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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랑 May 23. 2021

내신공부법 5. 판례정리

형광펜으로 내용 쏙쏙 머리에 분류해서 집어넣기

머리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내신공부법을 끝내기 전에 오늘은 판례 정리에 대해서 다루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판례 읽기>에 들어가며

로스쿨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멘붕인 순간이 과제인 판례 읽어오기를 할 때입니다. 별거 있겠어? 하고 시작하지만 분명 한국어인데 문장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는 글을 읽으면서 정신이 아득해지죠. 헌법 시간에 두꺼운 판례 교재를 주고 100페이지를 읽어오라고 하셨는데, 판례 한 개를 읽는데 두 시간이 걸려서 현타가 온 기억이 있네요. 

많은 분들이 판례를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라시겠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판례를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되는데에는 "긴 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 아래 또 하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의 판례를 너무 깊게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아홉 술을 마시면 이 고민은 자연스레 해결된다!

먼저 왜 판례를 빠르게 읽기 어려운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장 첫 번째 글에서 이미 언급했고 계속해서 반복하였듯 ‘법학은 매우 크고 정교한 시계라서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안다는 생각보다는 회독을 더하는  식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판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1학년 1학기 1단원(계약의 성립)을 배우면서 ‘관련 판례’를 읽지만 그 판례에는 불친절하게도 3학년 1학기에나 배울 (보전소송, 추심명령과 전부명령)이 등장합니다(저는 1학년 때 추심명령과 전부명령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주문같은거라고 생각했어요 ㅋㅋ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위 그림에서 1주차에 배울 내용이 파란색처럼 동떨어져있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왜일까요?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건은 우리의 학습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건에 온갖 민법 법리가 섞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소송 과정에서 민소법 법리가 섞이고 승소한 다음에도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민사집행법 법리가 섞이게 됩니다. 이렇게 배우지 못한 단어들이 판례에 섞여 있다보니 처음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영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아동이 영어책을 읽을 때 10개 단어 중 9개를 몰라서 하나하나 찾아봐야 하는 것처럼 속도가 느린 것입니다. 


하지만 3학년 1학기 정도 되면 민총-물권-채권-보전-민소 범위를 어느 정도 배웠기 때문에 10개 단어 중 1개만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판례를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그래서 1학년이신 분들은
너무 걱정하거나 조급해하지 마시고 꾸준히 노력하지면 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첫 술에 집착해서 거기에 머물러있지 말기!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판례를 파고들어서 몇 시간 씩 써버리면 내신 범위를 전부 다루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판례는 영어 동화책이 아니므로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고 해서 영어사전 몇 번 찾아보고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엔 그  한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민소법 체계 전체를 이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모르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세요. 여러분이 처음 본 단어는 거의 모든 경우 다른 원우들도 처음 본 단어입니다. 그 대신 법리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고 어느 정도 깊이가 형성되었으면 빠르게 다음 판례로 넘어가세요. 


만약 첫 판례에 발이 매여서 계속 보고 있다면, 그것은 제가 첫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계의 바깥에서 초침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깊이까지 어떻게 도달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래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판례를 이해하는 깊이: 사례형 문제가 나오면 키워드를 캐치할 수 있는 정도

너무 자주 강조해서 정말 지겨우시겠지만 우리가 공부하는 모든 목적은 시험장에 들어가서 시험지에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판례를 공부하는 목적도 마찬가지로 시험지에 판례의 법리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사례형 문제를 읽었을 때 관련 판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한 깊이입니다. (물론, 사례형 문제를 읽고 인공지능처럼 어 이것은 정확히 이 판례다! 이렇게 당연히 떠올리긴 정말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 정도를 기대하긴 어렵고, 문제에 등장하는 몇가지 키워드를 읽고 - 혹시 이 판례를 적용할 수 있나? 정도를 떠올릴 수 있는 정도면 됩니다.)


결국, (특히 민법의 경우) 1) 판례의 사실관계 -> 2) 법원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얘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사례형문제에서 키워드를 캐치하는데 유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08다55290(건물명도 소유권이전등기말소) 판례는 판결요지나 판시원문만을 읽으면 사례형 문제를 읽고도 바로 판례를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는데,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수험적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참고로 아래 요약을 읽어보면 사례형 문제를 쓰는 프레임/순서와 얼추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사실관계: 망 소외1(신탁자)이 이 사건 대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 명의만을 원고(수탁자) 명의로만 한 사안에서, 


(2) 법리: 법원이 이를 제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보고,


(3) 사실관계: 망 소외1의 공동상속인 중 1인(신탁자의 상속자)이 원고(수탁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이 사건 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4) 법리: 법원이 이를 기각한 사건 (따라서 사실관계 똑같은 문제가 출제된다면 판례의 결론은 '기각')

- 그 이유: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 약정과 등기가 무효로 되더라도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그 유예기간의 경과로 그 등기 명의를 보유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불가능함(이유까지 답지에 상세히 적는다면 완벽한 답안이 될 것입니다!)


판례 정리하는 방법

판례를 정리하는 방법은 과목마다 약간씩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신 과목마다 다를 수 있고, 공부하는 분이 어떤 스타일인지에 따라 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에 소개하는 스킬들은 참고만 하시고 본인만의 정리 스킬을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래에 다룰 민법과 형법에 비해 저는 헌법과 행정법 판례를 읽는 것이 너무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판례 정리 스킬을 먼저 다루고 이를 전제로 좀 더 간단한 민법과 형법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헌법과 행정법

 헌법과 행정법 판례를 처음 읽을 때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바로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특히 헌법의 경우 재판관 분들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글도 길고 그런 긴 글을 위한 목차도 많습니다(대목차 1. 소목차 가. 소소목차 1) 소소소목차 가) 끝없이 이어지는 대소목차들의 향연..) 그럼 글을 읽다가 미로에 빠져서 조금이라도 집중을 잃으면 길을 잃게 됩니다. 헌법은 특히 한번에 여러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A조항 부분을 읽다가 집중을 읽으면 ‘따라서 B 조항은 위헌이다’라는 문장에 다다르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와 같이 좀 더 정신차리고 판례를 읽을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해봤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유합니다.   


첫째, 여러 색의 형광펜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더군요. 예를 들어 목차가 너무 많으니 헷갈리니까 갈색 - 진한 노란색 - 개나리색 형광펜을 준비해두고 가장 대목차에는 갈색, 그 다음 목차에는 진한 노란색, 그 다음 목차에는 개나리색을 표시하면 직관적으로 세부적인 목차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찾기 쉬워서 나중에 판례를 볼 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조문에는 빨간색 표시, 사실관계에는 초록색 표시 이렇게 나만의 색깔 규칙을 정해두면 나중에 판례를 볼 때 빠르게 정보를 캐치할 수 있도록 형광펜이 도움을 줍니다. 


둘째, 반대의견이 있는 경우엔 아예 위에 선을 긋는 등의 표시를 해서 본문인 다수의견과 명확히 구분되도록 해줍니다. 반대의견만의 형광펜 색깔을 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헌법재판소 판례를 예를 들어 제가 편집하여 첨부하였으니 함께 참고 부탁드립니다.


셋째, 읽을 때 긴 문장이 연이어 나타나니 조금만 정신을 잃으면 먼 바다에 나가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므로, ‘속으로 질문하면서’ 읽는 태도를 취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저한테 설명해주는 집사(?)가 있어서 그 문장을 저한테 말해준다고 상상하고 문장마다 그래서? 그렇데 어떻게 되었는데? 그럼 네 생각은 뭐야? 이렇게 질문하면서 읽곤 했습니다 ㅎㅎ


넷째, 스터디를 적절히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많은 과목에서 하진 않았지만 - 행정법 같이 조문이 많이 나오고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 헷갈릴 때에는 스터디를 활용해서 판례를 정리했습니다. 1) 원고, 2) 피고, 3) 사건명, 4) 주문, 5) 사실관계(5개 bullet point로) 6) 판결 요지 7) 반대의견을 각 칸마다 정리해주면 나중에 훨씬 보기 쉽고 외우기도 쉽습니다. 



- 민법: 

민법은 (제가 생각하기에) 다른 과목에 비해 판례를 정리하기 쉬운 과목입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고(가사 복잡하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시시콜콜 나오지 않고) 법리가 판결 요지에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판결의 개수가 어마무시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법의 경우 판례를 따로 정리하진 않고 그냥 판례 하나 당 ‘갑이 을에게 ~~한 뒤에 그 권리를 병이 양수한 사안에서 판례가 ~~라고 판시한 사안’이렇게 문장으로 정리해서 그 법리 자체를 외우려고 했습니다(구체적인 예시는 이미 위 표 안에 기재했습니다). 


- 형법: 

따로 판례 정리를 할 필요를 못느껴서 안했지만, 만약 했다면 민법과 유사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맺음말

위 제 생각이나 공부법이 당연히 정답은 아니겠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공유해보았습니다. 저번 글에서 다른 분이 댓글에서 공부법을 공유해주셨는데 - 혹시 다른 생각이 있거나 더 좋은 방법 혹은 관점이 있다면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모두 파이팅하시고, 각자 자신만의 특별하고 의미있는 길을 걸어가시길 응원합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 PDF가 첨부하고 예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는 아래에 발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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