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만두집은 '김XX손만두' 같은 가게다. 언제부턴가 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로 길 가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만두집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어느새 정형화된 모습으로 이곳저곳에 들어섰다.
호기심에 사서 먹어보면 특별히 대단한 맛도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도 아닌, 딱 예상한 만큼의 맛이다. 크기 역시 특별히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정도다. 별 감흥이 없다는 말이다. 프랜차이즈화 된 만두집은 대개 만두를 직접 빚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떼오는 완제품이거나, 피와 속을 기성품으로 납품받아 가게에서 빚는 것처럼 퍼포먼스를 할 뿐이다. 이 경우라면 만두집 사장이 만두의 맛이라는 본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장이나 직원이 정작 만두를 잘 모르는 상태로 만두를 파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어딘지 모르게 우리가 일하는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그랬을까? 군자동의 이X만두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고기와 김치 딱 두 가지 메뉴로 바쁜 사람들 줄 세우는 광경이 무척이나 생소하면서도 기시감이 들었다. 을지로나 서촌, 충무로에 위치한 수십 년 역사의 노포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아우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인테리어는 물론 '아 됐고, 이 음식 하나만큼은 내가 제일'이라는 단출한 메뉴판에서 묻어 나오는 포스를 얼핏 봤기 때문이다.
이후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그 집을 유심히 살폈다. 어김없이 줄이 서있거나 sold out 간판을 내걸고 문을 닫은 거리의 풍경은 각자의 형태로 낯설었고 호기심을 더했다. 만두라는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메뉴를, 그것도 먹거리가 널려 있는 먹자골목 인근의 레드오션에서, 하루 두 번 딱 두어 시간 만에 완판을 이어가는 압도적 영업력의 비결은 뭘까?
개인적으로 실제 먹어본 적도 없고 맛이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개업 후 수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사람들을 줄 세우고 있다면 며느리도 모르는 비책 정도는 가졌음이 틀림없다. 대중은 영악하다. 어딘가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호기심에 일단 줄서보긴 하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 정도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 두 번 다시 찾는 않는다. 잠깐 반짝했던 핫 플레이스들이 여차하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유다.
아마도, 이X만두의 젊은 사장은 만두에 미친 사람일 테다. 전국 방방곡곡 만두 맛집이란 맛집은 다 돌아다니며 맛을 보고 재료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풍부한 육즙과 독특한 식감과 언제 먹어도 한결같은 맛을 지닌 최고의 만두소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무수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얇으면서도 터지지 않고 쫄깃함을 유지하는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도 쪄보고 저렇게도 밀어보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만두소와 만두피로 정성스레 만두를 빚고 쪄냈을 것이다. 그렇게 팔려나간 만두는 별다른 광고도 없이 입소문을 더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아 하나둘 가게 앞에 줄을 세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만두에 관한 한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생기고 일 그 자체가 재미졌을 것이다.
반면 정형적인 만두집은 조금은 편하게 장사를 준비하고 시작했을 것이다. 만두집을 한다면서 만두피를 빚어본 적도 없고 속을 연구한 적도 없고 그저 기성 제품을 사다 쓰면서 이게 안 팔리면 저것도 팔아보고 그러느라 메뉴판은 잡동사니 천국이 됐을 것이다. 유행 따라 계절 따라 위치 따라 그럭저럭 장사는 됐겠지만, 딱 거기까지. 그런 만두집이 맛으로 감동을 줄 리도, 사람들을 줄 세울 리도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추켜세우거나 또 누군가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속사정을 알아서 하는 말도 아니고 그저 내 머릿속 뇌피셜로 사고실험을 했을 뿐이다. 프랜차이즈 만두집이라고 직접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미는 집이 왜 없을까? 직접 만들어 판다고 다 맛있으리란 법은 또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동네의 작은 만두집 이야기를 TMI로 펼쳐낸 이유는 일의 본질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그 덕택에 '16년의 회사원 생활을 통해 나는 무엇으로 성장해 왔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직장인 누구나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이 일에 전문가입니다' 라고 자신 있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언젠가 '먹고사니즘' 이라는 밈 meme을 들은 적 있다. 먹고살기 바빠 최소한의 일만으로도 번아웃이 와서 성취감이니 성장이니 그런 달달한 것에 빠질 이유도 겨를도 없다는 의미로 알아들었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쳐내기 바쁜 루틴 하고도 영양가 없는 삶에 대한 푸념이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그런 태도는 직장인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삶을 더 무료하고 고단하게 만들었다. 일은 그 자체로 누군가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수단임을 감안할 때 그저 '먹고살기 위해'라는 명분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면 그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한가?
'장인'이라는 단어는 요즘 같은 시대에 더 귀하고 그래서 빛이 난다. 만두장인 역시 마찬가지다. 만두라는 영역이 있고 그 안에서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얻을 수만 있다면 즉시 내 정체성과 연결된다. 내가 파는 만두는 당연히 내가 만들어야 한다. 누가 만들어주는 것을 내 것으로 포장해서 파는 일은 내 정체성을 해치고 자존감을 짓밟는 일이 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전국방방곡을 돌며 맛집을 찾고 재료를 연구하고 망치고 밤을 새워가며 레시피를 만드는 열정은 그렇게 생기고 유지된다.
일이 만두라면 나는 어떤 만두집에서 어떤 만두를 팔고 있는 것일까? 이X만두처럼 일하고 있을까? 아니면 정형적인 만두집처럼 일하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대기업계열인 비비고 만두처럼 일하고 있을까? 꼬리를 무는 질문들.
그 답을 찾고 싶어졌다.
부캐? 주캐는 있고?
한때 부캐 열풍이 거셌다. 유느님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에서 트로트 가수에 도전하며 유산슬이라는 예명을 쓰면서 부터다. 일반인들 역시 자신의 부캐를 찾겠다며 SNS는 한동안 시끄러웠다. 부캐 열풍은 생각보다 금세 시들해졌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주캐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재석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예능계의 탑MC로서 이보다 주캐가 명확한 사람이 또 있을까? 주캐가 확실하니 부캐도 먹힌 셈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이라면 어떨까? 부캐를 찾기 전에 자신만의 확고한 주캐릭터는 가지고 있을까?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그냥 회사 다닙니다' 라는 말 외에 딱히 나를 설명할 수 없다면 회사원은 내 주캐로서 충분한가? 잘 모르겠다.
확고한 주캐릭터가 없다는 말은 내 전문분야가 없다는 의미다. 이걸 좋게 포장하면 제너럴리스트쯤 될 텐데 사실 말이 좋아 제너럴리스트지 이것저것 맛만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주캐를 특정하고 그 역할 하나만을 특화시켜 일할 수는 없다. 특히나 일반 사무직의 경우 요구되는 직무 전문성의 수준도 생각보다 낮다. 그저 윗사람을 설득할 정도면 된다. 역량이 조금 부족해도 관계라는 우회로가 있어 괜찮다. 게다가 많은 회사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는 명목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서이동을 시킨다. 구성원 스스로도 이직할 마음은 없고 이곳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이 있다면, 제너럴리스트를 자처하기도 한다.
문제는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양산된 제너럴리스트들이 차츰 '워킹좀비' 상태가 되기 쉽다는 데 있다. [딥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종종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서 수행하는 행정적 작업을 피상적 작업이라 분류했다. 피상적 작업은 새로운 가치를 많이 창출하지 않으며 따라 하기 쉽다. 피상적 작업들은 교묘하게 생산적인 느낌을 주지만 시간대비 보상이 형편없는 무의미한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매일 현황 점검 회의를 하고 엑셀 장표에 숫자를 집어넣고 회의 참석 이메일을 보내고 왜 참석하지 않느냐고 독촉하고 복사기를 점검하고 목적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윗선의 오더를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일, 대체로 이런 일들을 제너럴리스트들이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주니어라면 주어진 일 외에도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도 괜찮다. 깊이 파려면 먼저 넓게 파야 한다는 격언을 고려하면 이 시절 겪은 다양한 경험은 내 주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주니어 시절을 벗어나서도 피상적 업무의 비중이 50% 이상이라면 문제다. 이들은 어떤 한 분야의 정점에 이르지 못하고 운과 관계라는 불확실성에 직장생활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내세울 강점이란 누군가에 대한 충성심, 무난한 성격, 적어도 실수는 하지 않는 숙련 정도다. 자기를 드러내지 못하고 전문성이라는 성장판이 닫혀 그 조직 내에서나 겨우 통할 '사회적 난쟁이'로 전락하고 만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사람을 굳이 말려가며 스페셜리스트가 돼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되었다면 유감이다. 스페셜리스트든 제너럴리스트든 그 결정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어야 하고 그 끝그림은 명확히 그려야 한다. 만두집을 하건 김밥천국을 하건 자기 마음이지만, 그 결정의 주체는 반드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캐는 겨우 만들어진다.
역량은 T.A.S.K로 관리하라
주캐가 정해지고 그 일을 통해 성장하려면 역량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역량 competency은 능력 ability과는 조직 내에서 쓰임새가 약간 다르다. 역량은 능력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지만 어떤 분야의 '일에 필요한'이라는 조건이 붙어 조금 더 집요하고 세부적이다.
테니스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취미로 치는 테니스가 아닌 ATP(프로테니스 협회)투어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가 되려면 포어핸드와 백핸드, 발리와 서브 등 종목에 특화된 각 동작과 동작에 연결된 신체 작용을 구체적으로 나누어 훈련할 필요가 생긴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동작을 익힌 후 각 동작을 구분해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내고 강점을 강화할지 약점을 극복할지 전략적 판단을 내린다. 이후 전문코치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일정 시간 이상의 연습을 꾸준히 소화하고 실전을 치르면서 폼과 퍼포먼스, 체력 등 모든 영역에서의 완결성을 추구해야 한다. 단순히 뛰고 달리고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일반적 운동 능력의 정의만으로는 그 어떤 종목의 프로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회사에서의 일도 마찬가지다. 학교도 좋고 학점도 높고 외국어 능력도 있으니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있겠지? 라며 일을 맡겼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역량은 일반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전체적이지 않고 개인적이다. 그렇다면 역량이란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걸까?
바로 T.A.S.K다.
T는 Talent 재능이다. 어떤 일에 있어 이 사람이 역량이 있는지 살피려면 먼저 재능이 맞아떨어지는 체크 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개인 면담을 통해서다. 리더와 구성원의 1:1 미팅을 통해 본인의 적성과 재능에 대해 1차 의견을 듣는다. 그다음은 진단 tool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시중에는 직무 적성, 성향, 태도를 진단할 수 있는 검증 tool들이 수두룩하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정답은 없다. 우리에게 적합하다 싶으면 그게 정답이다. 마지막으로 면담과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정말 그러한가?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개인의 재능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ex) 현업에 있을 때, People smart진단 tool을 활용했는데, 내향적vs외향적, 일중심vs관계중심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네 개의 유형을 분류한다. 간단하면서도 꽤 효과적으로 일하는 타입,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A는 Attitude 태도다. 수많은 현장의 리더들이 태도를 오해한다. 인간성, 예의범절, 리더인 자신에 충성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런 관계성 역시 필요하다. 리더와 구성원 간 친분관계를 뜻하는 LMX(Leader Member eXchange) 이론에 따르면 리더와 구성원 간 개인적 친밀감을 형성 정도가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그러나 역량에서 말하는 태도는 관계, 친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하는가?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가?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하는가? 등 그 일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개인적 관점, 자세, 기질을 말한다. 리더는 팀과 일의 성격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구성원의 태도를 몇 가지 카테고리로 규정해 관찰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에 활용해야 한다.
S는 Skill 일의 숙련도다. 일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 방법론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 의 문제다. 스킬 향상은 비교적 간단하다. 실제로 많이 해보면 된다. on the job training, 즉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숙련에 이르는 것이다. 팀에 도제식 훈련이 가능한 멘토, 코치 역할의 선배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개인 역시 스킬을 연마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 비교적 심플한 데다 결과 역시 눈에 띄기 쉽다 보니 Skill이 역량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는 데 있다. Skill은 역량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무직에 가장 필요한 스킬이 무엇이냐?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해력'이라고 말하겠다.
K는 Knowledge 지식이다. 일과 관련된 이론, 이슈, 트렌드 등 모든 종류의 정보를 망라한다. 지식 역시 스킬과 마찬가지로 역량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인풋이 부족하면 양질의 아웃풋이 나올 수 없듯 스킬과 지식이 부족하면 일을 잘할 수 없지만, 스킬과 지식이 뛰어나다고 자동으로 일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지식습득 역시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일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지식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트렌드를 좇을 수 있어야 한다. 회사는 구성원 개인이 일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소한의 필요 정보는 사내 시스템에서도 찾아볼 수 있도록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러닝어카운트를 제공하고 학습시간을 배려해 주는 등 회사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실 T.A.S.K 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KSA를 업그레이드시킨 개념이다. 누군가 역량이란 무엇인가?라고 HR담당자에게 물으면 10에 8은 KSA라고 답할 것이다. 지식과 스킬 태도라는 3요소를 잘 뽑기는 했는데,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이 KSA라 명명한 이유는 뭘까 싶었다. 더구나 세 요소 중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요소들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지식이나 스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능, 정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T라는 요소를 더해 T.A.S.K라는 새 용어를 만들었다.
결국 '일을 잘한다'는 의미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일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가지고 스킬과 지식을 꾸준히 갖춰나가는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리더는 그 과정을 피드백하고 회사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일이야말로 일을 통해 성취를 느끼고 성장하는 동기부여의 과정을 완성한다.
Career path track을 명확히 제시하라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가]의 저자이자 메타 1호 디자인 전략가로 근무했던 크리스 채에 따르면 메타의 career path는 Upward move(상향이동) lateral move(수평이동) 평행트랙이라는 제도를 통해 승진의 길이 관리자와 전문가 두 가지로 나뉘고 언제든 강점에 따라 두 트랙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전문가 트랙인 upward move를 선택했다가도 상황에 따라 관리자 트랙인 lateral move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때 육성되는 제너럴리스트는 목적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된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일들을 맛보기 시켜보는 무의미한 transfer(부서 간 이동) 정책에서 양산되는 맹탕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메타라는 회사에서 특정 부서의 성격에 특화된 관리자형 제너럴리스트가 육성되는 셈이다. 이들은 특정 직무에서 전문성을 지닌 스페셜리스트 못지않게 전문 관리자(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며 일의 동기와 본질을 좀처럼 잃지 않고 회사의 성과에 기여한다.
메타 외에도 대부분의 성공적인 기업들은 나름의 Career path 체계를 제대로 갖추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처럼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트랙을 명확히 구분해 운용하는 경우는 드물어도, 적어도 핵심인재(Hi-Po)와 팀장 후보군(Successor) pool 정도는 만들어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적성과 재능을 파악해 일을 특정하고, 그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다양한 포지션과 성장 트랙을 구체화해 스스로 밟아나갈 길을 명확히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은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신상필벌을 넘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 그에 맞는 인재의 확보와 유지, 일을 통한 성장이라는 세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개인과 조직 모두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이런 체계 자체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이라면 그 안의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동기는 불 보듯 뻔하다. 서둘러 우리 회사의 career path를 점검하라. 구성원의 지속적 동기는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일 그 자체로 불러일으키고 유지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라.
10가지 메뉴를 파는 김밥천국도 존재의 이유가 있고, 만두 하나에만 올인하는 만두집도 의미가 있다. 10가지를 평균정도로 잘하는가? 1가지를 최상위 수준으로 잘하는가? 어쩌면 개인 성향과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는 10가지 메뉴의 최대치가 평균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김밥천국이 잘되면 그 옆에 김밥헤븐이 들어설 수 있지만 이x만두가 잘되도 삼x만두는 쉬이 들어설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