 것처럼, 그들은 서로의 존재 덕분에 진정 원하는 모습으로 삶을 살아왔다. 앨리도 자신이 원하는 삶과 다른 사람의 필요에 맞추며 살아가는 삶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엔 노아의 곁으로 돌아왔다.

과거 취미였던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앨리의 모습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앨리는 노아의 저택에서 노아가 준비한 캔버스와 물감을 발견한다. 앨리가 잊고 살았던 취미를 노아는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덕분에 앨리는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어떤 속박도 없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 앨리의 모습은 자유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온 앨리 덕분에 노아는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더 이상 피폐한 삶은 지속되지 않았다. 서로가 있었기에 이 둘은 자신의 모습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항상 너의 마음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해.
그것은 너의 왼쪽(left)에 있을지라도 항상 옳기(right) 때문이야.
Always listen to your heart. Because even though it’s on your left side: it’s always right.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이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삶에 오직 사랑만을 남기는 것에 기어코 성공했을 때만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자유가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 이것은 낭만적인 이야기라기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사실에 가깝다. 인간은 불완전해서 깊은 애착관계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최상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애착관계를 가진 상대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오직 사랑만을 남기는 것은 최상의 상태에 도달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는 좋은 방법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들은 아름답다.

 노아와 앨리는 우여곡절 끝에 평생을 함께했다. 이 둘이 찾아낸 것은 사랑할 상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진실된 모습이기도 하다. 그건 삶에 ‘사랑만을’ 남길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직 사랑만을 남긴다면,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위대하고 행복한, 황홀한 일이지 않을까. 그 과정이 쉽다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겠지만, 수많은 제약과 장애물을 지나 끝끝내 그 상태에 도달했을 때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대답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을 통해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림처럼 그린 영화, 닉 카사 베티스 감독의 《노트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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