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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Oct 16. 2023

나를 보는 IQ가 5라면 남을 보는 IQ는 5만인 이유

Emotion_ self _1. self awareness 자기 인식

사람의 감성지능을 알아볼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을 종종 하곤 했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에서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라는 기계처럼 인간의 감성지수가 숫자로 표시되고 나 자신은 물론 상대의 그것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관계의 질은 무척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은 감성지능 개발의 시작점이다. EQ(감성지능 Emotional Qutient)라는 용어를 최초로 도입한 예일대 피터 셀로비와 뉴햄프셔대 존 메이어는 자기 인식을 "감정을 ‘일어난 그대로’ 인식하는 자기 인식이 감성지능의 근본 원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들을 이어 EQ를 대중화시킨 다니엘 골먼은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의 특징으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하고, 좌절에도 앞으로 나아갈 줄 알고, 만족을 뒤로 미루며 충동을 억제하고, 자기 기분을 통제하고, 걱정거리 때문에 사고력이 저하되지 않게 하며, 감정이입을 할 줄 알고, 희망을 품을 줄 아는 능력" 등 8가지를 들었는데,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이란 결국 객관적인 자기 인식에 기반한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자기 인식이란 결국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에 대한 답이다. 아니 내가 나를 모르면 누가 알아? 싶겠지만 객관적인 자기 인식을 갖춘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주변에 흔치 않다. 나 역시 나 스스로를 본격적으로 돌아보게 된 계기는 회사를 그만 두면서였다. 무려 45세의 나이가 되어서야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옳았을까? 바람직한 것이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까.


그 결과 지금까지의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로 지극히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삶을 살아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퇴사 후 4년간 틈만 나면 소환되었던 지난날, 수도 없이 돌출되는 부끄러운 내 모습과 이불 킥할 장면들, 그것을 당사자이면서 제3자의 입장으로 목도하는 일은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와의 관계에서 누군가 겪었을 불편과 상처들을 발견할 때면 몸 둘 바를 두지 못했다.


다행히 끝도 없는 자기혐오로 빠지지 않고 새로운 내가 되어 살아보겠다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변화는 어떤 계기로 시작되고, 그 계기는 자신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움직임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쿠르트 레빈의 변화론과 그 지난한 여정에서 만난 선구자들의 자기 고백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박완서는 책 서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이가 먹을수록 지난 시간을 공유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과거를 더듬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같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행복론]의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얼굴에 있는 커다란 땀구멍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얼굴에 있는 뾰루지는 눈에 잘 띄는가? 이는 온몸에 흉측한 곰보 자국이 난 사람이 아름다운 육체에 있는 작은 주근깨와 사마귀를 보고 비아냥 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 때 무척이나 존경했던 국내의 한 철학자는 공개 강연에서

"나는 절대로 충고를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는 10분도 안 돼서 지인에게 "이제 그만 배우세요. 나이 60이 넘어서도 배우는 재미가 크다니요? 이제는 자신을 드러내세요!"라고 충고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는데, 충고 안 하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말을 바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 뒤집는 자가당착을 증명한 셈이다. 이 철학자는 평소 주장한 "경계를 품고 한쪽에 서지 않아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어기고 모언론에 특정 정파를 비난하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시공과 분야를 막론하고 명망 있는 인사들 조차 자기 인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물며 그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의 문장과 사례는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준엄한 진실을 깨닫게 해 주었고 기존의 단단했던 내 아집과 고집불통의 자아에 균열과 붕괴를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심리학을 통해서도 자기 인식과 관한 흥미로운 개념들을 배울 수 있었다.

더닝-크루거 Dunning - Kruger 효과는 너무나 무지해서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 1권만 읽은 사람의 확신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내가 아는 것이 전부라는 듯,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무엇보다 주변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귀 막고 눈감은 것처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독단에 빠진 리더들은 자신뿐 아니라 조직 전체를 병들게 하는 원인임에 틀림없다.  


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메타인지와 학습 효과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성적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의 공통된 특성으로 메타인지를 꼽았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어디에서 틀렸는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향후 학습 효과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70점을 맞더라도 70점 맞을 것으로 예측한 학생이 80점을 맞았지만 90점을 맞을 것으로 예측한 학생보다 더 발전의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 역시 명백히 자기 인식의 영역에 해당한다.


문제는 우리 교육 현장부터 직장인의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에 걸쳐 시간을 두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순순히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교에서는 영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라 닦달하고 직장에서는 과정이야 상관없고 결과만 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결과주의와 당장의 이익에 몰두하는 단기적 성과주의가 판을 친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왜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깊이 있게 생각하고 그 결과를 나눌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다. 숨 막힌다. 오늘날 회사 조직에 만연한 인간성 상실의 문제, 관계의 파탄은 머리는 좋지만 감성적 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개인과 경쟁과 숫자에만 치중하는 조직의 콜라보가 낳은 당연한 결과물이면서 50점짜리 리더들이 스스로를 90점으로 착각하도록 만든 이유다.




감성지능과 이성지능의 균형을 갖춘 사람부터 확보하라

우리가 그동안 마치 종교처럼 떠받들어왔던 이성지능 중심 엘리트주의는 명백히 시대착오적이 됐다. 머리'만' 좋고 감성이 메마른 반쪽짜리 괴물들은 지난 산업사회에서 고도의 성장을 이끄는 공을 세웠지만 이른바 지식산업사회, 가치소비 사회로 진입하며 그 수명을 다했다.


사회는, 시장은 새로운 가치를 원한다. 기업의 철학과 지속 가능한 고차원적 가치에 열광하고 스스로 팬을 자처하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신선하다 못해 이질적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잠깐 반짝하고 말 변종들이 아니라 다시 인간으로 회귀하려는 뉴노멀의 중심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이끌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점이다.


객관적 자기 인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첨병이자 키맨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누구를 채용하지 말 것인가?' 의 질문 병행되어야 한다. 채용단계부터 감성지능 역량을 제대로 검증해 인간에 대한 공감도, 윤리의식도, 공정경쟁에 대한 지지도 없는 얼음심장들을 걸러내야 한다. 이들이 오늘날 회사 조직 곳곳에서 인간을 부품화하고 각종 관계의 문제를 일으켜 결국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쳐왔다는 증거는 여기저기 널렸다.


채용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재점검하라. 이성지능 중심, 학벌 위주 채용 원칙을 용도 폐기하고 전폭적인 인성검증 과정을 중심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재구축하라. 기존의 시험형 인적성 검사로는 인성파탄, 인간성 제로인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힘들다.


가능하다면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빅테크 기업들처럼 채용 검증에 수개월의 시간을 투자하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검증 과정에 사활을 걸어라. 가능한 선에서 검증에 필요한 인풋(돈, 시간, 노력)을 대폭 늘려 반쪽짜리 썩은 사과 rotten apple를 철저히 솎아내라. 우리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채용에 달렸다면, 허투루 검증하겠는가? 인재를 재정의하고 그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Pause,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라

잘 쉬고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사실에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근면성실을 기치로 쥐어짜면 생산성이 올라가던 시대 역시 막을 내린 지 오래다. 오히려 제시간에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야근을 일삼는 이들은 무능력자로 간주되어야 할 판이다. 괜히 제시간에 일 마친 사람까지 불필요한 강박을 느끼게 하고 팀 성과에 해를 끼칠 뿐이다.


물론 게임 개발처럼 시수를 충분히 들여야 퀄리티가 좋아지는 비즈니스도 있다. 그야말로 인력을 갈아 넣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왜 없을까?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 일부의 사례가 일반화될 수는 없다. 지적산업시대, 가치소비의 시대에 일하는 방식은 명백히 기존과는 달라져야 한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 최적의 효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시장이 원하는 진정한 인재의 덕목이다.


무엇보다 창의적 생각은 물리적, 정신적 여유에서 나오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 자기 인식 역시 강화된다. 때로는 멍 때리면서 공상하고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있게 관찰하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점에 강점이 있고 약점이 존재하는지 파악해 내는 일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는 신사업 개발기획만큼이나 중요하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는 준엄한 진리를 인지하고,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일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뭘 모르고 아는지 조차 모르는 더닝-크루거 효과에 매몰된 사람이 조직에 많을수록 배는 산으로 간다. 이들은 스스로를 완벽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관계의 문제를 일으켜 조직 전체를 파탄으로 몰고갈 여지 역시 매우 크다.


회사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업무 시간 중 자유롭게 사색이 가능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정기적으로 관련 워크샵을 열어 의도적인 자기 인식 강화의 기회를 갖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나도 그렇다


以기주의자가 돼라

좋을 때 좋은 건 아무것도 아니다.

"너 만나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너만 안 만났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었어."

어디선가 이런 대화가 들려온다면, 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대화 내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갈등의 상황에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탓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연인 관계라면 짧게는 수개월안에 비극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칼 들고 협박' 해서 만들어진 관계가 아니라면, 어떤 관계든 두 사람의 의지가 쌍방으로 작용해 만들어졌을 일이다. 그런데 갈등이 생길 때마다 '네 탓' 이라며 책임 전가에 열을 올린다면 결코 건강한 관계일리 없다.


회사 내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인간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려온다면 조직 내 관계의 문제가 생겼다는 시그널이다. 어떤 형태이건 관계의 문제는 대개 자기 인식의 문제, 예컨대 자기 자신을 먼저 앞세울 때 생긴다. 특히 과도하게 자신에 매몰된 강압형 리더의 존재는 위협적이다. 이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말과 행동이 앞서는 경우가 잦은데 부하직원들은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업무에 대한 동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리더들은 더욱 고립되어 객관적 자기 인식에서 더 멀어진다. 급기야 문제가 발생하면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성과는 본인이 독식하는 형태로 나아가 상황은 더 악화된다.


조직문화팀은 리더십 진단을 통해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개는 리더의 자기 인식 부족과 그로 인한 독단의 문제가 크다. 독립적 기능을 하는 팀 내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외부에서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워 리더와 팔로워 모두 다른 방향으로 고립되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회사 전체에 '부바부' '팀바팀' 이라는 말이 돌고 심지어 외부에도 그 사실이 알려진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폐쇄적으로 굳어버린 리더의 자기 인식에 균열을 일으키려면 최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진단 결과를 제공하고 그 원인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리더와 팔로워 간에 인식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왜 그런 격차가 발생했는가? 원인에 주목해 해결책을 찾도록 가이드해야 한다.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서도 객관적인 자기 인식에 눈을 뜨고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리더는 드물다. 그러나 끈질기게 성공사례를 찾아 스토리화하고 해당 리더를 모델링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변화는 나 밖에 모르는 利기주의 조직에서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以기주의로 조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조직 전체를 以기주의로 만들 수만 있다면 '나만 알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일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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