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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Oct 02. 2023

단돈 10만 원, 평생 남는 스몰보상의 힘

Motivaiton _ 내적동기 _3. 피드백과 인정

방영된 지 무려 8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미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로, 웹툰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고졸 회사원 이야기. 혹자는 "요즘 세대는 [미생] 자체를 모른다. 현실적이지 못한 판타지다. 이미 이 드라마 자체가 고인물이다." 라며 내게 쓴소리를 건네지만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의 습성, 본성이란, 특히 조직의 본질이란 본디 관성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으며 세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20부작 전 시리즈를 7번 돌려봤고 웹툰은 14권(10권부터는 2부격인 중소기업 이야기)전질을 사서 8번 반복해서 읽었다. 물론 단순히 많이 보고 접한다고 해서 어떤 주제에 대해 공신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안다. 그렇지만 누군가 보지 않은 것을 볼 확률, 놓친 것을 붙들 여지는 아무래도 더 커지지 않을까?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같은 장면을 봐도 보다 깊이 있는 사유가 가능해짐은 물론이다.


매회 반복할수록 마치 처음 접하듯 인상적인 장면들이 수두룩 불거졌지만, 그중 회사와 팀의 습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묘사가 있다면 바로 이 장면들일 것이다.


#장면 하나. [미생 17화 中]

영업 2팀 고 대리는 주재원 발령 소식을 듣고 기뻐한다. 영업 3팀 김동식 대리는 이번에도 물먹었다. 상사의 꽃이라는 주재원 발령은 유능한 대리급들이 한 번씩 거쳐가는 필수 코스로 개인 역량은 물론 팀 끗발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 김동식 대리는 실적과는 거리가 먼 영업 3팀에 근무하는 탓인지 매번 찬밥 신세다.


대리들은 고 대리의 발령을 소재로 담배타임을 가지며 영업 3팀을 뒷담화 한다.

"근데 김동식 걔는 이번에도 물먹었더라..하여튼 오 차장은 일에 꽂히면은 일 진행되는 것만 보느라 주변 사람 힘든 건 돌아보지도 않는 것 같애..."

"열라 갈궈도 실적 나오는 일 잘 따오는 상사가 좋은 거야"

"아유 그럼~자기도 좋고 나도 좋고 같이 승진하고 인센티브 나오고 그러니까 욕해도 사람들 그런 팀을 원한다니까"

정말 그럴까? 불행히도 정말 그렇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적만 나오면 된다는 결과론을 신봉하는 사람들. 비인간적 대우를 받던, 모욕을 당하건, 어떻게든 성과를 내서 위에 어필하고 평가 잘 받아 우리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고백들.


#장면 둘. [미생 17화 中]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판타지라는 이중적 평가를 듣게 된 이유는 오롯이 영업 3팀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대리들의 뒷담화를 듣고 자신의 업무 행태를 뒤돌아보게 된 오상식 차장. 정말 자신이 창창한 부하직원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일까? 괴로워진다. 오 차장은 고민 끝에 김동식 대리를 옥상으로 불러내 이렇게 말한다.


"동식아. 팀...바꿔줄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팀... 힘들잖아"

"차장님 저는 차장님 하고 일하는 게 좋아요. 그냥 그뿐이에요. 그리고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가 팀 바꾸고 싶을 때 그때 제가 제대로 먼저 말씀드릴게요."

오 차장을 중심으로 영업 3팀의 구성원들은 비겁과 순응을 현실로 포장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충분히 아름답고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현실에 저런 팀장, 저런 대리가 어딨냐?라는 체념성 실소가 터져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지 못해서 부럽기도 하고 부럽다 못해 스스로의 비겁함이 불편해진 김 차장, 이 대리들은 급기야 비난하기 시작한다. 인간은 모두 제이익에 충실하고 결정적 손해 앞에서 인간적 정 따위 종이짝 만도 못하다는 편견을 마치 불변의 진리인양 꺼내든다.


한때 오 차장 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알 수 없는 동질감으로 오 차장에 이입되어 틈만 나면 [미생]을 이야기하고 그를 흉내 내려 했다. 남들은 비현실적이라고 손가락질할 망정 개인성과와 출세 따위 관심 없고 해야 할 일만을 묵묵히 수행하는 그런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김동식 대리나 장그래 사원 같은 부하직원들이 심정적으로 나를 따르고 그 힘으로 회사를 버텨낼 수 있게 될 것이라 여겼다.


문제는 막연한 이상만으로 현실이 따라오지는 않는다는데 있었다. 구체적인 이행계획 없이는 그저 뜬구름 잡는 이상주의자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현업에 있을 때는 몰랐다. 내가 믿었던 내 사람들은 지극히 현실적 감각으로 각자의 성과와 성취, 보상과 승진을 바랐고 그들이 속속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그렇게 실패했고 현실이 그렇고 그렇다는 사실에 증거 하나를 더 보탰을 뿐이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야 내가 품은 이상을 현실화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미생]의 한 장면 속에서 포착해 낸 통찰. 리더의 어떤 행동이 드라마 속 판타지에 불과한 이상화된 팀을 손에 잡히는 그것으로 현실화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희미한 가능성.


#장면 셋. [미생 13화 中]

영업 3팀은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카드 겸 연하장을 손수 쓴다.

'저 역시 사람구실 하며 살고 있습니다' 라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글씨를 쓰고 있던 장그래.


"장그래"

"네 차장님"

오 차장은 장그래에게 연하장을 건네주며 말한다.

"첫 번째 메리크리스마스"

"아, 감사합니다."


옥상에 올라가 펼쳐본 카드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yes!'

라고 쓰여있다. 카드는 경쾌한 BGM과 함께 한 장의 나비가 되어 장그래의 과거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날아간다. 1년 남짓한 계약직 사원에게 건네는 의미를 꾹꾹 눌러담은 격려와 인정. 백만금과 바꿀 수 있을까?

수백, 수천 돈보다 내 편, 내 사람이라는 인정과 격려, 그 위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전히 '감사는 돈으로 표시하라'는 1차원적 가치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팀 분위기, 인간미, 끈끈함으로 연결된 파트너십 보다 '열라 갈궈도 실적 가져오는 팀장'이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턱없을 그것.


'회사 일이란 게 다 그런 거야' 라며 선 긋는 그들에게 이제야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천만에. 얼마든지 인간적이면서도 성과도 내는 팀을 만들 수 있어"라고.




라포(Rapport)부터 만들고 관찰, 기록하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초코파이 CM송은 적어도 이 시대 회사 조직에서는 거짓말이다. 수십 년을 함께 산 가족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철저히 공적인 관계로 시작해 인간적인 교감 따위 '한가한 타령'정도로 치부하는 전쟁터에서 '척하면 턱' 하는 이심전심 쿵짝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라포(Rapport)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용어로, 서로 마음이 통한 상태로 어떤 일이라도 터놓고 말할 수 있거나, 말하는 것이 충분히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상호 관계를 말한다.


[미생]의 영업 3팀은 라포가 강력하게 형성된 경우다. 이 팀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지켜보며 비현실적이네 판타지네 울분을 토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팀에 라포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라포도 없는 상태에서 심지어 혼자 말하는 리더, 물어보지 않는 팔로워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라면...서로를 알아들을래야 알아들을 수가 없다. 라포는 이상적이지만 대단히 비현실적인 관계를 현실의 그것으로 내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래서일까? 리더들은 어렴풋이라도 라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수한 회식자리가 바로 그 증거다. 쟤가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싶으면 "오늘 한잔 하자" 라며 술자리를 제안한다. 부어라 마셔라 만취 상태로 "너 내 마음 알지, 마~ 꽁한 게 있어도 사내새끼가 풀어야지. 회사일이란 게 다 그런 거야. 오늘 진탕 마시고 풀어. 그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는 거야!"


그다음 날 찾아오는 것은 숙취뿐. 뭔가 말은 많이 한 것 같은데 실제적으로 도움 되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맨 정신으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만취한 가운데 갑작스레 툭 하고 풀릴 리도 없다. 문제의 근원은 조금도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만다. 술로, '우리가 남이가' 으쌰으쌰로 잠시 덮어둔 진짜 문제는 여전히 기저에 남아 반복된다. 리더는 리더 나름대로 술도 사주고 이야기도 들어줬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야? 싶다.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점점 피상적이 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감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무의미한 관계지향으로 치닫다 마침내 파국으로 이어진다. 팀십, 인간적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회사가 동아리냐?'는 무지성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리더들이 라포 형성에 실패하는 궁극적인 원인은 어쩌면 지나친 관계지향에서 오는 피상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더 구체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속마음은 물론 그들의 실제 일에도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실무를 떠난 지 오래기도 하고, 리더라는 위치에서 지시와 검토를 위주로 권한을 행사하는 '권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올라선 자리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고 왕년의 올챙이 시절을 까마득하게 잊고 윗선의 해바라기가 된 리더들일수록 구성원들과 멀어진다.


관계의 피상성이 무서운 이유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별로 아는 게 없다는 데 있다. 섣부른 짐작과 단정이 판을 치고 편견으로 굳어진 막연한 인상만으로 막상 피드백을 위해 누군가를 불러다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말문이 막힌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이 친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실마리 역시 그 피상성에 있다. 어떻게 하면 피상성을 줄이고 구성원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 질문. 그 답은 관찰과 기록에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Task matrix를 제안한다. 일 자체를 곤충의 머리-몸통-팔다리로 분류하듯 Pre - Operation - Post의 과정으로 나눠 실제 어떤 일을 어떤 비중으로 누가 하는가? 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Task matrix sample


이를 통해 일정 시점에서 일의 진행과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 역시 가능해진다. 일을 나누고 그 기대치를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게 된다.


학력, 나이. 직책, 업무 등 그 모든 것을 감안해서 기대 수준을 정하고 그 기대 수준에 미달하는지 딱 맞는지 초월하는지에 따라, 역량강화, 기대치 수정, 새 역할 부여의 세 가지 피드백을 취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상대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일 -> 사람 그 자체로 이어져 라포는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에서의 일은 결국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다. 관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일은 그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완전히 망가지고 파탄 지경에 이른 조직, 인간을 부품 취급하며 그저 시키는 일만 척척 해내길 바라는 비인간적 조직에서는 일의 동기를 부여하기 쉽지 않다.


속도가 초과됐는데 방향이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학교 앞 도로 제한속도는 30km 다. 대부분의 학교 앞 도로에는 실시간으로 지나다니는 차량의 속도가 찍히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차 내부의 속도계도 있지만 가장 먼저 닿는 외부의 시야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라는 뜻이다. 만약 30km를 초과해서 달리고 있다면 '30km를 초과했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받는다. 이 간단한 원칙은 피드백에서도 통용된다.


리더들이 피드백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피드백해야 할지 몰라서다. 피드백 전에는 뭔가 할 말도 많고 지적할 부분도 많다고 여겼는데 막상 불러서 앞에 앉혀놓고 보면 마치 백지장을 앞에 놓고 글을 쓸 때처럼 막연하고 할 말이 없어진다. 그저 "요즘 어때? 잘하고 있어?" 정도로 말문을 열 뿐. 그다음 꾸역꾸역 이어지는 말은 "맡고 있는 일 어떻게 돼가?" 정도다. 구성원이 "뭐 그럭저럭요." "잘 돼 갑니다"라고 하면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질 동력을 잃고 사적 대화로 빠지거나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종료되기 일쑤다.


어쩌다 일에 관한 직접 피드백으로 이어져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속도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방향을 이야기하는 경우다. 속도제한구역 안에서 '30km가 초과되었으니 속도를 줄여야 한다'라고 콕 집어 말하지 못하고 제대로 못하면 큰일 난다고 말하는 식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리더가 구성원의 일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드백 방법론에 대해 제대로 배우거나 고민한 경험이 없을뿐더러 피드백 자체를 불필요한 일이거나 번거로운 일정도로 여겨 제대로 수행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저 일이란 연초 세워둔 일정대로 밀어붙이고 연말이 되면 계획대비 달성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정도만 체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간 점검이나 연중 피드백을 제도화해 놨어도 무용지물인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매몰되어 건너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일의 목표를 설정할 때부터 의의와 목적은 대충 적어 넣고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이전의 목표에서 얼마를 더 할 것인가? 정도로 과제들이 세팅되는 것도 문제다. 일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왜? 어떻게? 를 이야기할 여지는 현저히 줄어든다.


팀의 성과는 결코 우연히 달성되지 않는다. 일의 시작과 중간, 끝을 꾸준히 점검하고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장해요인을 사전에 발견해 제거하고 상황에 따라 방법론과 접근법을 변경해야 할 경우들이 무수히 발생한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정기적을 주고받지 않고는 일의 경과, 애로사항을 알아낼 재간이 없다.


매주 시행하는 주간 회의나 업무 현황 보고로는 디테일을 잡아내기에 한계가 있다. 담당자의 재량에 맡긴다는 말 역시 어불성설이다. 사실상 방치와 다를 바 없다. 팀전체의 기대치를 정하고 그 기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판단해내려면 지속적인 중간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 아무리 주인의식을 가진 담당자라 할지라도 리더의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을 장기간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 탁월한 성과와 원활한 팀십은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피드백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작되고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는 꽤나 치명적이다.


이렇게 중요한 피드백 어떻게 해야 할까? 4Re를 제시한다.

Require - 이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목적과 의의를 구체화하고 기대치를 명확히 하라

Response - 일의 목적성, 기대치에 대한 대상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쌍방향으로 결정하라

Result - 일의 결과를 구체화하라. 숫자,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이미지화하고 공표하라

Reward - 기대치에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결과를 보였을 때는 이를 근거로 확실하게 보상하라


이 네 가지 단계를 따르면 피드백은 비로소 구체적 과정이 된다. 피드백은 개인적인 사담을 나누고 '열심히 하라'며 어깨를 두드리며 마무리하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소박해도 좋다. 의미 있는 인정과 칭찬, 보상을 하라

로젠탈 효과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베스트셀러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로버트 로젠탈 교수가 발표한 이론으로 칭찬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하는 용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20%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8개월 후 명단에 오른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았다. 교사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일맥상통하는 용어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젠탈 효과 [Rosenthal Effect] (한경 경제용어사전)

누구나 인정과 칭찬이 중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다만 그 인식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 그 실효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돈을 중심으로 한 외적 보상을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향이 여전하고 피드백의 경우처럼 어떻게 인정하고 칭찬해야 하는지 How to를 모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대상에 맞지 않는 인정과 칭찬을 하는 경우다.

인간은 다양성이 표준이다. 애초에 모두에게 들어맞는 일반적 방법론은 있을 수 없다. 인정과 칭찬 역시 누구에게나 다 통할법한 1차원적 수준의 뻔한 방법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

A대리는 내향형에 안정지향적인 사람이다. A대리에게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패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하면 동기부여는커녕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쩌다 그런 일을 맡아 성과를 냈더라도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A대리는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야 잘 해낼 줄 알았어!"라고 칭찬해 본들 정작 당사자는 의미 있는 칭찬으로 듣지 않는다.


리더는 구성원의 성향을 파악해 철저히 개인화된 칭찬, 인정을 습관화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의미 없는 인정과 칭찬을 하는 경우다.

회사 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인정과 칭찬은 연말 인센티브나 평가, 승진이다. 공식적인 제도하에 이루어지는 과정인 만큼 필수적이고 일정 부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의미 있고 개인화된 보상이라기엔 부족하다. 이외에 연말 우수사원, 우수조직 등 별도의 인정, 칭찬, 보상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도 많지만 이 경우에도 사실상 '돌려먹기식'인 경우가 많다. '올해는 이 대리가 받았으니 내년에는 김 과장' 식이다. 특히나 공식적인 평가는 낮은데 우수사원으로 뽑히는 경우 오히려 동기를 저하시키는 웃지 못할 촌극이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팀 내에서 팀 리더 주관으로 소박하게 마련한 스몰 보상에서 감동과 동기를 얻는 경우 드물지 않다. 큰돈이 들거나 시스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교감, 진정성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을 진정성 있게 관찰해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칭찬과 인정, 합리적 비판과 개선점을 제안하고 구성원들은 그 진정성을 받아들여 스스로와 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는 과정에서 진정성은 극대화되고 서로 간의 끈끈함은 배가되어 한번쯤은 일해보고 싶은 팀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나는 틈만 나면 '이런 팀에서 이런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구체적으로 그 팀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누구를 통해 뭘 배우고 또 배운 것을 누구에게 어떻게 펼쳐낼 것인지를 꿈꿔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기고 의욕이 솟았다. 비록 현업에 있을 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이행하지 못해 그 이상을 현실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선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 둘 조금씩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믿는다. 처음부터 '현실적이지 않고 회사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선부터 그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하루 8시간 이상,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yes'라는 피드백을 서로에게 줄 수 있는 팀에서 일할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를 조그맣게 나눠 전체 속으로 집어넣을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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