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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흐름이 중요했던 이유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나의 상황에 맞지 않았다.

by 헌낫현
타지에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던 나는 모든 것을 부딪치며 배워야 했다.


독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시간은 제한되어있었고, 하고 싶은 것은 꽤 많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회를 잡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적절한 시점에 기회를 잡지 않으면 같은 것을 위해 더 큰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어느 정도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중요했다. 지속적으로 일정한 현금 흐름을 만들 방법을 고민한 이유다.


여행 자금 마련이 가장 큰 동기였다. 나는 독일에서 지낼 동안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여행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끝나면 이 장점도 사라지는 것이니, 나는 ‘가능하면 당장,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을 원했다. 학생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수업이나 다른 요소들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현금 흐름이 중요했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나는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독일 석사 과정 지원을 생각하게 됐다. 학비와 생활비를 계산하니 지금부터 한 달에 110만 원 정도를 저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독일에서 생활하는 데만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이다. 길은 언제나 찾으면 보였다. 모든 것을 수익화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긴급한 상황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하게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겼다. 나도 모르는 보험료가 청구되는 일도 있었고, 여행 중에 모바일데이터를 잘못 신청하는 바람에 큰돈이 갑자기 나가는 때도 있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거주지에 들어가는 비용이었다. 여유 자금이 없으면 거주지 선택의 범위는 항상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나의 상황에 맞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희생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행을 갈 수도 없었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도 없었다. 회사원이 된다는 것은 내 일상을 그 조직에 맞추겠다는 약속과도 같았다. 제한된 시간 뒤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자유로운 상태에서 다양한 경험을 얻고 싶었다.


타지에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던 나는 모든 것을 부딪치며 배워야 했다. 해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경험한 뒤 하게 되는 생각은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느리지만 확실하게, 나에게 맞는 직업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사진작가, 통역사, 한국어 튜터로 일했다. 그렇게해서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희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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