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 아닌 '합격'을 목표로
일이 너무 많았던 나머지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지금부터는 변호사시험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6월 모의고사를 치셨겠지요? 6월 모의고사를 치면 변호사시험이 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됩니다 ㅎㅎ 이번 글을 그런 시점에서 어떤 각오로 변호사시험을 대해야 하는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어떤 분은 내신을 위해 객관식 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여쭈어 보셨는데, 제가 내신형 시험으로 객관식을 대비해본적은 없지만 아래 변호사시험 대비 방법이 도움이 된다면 차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래 말하듯 시험의 목적이 다르므로 대비 방법이 다름을 참고하셔야 겠습니다 ㅠ)
변호사시험은 내신과 다르다
많은 분들이 내신은 익숙한 반면(약 2년 동안 단련되었으므로) 변호사시험은 생소하여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질문하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호사시험과 내신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험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이 비교해볼까요? 내신 시험은 "1학기 채권법과 같이 일정한 범위를" "깊게 공부시키고" "누가 가장 높은 점수(등수)를 가져가는지"를 가리는 시험입니다. 반면 변호사시험은 "모~든 범위를" "얇고 넓게 알게 한 다음" "누가 미달하여 불합격하는지"를 가리는 시험입니다.
그럼 위 시험을 준비하는 태도를 살펴봅시다. 학생 입장에서 내신 시험을 준비하는 목표는 '1등(or A+)'를 받는 것입니다. 즉 최고(최선)의 결과를 보여주어야 해요. 그럼 평균인이 하는 것에 +a를 할 유인이 있게 되죠. 교과서를 최대한 꼼꼼히 보고 외우는 것은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따로 할애해서 교수님의 논문을 보기도 합니다. 교수님의 논문과 관련된 내용이 시험에 나오면 대박이지만 - 안나오면 (시간을 헛된 곳에 사용한 셈이므로) 쪽박입니다. 하지만 탁.월.한 성과를 내야 하는 내신 시험에서는 위와 같은 일종의 리스크테이킹을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반대로 변호사시험을 생각해볼까요? 수험생의 목표는 '합격'을 받는 것입니다. 즉 과학을 면해야 해요. 더 속되게 표현하자면 '더 잘할 필요는 없고 만약 못하면 인생 계획이 1년 꼬이게 됩니다' 그럼 위 내신의 경우처럼 +a를 할 유인이 없고 또 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범위가 무진장 넓은 변호사시험을 위해 교과서를 최대한 꼼꼼히 보고 논문들을 찾아본다? 시험에 나올 확률이 적은 부분을 깊게 파서 공부하는 리스크테이킹을 한다?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변호사시험에서는 비합리적인 태도인 것입니다.
결국 수험생들은 1) 시험에 나올 확률이 큰 부분을 위주로 2) 내신에 비해 얇고 넓게 공부해서 3) 남들보다 눈에띄게 뒤떨어지는 답안지를 내지 않는 것에 집중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선배들은 이런 공부법을 "빵점 방지"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변호사시험은 빵점만 면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 변호사시험을 대할 때 어떤 각오가 필요한가?
그래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요컨대 '버릴 각오'를 다지셔야 합니다. 즉 내신 처럼 전부다 외우고 가져가겠다는 학구자적인 태도를 잠깐 내려놓고, (출제 비중을 토대로) 포기할 내용은 포기하고 가져가야 할 내용은 가져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죠. 왜냐하면 변호사시험의 범위는 너무나 방해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것만 건져서 배에 담아도 배가 물에 잠길 정도로 찹니다. 그 상태에서 더 넣으려다가 배 전체가 물에 가라앉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는 얘기는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왜 자꾸 강조하느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각오를 실행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제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신 시험에서 나름 우수한 성적을 받아왔고 따라서 변호사시험에도 동일하게 접근하면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바로 저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건방지지만 솔직히 6월 전까지도 저는 힘들어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다르겠지, 나는 큰 어려움 없이 잘하겠지, 다 외울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8모, 10모가 지나면서 '선배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외운거지..?'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로3까지 (아래 말하는 것처럼 엑칼을 봐야 함에도) 기본서를 놓지 안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이 각오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싶네요!!
'버리기 위한' 학습 자료 선택하기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버릴 각오이고 , 이것을 실행하려면 애초에 적은 수의 학습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제적으로 학습 자료를 정해버리면 '그것만 보고 들어가게 되니까' 거기에 안나오는 범위는 자동적으로 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나는 민법은 A책만 보고 형법은 B책만 보고 공법은 C책만 보고 시험장 들어간다'처럼 시험과목마다 최대 1~2개 정도의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렇게 정해둬버리면 새로운 내용이 나올 때마다 외워? 말어? 고민하면서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그물을 칠 어장의 범위를 획정하고 배를 출항시키는 것입니다.
그럼 과목별로 어떤 학습자료를 골라야 할까요? 학습자료를 고를 때 포인트는 '좋은(완벽하게 모든 내용이 들어간)' 학습 자료를 고르는 것보다 '양이 적어 해봄직할만한' 학습자료를 고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출제 비중이 높은 주제끼리 묶어둔 이른바 핸드북을 여러 번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전략적인 길입니다. 아래는 혹시 몰라 비추천하는 방법을 나열합니다.
-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자료를 내손으로 만들 겠다(X) ; 만들다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참혹한 사태가 생깁니다. 실제 그런 경우를 봤는데 물론 시험 직전에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그리고 만든 다음에는 머릿속에 아주 잘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 애를 태워야 했습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변시를 "잘"보는게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망치지 않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적은 방향으로 공부해서 안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을 추천하고, 위와 같은 예측불허의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 나는 이 참에 민법 정리 같이 기본서를 독파하겠다(X) ; 양이 너무 많아서 압살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있습니다. 사실 저는 3월까지만 해도 (변호사시험의 살인적인 양을 알지 못했으므로) 핸드북 말고 민법의 맥을 3회독 하고 변호사시험을 보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말도 안되는 계획이었지만 이처럼 수험생들이 자신이 공부해야 하는 양을 가늠하지 못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 시험 준비의 반입니다. 그리고 자료 선택에 있어서는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마세요. 변시 같이 불합격자를 가리는 시험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리스크테이킹입니다.
그럼 무슨 자료를 봐야 하느냐? 바로 1) 엑스칼리버와 2) 최판입니다.
*엑스칼리버 광고는 아니고, 저는 개인적으로 엑칼을 봤을 뿐 다른 객관식 지문 정리책을 보아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아래 설명하다시피 제 주변 많은 친구들이 핵지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1) 엑스칼리버 or 핵지총
엑스칼리버는 방대한 객관식 지문을 각 한 불렛 포인트로 정리해서 양을 축약했으므로, 솔직히 그것만 다 외우면 (최판까지 본 것을 전제로) 객관식 130개를 맞출 수 있습니다(그럼 거의 무조건 합격합니다). 거기 안들어간 내용은 어떻게 하나구요? 거기에 없는 내용도 당연히 변시에 출제됩니다. 그런데 그 지문은 어차피 전국 수험생이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틀려도 되는 지문입니다. (사실 틀리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모두가 틀리는 것을 틀려주고 모두가 맞추는 것을 맞춰줘야 합격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모두가 틀리는 거 맞추려고 엄한 자료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써버리면 모두가 다 맞추는 문제를 틀리게 됩니다. 그것은 불합격에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그런데 엑스칼리버도 양이 많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 많은 학우가 8~9월까지 엑칼을 사긴했지만 1회독을 하지 못했고 결국 핵지총으로 옮겨갔습니다. 핵지총은 엑칼보다 양이 더 적고 문장도 비교적 읽기 쉽게 정리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으시는 분의 사안에 따라 핵지총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2) 최신판례
최신 판례의 파괴력은 엑칼 전부에 준할만큼 큽니다. 특히 모의고사보다 실전 변시에서 최판 문제가 더 많이 출제되므로 최신판례는 반드시 반복 회독해야 합니다. 이제 7월이 되었으니 일정을 추천하자면 8월부터 10월까지는 최신 판례 인강을 들어두고, 그 후에 학교에서 특강을 하면 그 특강도 모두 수강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다음 글에서는 공부방법으로 들어가 엑스칼리버를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