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랑 Sep 25. 2021

멘탈관리법 - 내신대비 편

조금은 나씨나길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로스쿨은 생각보다 경쟁심에 휘둘리기 쉬운 곳입니다

저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왔고 따라서 변호사시험을 합격하는 것 외에는 목표가 없었습니다. 똑똑한 친구들과 경쟁할 엄두도 나지 않았으므로 속으로 성적을 깔아주는 착한 친구가 되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막상 개강하고 수업을 가보니 기자회견을 방불케하는 경쟁적인 타이핑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그것은 마치 정신차려보니 경주마의 레이스에 껴서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저도 경쟁심의 노예가 되어 끝없는 질주에 제 등수를 매겨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스쿨은 행복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열화에는 큰 틈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1등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1등을 해본 적이 없었고 (조심스럽지만 이 글을 읽는 거의 모든 분들이 그러할 것입니다. 로스쿨 경험 상 고등학교나 학부때와 다르게 1등을 하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있더군요. 법학 적성이란 것이 실존하는 것인지, 민법에서 1등을 하는 친구는 형법에서도 1등을 하고 - 그렇게 항상 1등을 유지하다 결국 수석으로 졸업하게 됩니다. 즉 1등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것 같더군요) 서열화에서 행복하기 어려운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이 다가오고, 컨펌을 위한 면접이 다가오고, 인턴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자존감이 곤두박질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식을 제대로 배웠는지 - 채용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늘 남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친구들에게 저의 미달한 법학 실력이 탄로날까봐 두려워서 성적 얘기를 최대한 피했습니다. 성적 얘기가 금기시되었던 로스쿨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나씨나길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지?' 저는 로스쿨에 들어올 때 '제 나름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멋지진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목표와는 다른 '독특한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특정한 등수(특히 높은 등수)가 전혀 요구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조금 멋지고 상스러운 표현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나씨나길'이라는 말이었습니다(이 말의 의미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므로 따로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스쿨에서 초조함이 들 때마다 달리고 있던 레이스에서 모든 트랙의 선을 지워버리는 상상을 했습니다. 나아가야 할 선로를 잃은 경주마들이 조금은 방황하다가 이내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대로 달려가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내 목표는 <의뢰인을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고 그 목표를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우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내 답지에 교수님이 무엇이라고 끄적이든지 그것은 내 인생과 별개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분명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는 로스쿨 입학을 위해 너무나 멋진 자기소개서를 쓴 바 있기 때문에 목표가 없다고 변명하실 분은 없으시겠지요. 합격을 위해 200% 과장한 목표를 적었다고 하시겠지만(물론 저도 그랬지만), 그 자기소개서에 진실이 1%도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의 핵심이 아주 적게라도 자신이 쓰는 글에 녹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심으로 인해 초조함이 들 때 그 자신의 목표를 생각하면서 나씨나길을 외쳐보세요!



작심삼일을 자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마인드컨트롤이 끝나는 즉시 다시 초조하게 됩니다(속닥). 그래도 이런 생각을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강한 다짐 한번으로 삶의 태도를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절대 흔치 않고, 따라서 약한 다짐을 여러 번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그래서 저는 초조함이 드는 순간마다 눈을 감고 트랙이 없는 곳을 걷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트랙이 없으니 앞과 뒤의 구분도 없고 - 그래서 어디로 걷든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뒤로 처지는 것도 아니다 - 단지 확실한 것은 내가 걷는 길이 길이다 뭐 이런 멋진 말을 씨부리면서.. 여러분도 초조함이 고개를 들 때마다 여러분만의 주문을 반드시면 좋겠습니다!





이전 05화 내신공부법 5. 판례정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