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엄마의 마음을 모른 채 할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 여행은 분명 좋았지만, 한국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파스타를 봐도 구수한 김치찌개가 생각났다. 시끄러운 거리와 친근한 공기를 느끼고 싶었다. 한밤중에도 밝은 거리를 보고 싶었다.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하고 싶었다. 나는 아프리카 남수단으로 파견됐고, 약 7개월간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움에 물든 채로 밀라노에 도착했다.
밀라노는 강남 같았다. 현대식 건물은 높이 세워져 있고, 고풍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무미건조한 도시에 온 기분이었다. 개선문을 볼 때도, 밀라노 대성당을 볼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관광객이 많아서 줄이 길었고, 밀라노 대성당 앞에는 사람보다 비둘기가 많았다. 혼잡했다. 빠르게 눈에 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식당에 갔다. 밀라노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 놀라웠다. 삼겹살과 소주, 된장찌개는 다른 세상의 음식처럼 보였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음식이었다.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 소주잔이 부딪치는 쨍하는 소리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먹은 음식은 이탈리아에서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인가보다.
밀라노 마지막 날. 오랜만에 바쁜 일정을 소화해서 그랬는지 살짝 열이 있었고, 피로감이 느껴졌다. 엄마와 함께 밀라노 스타벅스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엄마의 잇몸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몰랐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아쉽지만 스타벅스를 가지 않고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언젠가 다시 밀라노에 와서 유명하다는 스타벅스에 가볼 수도 있을 테니까.
밀라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이탈리아에 생긴 최초의 스타벅스다.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 종주국이다. 자국 커피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그래서 길거리에는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없었다. 밀라노 스타벅스는 공장같이 보이는 거대한 구조와 특이한 실내장식을 자랑한다. 그래서 엄마도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으셨나 보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눈물을 보이셨다. 엄마와 나 모두 지쳐있어 더 감정이 북받치셨나 보다. 나도 슬펐다. 나는 바로 엄마와 스타벅스로 향했다.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엄마의 마음을 모른 채 할 수는 없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스타벅스 내부를 구경했다. 엄마는 미소를 보이셨다. 여전히 엄마의 잇몸은 부어있었고,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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