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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랑 Mar 30. 2021

내신공부법 1. 공부방향

숨이 차도 끝까지 달리기!

머리말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였던 차에,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라는 책을 읽고 용기를 내서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반드시 전문가일 필요는 없고 아마추어도 얼마든지 남들에게 (단 한 사람일지라도) 도움을 줄 자신만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제가 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당연히 아니지만, 수험적인 법 공부를 최근 3년 동안 해온 아마추어로써 제가 고민해본 공부법을 공유할 순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데 용기가 필요했으므로 관대하게 봐주시고 다른 좋은 공부법이 있다면 조언을 해주셔도 좋겠습니다ㅎㅎ


참고


1. 이 글은 법에 대한 공부법을 다루고 있으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민법이고, 객관적으로 과목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과목도 민법이므로, 주로 민법에 대한 공부를 전제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이 글은 공부 방향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1) 공부 자료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Tool과 2) 외우는 방법에 대한 Tool을 다루고자 합니다. 만약 관점은 이미 충분히 아니까 Tool이 궁금하다는 분들은 다음 글부터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3. 글을 읽기 전 아마 제 공부량이 궁금하실 것입니다. 제 공부량이 다른 분들에 비해 너무 많다면 공부법에 대한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일테니까요. 저는 매주 일요일을 쉬는 날이라고 정하고 아예 공부하지 않거나 늦은 오후부터 쉬엄쉬엄 공부를 했습니다. 그 외 평일과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부했고 밤새 공부한 적은 (시험기간에도) 전혀 없습니다. 유사한 스타일로 공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 분께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아래 부터는 글 본문입니다 --



법의 특징과 공부 방법


민법은 매우 정교하면서 동시에 큰 기계와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시계’로 비유하겠습니다. 민법 안에 총칙, 물권법, 채권법이 있고 – 물권법 안에는 수없이 많은 단원이 있으며 – 각 단원에는 다시 수없이 많은 법리들이 있고 – 쪼개져 나온 법리에는 다시 예외 법리가 – 그 예외에 다시 예외 법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존재합니다. 멀리서 보아도 뭔가 모양이 그럴 듯하게 보이는데, 하나하나 확대경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다시 그 안에 구조도가 있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법의 특징은 학습자의 감정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민법을 알 때에는 ‘각 법리의 톱니바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여 챠르륵 돌아가는 듯’한 강력한 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주 사소한 부분만 몰라도 ‘모든 부품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상태임에도 삐걱거리며 돌아가지 않는’ 절망을 맛보게 되기도 하지요.


다행히 우리 로스쿨은 2~3개의 학기에 나누어 민법을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불행한 점은 한 학기에 배우는 양만 해도 이미 체감상 시계가 아닌 초기 에니악 컴퓨터란 점이지요 ^^.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법학 공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배경과 시행착오


저는 다수의 로스쿨 입학생이 그렇듯 비법학사였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1학기 예습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공부 방법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죠. 단지 학부 동안 꽤 우수한 학점을 받아왔으니 그 학습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면 망하진 않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일단 로스쿨에 들어왔으니 변호사는 될 것이고 조금은 성적을 깔아줘도 되지 않을까(?)라는 안이함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공부 방법을 몰랐냐면, 저는 거의 모든 로스쿨생이 가지고 있는 노트북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 일주일을 종이 패드를 가지고 가서 연필로 필기를 하면서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너는 노트북도 안가져오고 뭐해?’라는 시선으로 수업시간 내내 아이컨택을 하셔서 참 민망했습니다. 교수님의 아이컨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랴부랴 노트북을 하나 구입해서 필기를 시작하긴 했는데, 그래도 영 공부방법은 모르겠더군요. 판례 하나를 읽기 위해 2~3시간이 필요했고, 교과서에 있는 중요한 문장을 그대로 외우면 될 줄 알았는데 교과서가 1000페이지였어요(한 과목이).


결국 저는 시험공부를 다 마치지 못한 채(1-2주차 수업 내용만 미친 듯이 파헤쳐보고) 무릎을 덜덜 떨며 새파란 표정으로 중간고사 시험장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지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신감이 너무 부족했어요.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서 온 깨달음으로 공부방법을 전폭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중간고사 평균 이하 등수에서 기말고사 10등까지 올렸고, 무엇보다 그 뒤로 무릎을 떨며(...) 두려움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B+가 가장 낮은 학점이에요. 그래서 여러분이 위와 같은 시행착오의 시간이 짧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의 관점과 방법을 공유합니다.


*물론 제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자신이 직접 개발하는 방법이 최고의 방법일 것이므로 개인적인 조언임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법학에 대한 접근방법 2가지


위와 같은 법학(비유하자면 거대하고 정교한 시계)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호흡을 짧게 가지고 단원별로 복습을 반복하여 꼼꼼하게 학습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한 학기동안 ‘물권법’이란 과목을 배우게 되었다면 – 물권의 효력을 2번 복습한 뒤에야 물권의 변동으로 넘어가 다시 행위능력을 2번 복습하는 것입니다(A-A-B-B-C-C).

두 번째 방법은 호흡을 길게 가지고 중간고사까지의 범위까지 한번에 학습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중간고사 범위인 ‘물권의 효력 – 물권의 변동 – 부동산/동산 물권의 변동 세부 – 점유권 – 소유권’까지 한번 훓어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긴 호흡을 반복하는 것입니다(A-B-C-A-B-C)

제가 알파벳으로 정리한 것처럼 두 방법에 소요되는 공부량은 같습니다. 그런데 효율은 두 번째 방법이 훨씬 높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A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고 외운다고 해서 A를 반드시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A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C의 내용을 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A를 볼 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더라도 일단 B와 C로 넘어가야 합니다. C가 끝난 뒤 A로 돌아온다면 ‘아 그 때 이해되지 않던 이 말이 그 말이었구나!’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두 방법을 학기 스케쥴에 비추어 다시 비교해보겠습니다. 김갑동 학생은 AABBCC의 방식으로 학습했고 6주가 지나서야 A의 내용을 비로소 얼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이미 시험 1~2주 전입니다. 너무 늦게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반면 이을남 학생은 ABCABC의 방식으로 3주차에 어느 정도의 이해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회독에서는 3주 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채워가며 외우면 될 것입니다. 외우는 데에도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합니다. 위 설명한 공부 방법에 따라 외우는데 필요한 최소한 정도의 이해에 이르는 시기가 달라지고 이는 시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까 몰라도 일단은 넘어가서 뒤 내용까지 이르러야 해요 꼭!


숨이 차도 끝까지 가봐야 하는 이유


제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숨이 턱 끝까지 차도 한번은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3월 2일에 개강을 하면 2 안에 중간고사 범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면 좋습니다. (이 때 읽을 자료로는 어려운 교수저 말고 복기록이나 선배 필기 자료, 수험서 중에서도 독자에게 친절하게 구어체로 적힌 자료가 좋습니다) 그럼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상당히 많을 테지만 그 중에 몇 가지는 건질 것입니다. 매우 틈이 큰 얼기설기한 체로 건지는 것이 있으면 건져보는 작업입니다. 그 다음 수업에 들어가면 읽어보기라도 한 내용이 귀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 그 때 죽어도 이해가 되지 않던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라는 태도로 듣게 됩니다. 이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지식은 깨달음과 함께 우리의 것이 되는 거죠(이렇게 얻은 지식은 머릿속을 잘 나가지도 않습니다).


시계에 비유를 들었으니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시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궁금할 때, 시계의 겉 앞면에서 초침의 움직임을 몇 시간이고 쳐다보면 그 궁금증이 풀릴까요2시간을 쳐다봐도 제대로 알 순 없을 것입니다. 그 때는 분해해서 들어가 초침에서 이어지는 톱니바퀴와 동력원까지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앞면으로 돌아오면 초침의 움직임만 보아도 톱니바퀴들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그 원리를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끝부분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처음 부분을 여러 번 읽은 사람’보다
훨씬 그 부분을 잘 알게됩니다.


학기 동안 지식이 쌓이는 과정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에는 지식이 쌓이는 과정이 아래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에 따라 혹은 단원의 흐름에 따라 지식이 선형으로 쌓이는 것이죠. 

그런데 로스쿨 공부를 하고 나니 학기 동안 지식은 다음과 같이 쌓이는 것 같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회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지게 되는 것이죠. 프레임이 서있으면 그 안에 내용들을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물화를 그리는 사람도 먼저 인물의 프레임을 희미하게 잡은 뒤 디테일을 채워나갑니다. 실루엣만 보이는 스케치에서 눈동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결과물로 나아가는 것이죠. (물론 천재적인 몇몇 분들은 빈 도화지에 곧바로 눈동자를 그리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로스쿨에서 실제로 몇 분은 바로 교수저를 읽고 이해 턱턱하고 사례를 풀기도 했습니다. 정말 천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천재가 아니었습니다..그리고 천재는 흔하지 않습니다.


공부 자료 선택하기


[참고] 저는 노트북을 적극 활용해서 공부 자료를 직접 작성하는 편이었습니다. 품이 들지만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직접 자료를 정리하진 않으시므로, 일단 기존 자료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부 자료를 선택할 때에도 위 관점을 관철하여야 합니다. 공부자료에도 1) 어려운 교수저와 2) 비교적 쉬운 자료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쉬운 자료란 구어체에 가까운 말투로 적혀있고 양이 적은 자료를 의미합니다. 처음 읽는다고 전제할 때 제가 느끼는 난이도를 도표화한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계약법> 교과서: 최고난이도

법의 대가가 신의 계시를 받아 적은 것으로써 약간의 신기가 있어야 통달할 수 있게 됨


2. <민법의 맥>과 같은 수험서: 고난이도

매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집중과 지식이 있어야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음


3. (만약 구할 수 있다면)선배 필기 자료 혹은 내가 만든 자료: 중

양질의 자료라면(필수 조건!) 수험서보단 양이 적고 평소 우리가 쓰는 단어들로 적혀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음


4. (만약 구할 수 있다면) 수업 복기록: 하

강의력이 좋은 교수님이라면(필수 조건!) 구어체로 적혀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하고 비교적 처음에 접근하기 쉬움


그래서 모든 자료를 구할 수 있다면 회독을 수업 복기록 -> 필기 자료 -> 수험서(시간 없으면 생략하고) -> 계약법 교과서 순으로 하게 됩니다. 앞의 자료를 제대로 소화했다면 계약법을 읽을 때 훨씬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최대한 내용을 소화하고 중간고사 일주일 전에 계약법 교과서를 읽으면서 그 전 자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표시하고 공부했습니다.


즉 프레임을 만들고,
중요한 돌멩이를 채우고,
점점 작고 어려운 돌멩이를 채우는 것이죠. 
위에서 설명한 관점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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