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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로스쿨생으로 살아남기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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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후랑 Apr 13. 2021

내신공부법 2. 정리자료 만들기

답지에 작성할 순서 = 정리 자료 순서 = 내 뇌구조 순서의 삼박자

머리말

안녕하세요! 뜨거운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ㅎ 오늘은 내신공부법 중 자료 만드는 방법을 다루고자 합니다. 혹시 전에 올린 '공부 방향'글을 읽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아래 글도 참고 부탁드립니다.

지난 내용 요약

우리는 지난 글에서 법학이 매우 크고 정교한 시계와 같으므로, 앞 겉면의 초침 뿐만 아니라 뒤의 톱니바퀴, 동력까지 모두 한번 훓어본 다음에야, 그 작동원리를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정리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정리 자료를 만들 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 아래부터는 본문입니다 -

[참고] 이 글은 개강 후 첫 2주 동안 복기록 등 자료를 1회독 한 상태를 전제로 합니다. 즉, 정리자료 만들기는 개강 후 3주차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접근 방향

로스쿨 공부에서 법학에 대한 접근 방향을 밝혔던 것처럼 정리 자료 만들기에도 접근 방향이 있습니다. 후기1#에선 제가 점점 더 글이 많은 공부 자료를 선택하라고 했었죠? 이는 소위 지식의 Input 과정입니다. 그래서 난이도와 양을 점점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되고 "시험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어느 시점부터는 지식의 Output과정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냥 많이 알 수록(Input을 많이 할 수록) 시험문제를 잘 풀게 되는 것(Output을 하게 되는 것)아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Input의 양이 너무X100 방대하고, 시험시간은 부족하고, 심리적 압박감도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Output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자료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 Output을 위한 초석다지기입니다.

Input과 Output의 비교

Input과정을 들어다보면, 후기1#에서 제가 선택하라고 했던 공부 자료의 양과 난이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올라갔습니다. 큰 프레임을 만들고, 큰 돌멩이 채우고, 작은 돌멩이 채우고..의 순입니다.

반면 Output과정을 들여다보면, 자료의 양와 난이도가 반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낮아져야 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참조해보세요.

아니 열심히 공부를 해놓고 왜 다시 양을 줄이느냐? 계약법 교과서는 약 900페이지입니다. 60분 동안 중간고사를 친다고 가정했을 때 거기 있는 문장을 전부다 박아넣을 수 있나요? 기적적으로 머릿속에 전부다 넣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상 다 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손목은 생각보다 약하고 느립니다. 그럼 생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Input에서는 내용을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양을 끌고가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반대로 Output에서는 내가 시험장 의자에 앉아있다고 상상하고 시험지에 쓸 수 있는 것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Input을 대할 때와 Output을 대할 때 태도를 달리해야 합니다.

정리자료를 만드는 이유

Output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번 상상해봅시다. 누구나 설명할 수 있는 주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 법대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가는 방법"을 누군가 물어봐서 설명(Output)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우리는 이 방법에 대해서 정말 잘알고 있지만 설명할때에는 1) 머릿속으로 구조화를 해야 하고 2) 순서를 설정해서 3) 조리있는 단어를 활용해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적 에너지와 시간을 쓰게 됩니다. 잘 아는 내용을 현출할때에도 지적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하는데, 막 배운 법학 지식을 답지에 현출하려면 매우 큰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하겠죠?

정리자료를 만드는 목적은 바로 현출에 요구되는 지적에너지와 시간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속되게 말해 '답지에 쓸 말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지요. 위에서 제가 설명한 그래프를 다시 한번 보세요. Input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양이 올라가는데 Output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양이 줄어들죠? Output을 쉽게 하려면 일단 양이 적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이 적지만 빈출되는 쟁점 몇개만 집중해서 현출할 수 있을 정도로 Output을 준비해두면 그 쟁점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많이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10점, 20점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내신에서 높은 등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정리자료의 종류와 양

제가 만드는 정리 자료엔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흔히 생각하는 수업 필기를 정리한 자료(이하 A자료)이고, 두 번째는 위 내용 중에서도 시험장에 꼭 가져가야 할 엑기스만 정리한 자료(일명 템플렛, 이하 B자료)입니다. Output 그래프에서 높은 A 지점이 첫 번째의 필기 정리 자료입니다. 중간고사 범위를 정리한 제 A 자료는 약 60~100페이지 정도입니다. 그리고 낮은 B 지점이 두 번째의 템플릿 자료입니다. 중간고사 범위를 정리한 제 B 자료는 10페이지 정도입니다.

(양이 너무 적은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사족을 달자면, 정리자료를 만들 때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 바로 '완벽주의'입니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모든 내용을 가져가고 싶겠지만, 모든 것을 정리해서 가져간다는 것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지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약간 불안하지만 중요한 것 위주로 가져가야 합니다.)

"100점 짜리 자료를 만들다가 0점 맞는 것보다
70점 짜리 자료를 만들고 70점을 맞는 것이 낫습니다"

아래부터는 정리자료 A와 정리자료B를 나누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각 정리자료마다 1) 무슨 내용을 넣어햐 하나? 2) 어떻게 서술해야 하냐?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자료 A -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하나?

[팁] 정리자료를 백지에서 창조해내면 타자를 치다가 손목이 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선배 자료를 적절히 편집하거나 OCR 스캔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계약법 1000페이지를 100페이지로 줄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집어넣고 어떤 내용을 빼야 할까요? '사례형 답안에 쓸 문구'만 골라서 정리해야 겠죠. 그런데 어떤 문구가 사례형 답안에 쓸 수 있는 쓸모 있는 문구이냐가 문제됩니다. 이 때에는 출제자의 입장에 빙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출제할 재미가 있으려면 법리의 적용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문제상황에서 결론이 달라져야 합니다. 가압류 신청이 점유취득시효의 중단사유가 되는가? 중단사유가 된다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지 않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므로 결론이 달라져서 출제에 재미가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반대 의미로 뒤집어보세요. 그래서 구.체.적 상황의 결론이 달라진다면 그 문장은 답지에 써야 하는 문장인 것입니다.

여기서 '구체적'이란 김갑동, 이을남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이입해서
지어낼 수 있을 정도를 의미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에 "박승수 민사소송법정리" 교재 밖에 없어서 이 책을 가지고 한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박승수 민사소송법정리 27p

본안소송에서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사건의 재판에 관여한 경우 '전심'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고 구체적인 상황을 빠르게 속으로 상상해봅니다. 갑이 을 판사가 마음에 안들어서 기피 신청을 했고 병 판사가 기각했구나, 갑이 패소한 다음에 항소를 했는데 배정받은 판사가 병 판사네?(망했네?) 전심관여로 제척신청을 했다면 받아들여질까? 이 문장에 따르면, 기피신청사건을 재판한 법관은 전심에 관여한 법관이 되지 않고 -> 제척신청은 기각됩니다. 반대의미로 바꿔볼까요? 기피신청사건을 재판한 법관은 전심 관여 법관이 되고 -> 제척신청은 인용됩니다. 이렇게 갑의 결론이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가 법리의 적용여부에 따라 달라지니까 이건 교수님이 출제할 수 있는 문장이 되는 것입니다.

박승수 민사소송법 25~29p에 걸친 문장들로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법관의 제척이라 함은 법관이 구체적인 사건과 법률에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는 때에 법률상 당연히 그 재판에서 배제되는 것을 말한다.

>> 조문의 의미를 설명해준 문장입니다. 그런데 갑.을.병의 이야기를 지어낼 정도로 구체적인 법리가 없습니다. 반대의미로 바꾸면 이상한 문장은 되지만 갑의 엔딩이 달라지지 않죠(이야기 자체가 없으니까). 그냥 조문을 자료에 넣으면 되지 이런 문장은 정리 자료에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사례 답에 이런 문장을 쓸 시간도 없구요.

제척신청의 방식 및 절차

>> (학교마다 다르지 주의 바람) 대부분의 사례는 절차는 특별한 서술 없는 한 지킨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쟁점이 있지 않는 한 이런 부분도 정리 자료에 넣을 필요가 없게 되죠.

전심관여법관의 제척은 법관의 예단배제로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심급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정된다

>> 취지는 대부분의 경우 쓸 시간이 없습니다. 이해 정도만 하고 정리 자료에 넣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수험서 등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면서 의식적으로 출제자 입장에서 출제가 가능한지 판단해보고, 출제 가능한 문장들만 자료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다보면, 사례에 쓸 필요는 없지만 이해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내용은 어떻게 하느냐? 각주를 활용하면 됩니다. 위에서 제가 자료에 쓸 필요 없다고 한 내용들 중 도움이 될 내용들은 적재적소 관련 단어에 각주를 달아 집어넣으면 됩니다. 제척 단원을 일부 정리한 제 자료를 예로 보여드릴께요. 제 자료만 볼 때보다는 민사소송법정리 교재 25페이지부터 29페이지를 함께 보시면서 (무엇이 빠졌는지) 비교해보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참고] 문장 구분하기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정리할 문장과 버릴 문장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방학 때 미리 인강을 들어두는 것'입니다. 인강을 들으면 강사가 중요한 문장에 줄을 치라고 하는데 - 이 줄들이 사실 바로 위에서 말한 구체적 결론이 달라지는 '빈출쟁점'들 입니다. 방학 때 미리 노란색 형광펜으로 줄을 쳐두면 학기 중에 정리 자료를 만들 때 그 문장들을 중심으로 정리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회독수 관점에서 보나, 자료를 정리하는 점에서나 방학 때 미리 예습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2. 그렇지 못한 경우 수험서에 있는 *(별표) 표시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민사소송법 정리에도 중요한 문장에 별표가 있는데 이 문장들을 중심으로 정리 자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수험서도 유사한 표시 방법이 있을꺼에요

3. 더해 문장의 중요도를 가늠할 눈을 키우는 방법으로 '기출 문제 풀어보기'가 있습니다. 내신 기출이나 사례형 문제집의 문제를 풀어보면 - "아 내가 공부하고 있는 내용 중에 ~ 것들은 문제로 내기 굉장히 까다로운 거였구나. 그런 부분은 괜히 공부했네. 아 반대로 이런 내용은 중요한 내용이구나." 이런 감이 오게됩니다. 문제를 풀면서 갑.을.병의 이야기를 신명나게 지어내야 하는 출제자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죠.

(덧붙여 - 아무리해도 공부방법을 몰라서 멘붕이 온다는 분이 있다면, 그냥 스터디를 활용하든 혼자 하든 "중간고사의 날"을 3주차 정도 적당한 시기에 정해서 실전처럼 중간고사를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전에서 느낄 멘붕을 미리 느껴보는 것이죠. 로스쿨에 오시는 분들은 학습능력이 어느 정도 뛰어나시기 때문에 한번 실전 시험을 보면 어떻게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구조화하고, 현출해야 하는지 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도 문제를 모의고사 형식으로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자료 A - 서술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사례 답안에 쓸 순서대로 서술해야 합니다. 내가 빈 답지를 받으면 어떻게 문제를 채워나갈까?를 생각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크게는 조문 - 요건 - 효과의 순서로 답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요건과 효과에 대해서는 각 단어마다 법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 법리마다 문제의 소재 - 학설 - 판례 - 검토의 순으로 쓰겠죠. 정리자료도 정확히 그 순서대로 정리해야 합니다.

둘째, 위에서 말한 각 개념의 층위가 세로로 잘 드러나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즉 개념의 층위가 달라지면 줄바꿈을 해서 같은 줄에 다른 층위의 개념이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층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나도록 정리하는 것이 Input, Output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회독을 반복할 때마다 머릿속 뇌 구조가 위에서 보여준 층위에 맞게 바뀌기 때문이죠.

예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 쟁점을 위 방식대로 정리한 뒤, 1) 수업에 들어가서 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면 아래 그림에 표시한 대로 적절한 위치에 끼워넣으면 됩니다. 뇌 구조는 그대로고 내용만 추가가 되는 셈이죠. 2) 공부를 하다보니 프레임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면 다른 카테고리에 끼워넣거나 새로운 카테고리로 만드는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한 학기가
답지에 작성할 순서 = 정리 자료 순서 = 내 뇌구조 순서
이 삼박자를 계속 맞춰나가는 과정입니다.

[참고] 저는 위 형식에 맞추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워드 프로그램의 자동서식을 활용했습니다. 워드의 아래 서식 버튼을 누르면 자동서식이 입혀지고 <- -> 앞뒤로 움직이는 버튼을 누르면 층위가 한 계단 위로, 한 계단 아래로 이동이 가능해요. 여기서 더 팁을 드리자면 워드에서 "control + shift + c/v" 단축키를 누르면 "서식복사"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여러 문단을 드래그해서 블록잡은 뒤 내가 원하는 층위의 서식으로 한꺼번에 변경이 가능하답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로스쿨 내내 정말 유용하게 활용해서 공유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