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가 없어서 그렇게 서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모두가 바삐바삐 지하철 문으로 우르르 터져나왔다. 제 갈길이 정해진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발길을 재촉이며 움직였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순간 내 뒤로 느껴지는 시야에 흐릿하게 한 여인이 잡힌건 그저 우연이었다. 휴대전화를 꺼내들더니 고만 발걸음이 느려지던 그녀. 리트머스 종이가 물기를 빨아들이듯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를 흡수한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승강장에 털썩앉았다.
아기처럼 가감없이 쏟아내던 폭포같던 감정들은 부리나케 눈물이 되어 떨어지더라. 계단을 내려가던 발길을 붙잡은 낯선이의 흐느낌은 지나치기엔 너무 슬프고 다가가기엔 너무 멀기만했다.
엉겹결에 가방에 손을 넣고 손가락을 휘적여 휴대용티슈를 찾았지만 민망해진 빈 손을 꺼내들곤 한참을 서있었지 싶다. 그녀의 울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해를 피해주고 싶은양 금새 사라져버린 인파들의 잔해로 승강장 바닥에 찬밥처럼 남겨진 여인이 보였다.
우두커니 한 걸음도 가까이 가지 못한 나는 누구처럼 환승역을 향해 발을 돌렸을 뿐이다. 칼 환승의 기쁨은 왠지모를 마음의 부채가 되어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여인에겐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를 바랬을까? 기억할만한 지나침은 영혼에 마디를 남긴다.
다음날 출근길에 무심코 들린 편의점에서 나는 휴대용 티슈를 하나 사서 손가방에 쑤셔 넣었다.
휴지가 없어서 그렇게 서러운 적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