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이탈리아 친쿼테레(Cinque Terre)를 들어보았는가?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코르닐리아, 베르나차, 몬테로소 5개(Cinque)의 마을(Terre)이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영화 같은 경관을 자랑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마을들을 감상하기 위해 몬테로소로 떠났다. 그래, 몬테로소로 떠났다. 그게 문제였다.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지중해 바다를 눈앞에서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엄마도 나도 기차 창밖을 보며 감탄사를 감출 수 없었다. 나는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지만 드넓은 바다는 사진에 온전히 담기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더 드넓고 아름다운 친퀘테레가 엄마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풍경 말이다.
한숨만 나왔다. 목적지를 잘못 골랐기 때문이다. 몬테로소는 해변이 유명한 곳이었다. 절벽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고요한 바닷가만 바라봐야 했다. 허탈했다. 지중해 바다의 잔잔한 파도 소리는 좋았다. 하지만 내가 보려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의 성급함을 후회했다. 그때는 왜 친퀘테레가 모두 같은 모습일 거라고 예상했는지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식당 문까지 다 닫아버렸다. 먼 길을 이동한 엄마와 나는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보이는 식당마다 식사를 주문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모두 주문 마감했다는 대답뿐이었다. ‘못난 여행’을 만들었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엄마는 말했다. 못난 여행이라는 건 없고, 이것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라고. 복잡한 기분으로 들이킨 카푸치노의 맛이 씁쓸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도
여행을 부정하지 않는 것
이건 못난 여행일까? 이 여정은 분명 완벽하게 짜인 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느꼈다. 기차 창밖으로 본 지중해 바다, 도착 직전까지 느낀 설렘, 복잡한 심경으로 들이킨 카푸치노 대한 기억은 남아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도 여행을 부정하지 않는 것. 삶은 때때로 뜻밖의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최선을 다하되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목적지에서 느끼는 감정보다 그 여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1년 후 지금, 나는 몬테로소에서 깨달았던 것들을 잊고 있었나 보다. 몬테로소의 기억에서 다시 꺼내본다. 중압감을 내려놓고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는 사실. 목적지를 잘못 고른 여행, 못난 여행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