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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Nov 10. 2022

카카오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인리히 법칙

카카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마치 연예계의 유재석처럼 인지도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기업이 된 지 오래다. 그게 다 국민앱으로 등극한 카카오톡 덕분일 터...



그래서일까? 대학생들이 오매불망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 1위에도 올라있다. 놀랍게도 이 순위는 3년 연속이다. 기존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모두 제쳤다.


이렇게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카카오에 일이 생겼다. 국민앱인 카카오톡 먹통 사태.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나는 바람에 전 국민이 멈춰 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말에 일이 터지면서 실질적 피해는 줄었다지만 카카오와 밀접하게 연결된 모든 사람이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톡은 2일여 만에 부분 복구가 됐지만 다음메일은 무려 5일 동안 먹통이 됐다. 개인적으로 다음메일을 주메일로 쓰는 입장에서 사실상 5일간 영업정지 상태였던 셈이다. 


그저 불편을 초래한 단순 해프닝으로 넘겨도 괜찮을 걸까? '이태원 참사'라는 불행한 일이 터지는 바람에 카카오톡 사태는 어느덧 관심 저편으로 사라진 듯 보이지만, 사고의 발생원인과 경영진의 사고를 대하는 태도, 추후 조치를 지켜보면 몇 가지 치명적 단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첫째는 독점기업의 폐해다. 그동안 시장을 독점한 사기업이 어떻게 시장을 왜곡하는가? 에 대한 논란은 많았지만, 대중의 소통채널을 장악한 독점 기업이 얼마나 깊게 우리의 일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직관적 두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점은 일종의 소득이랄까? 문자나 텔레그램 등 대안이 있다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린 하나의 도구에 의존하여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가히 주체적, 능동적 사고를 잃어버린 현대인이 단면을 목격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둘째는 카카오의 안일한 운영방식이다. 세상에 이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이 자신들의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백업 시스템(데이터 센터 분산 등)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데 새삼 놀란다. 아니 경악한다. 그동안 카카오는 엔터, 금융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경영방식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열을 올렸지만, 사업의 목적 중 가장 최우선에 있어야 할 고객들의 편의와 보안, 안전 등의 핵심가치를 외면해 왔다는 사실이 들통난 셈이다.


셋째는 카카오 경영진의 문제 인식이다. 거의 전 국민들 대상으로 실질적 피해를 장시간 입혔음에도, 불이 난 걸 어쩌란 말이냐? 신속하게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회사 입장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고위직의 태도를 지켜보며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전형적 강자의 사고방식이 읽혔다.


하인리히 법칙이란 것이 있다. 1:29:300의 법칙으로 하나의 대형 사고가 터지기 이전에 29건의 중형 사고, 수백여 건의 소형 사고가 발생하며 프로세스나 공정의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때 위험 시그널을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카카오 사태라는 대형 사고가 터지기 이전, 분명 내부적으로 수많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것이다. 어쩌면 bottom에서는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를 별 것 아닐 거라며 쉬쉬하고 고위 경영진의 귀에 들어가는 일 자체를 꺼려하는 소통의 레거시가 내부에 만연했을지도 모른다. Top에서는 외연의 확장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밀실에서 고위 경영진 소수가 속전속결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과정이야 상관없이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방식으로 일방적 의사결정을 해왔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하고 톡톡 튀고 수평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내부의 문화가 경직되고 불투명하고 결과에 집착하는 레거시에 휩싸여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부 구성원들, 종종 아슬아슬하다는 말을 해."

실제 카카오에 근무하는 친구는 술자리에서 종종 이런 말을 뱉었다. 맥락과 히스토리를 알지 못한 상태로, 한두 명의 의견만으로 전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커다란 사고와 후속조치에서 보이는 일련의 조치라는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큰 그림을 만들어 보면, 분명 내부 어딘가에 큰 문제가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10대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이 상당수 끼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연 우연일까?

02화 아모레 퍼시픽은 왜 70년대생 팀장들을 잘랐을까? (brunch.co.kr)


이들 기업의 내부에선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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