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를 찾아서-1

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by 헌낫현
여행은 대부분의 불편함을 견딘 끝에
잠깐의 행복이 찾아오는,
삶과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의 한쪽 볼은 여전히 부어있었다. 이유는 몰랐다. 주변을 둘러봤다. 한국에는 치과가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의 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부어오르는 엄마 볼을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말이 안 통하는 낯선 곳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증상을 설명해낼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어쨌든 엄마와 나는 로마행 기차를 타야했다.


밀라노역에서 로마행 기차를 한참 기다렸다. 자유를 위해 온 여행. 무거운 짐은 내가 느끼는 자유의 정도를 줄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드니, 정말 서러운 하루였다. "기차역에 있지 말고 짐을 맡기고 역 근처에서 밥을 먹고 오자"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엄마가 말했다. 짐을 맡기고 레스토랑을 찾아 나섰다. 꽤 먼 거리를 걸어서 식사할 곳을 찾아냈다.


파스타와 리조또를 주문했다. 나는 부어오른 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서 치과를 가야 하나, 로마에 가서 치과를 찾아야 하나. 걱정이라는 것은 내 머릿속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엄마는 그걸 눈치챈 듯, 머릿속에서 입으로 튀어나오려는 걱정을 틀어막고 있는 표정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식이 나왔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매우 배고픈 상태였다.


허겁지겁 먹지는 않았다.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엄마와 대화하며 음식을 섭취했다. 밀라노역 근처에 치과가 하나 있는데, 기차를 타기 전에 들러보자고 말했다. 치과를 찾아내자, 파스타가 내 입으로 들어가는 속도는 빨라졌다. 덩달아 내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순간 엄마를 쳐다봤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왜 우냐고 물었다. 한동안 대답할 수 없었다.


여행은 감정의 연속이었다. 이 여행을 꿈꾸는 순간부터 감정은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흔히 여행에 가면 긍정적인 감정이 넘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행은 대부분의 불편함을 견딘 끝에 잠깐의 행복이 찾아오는, 삶과 비슷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과정 전체가 소중한 순간이라는 걸 깨닫는 건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가능한 것이었다.


밀라노역 근처 치과에 갔다. 서툰 영어로 증상을 설명한 뒤, 진료를 부탁했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번호표를 끊고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기차 출발 시각에 가까워졌다. 파스타를 더 빨리 입에 넣을걸. 마음에 걸렸다. 그때 나는 소와 비슷했다. 감정을 매 순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소. 그 되새김질은 엄마가 치료를 받을 때까지 이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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