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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Nov 03. 2023

두 번째 책 인세 200만 원을 받았다

참지, 마요_ 내적욕구 _좋아하는 일

두 번째 책 인세를 받았다.


정확히는 200이 조금 넘는다. 판매부수당 10%에 선인세를 제하고 받은 금액이다. 판매부수는 밝히지 않겠지만 대략 계산해 보면 나오지 않겠는가? 이 정도면 초보 작가치고 폭망 수준은 벗어나지 않았나 싶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실 출판사로부터 인세 보고를 받고 살짝 놀랐다. 첫 책은 더 형편없었으니까.


다른 작가들이야 어떻게 정산하는지 모르겠지만 출간계약 당시 '출간 1년 후 정산한다'라는 내용에 별 반대 없이 수긍했다. 수만 권씩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다음에야 매달 정산하는 것도 사실은 의미가 없는 노릇일 테니 말이다. 출판사에 허구한 날 연락해 얼마나 팔렸어요?라고 물은 적도 없다. 1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훌쩍 흘렀고 어느새 정산 시기가 됐나 싶었을 뿐이다.


정기 수입이 3년 10개월째 끊긴 마당에 200이라는 돈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1년간의 수입이니 달로 치면 20도 채 안 되는 돈이지만 순전히 내 글만으로 만들어낸 수익이라 의미가 제법 크다. 아니 눈물이 찔끔 날만큼 고맙다. 사실, 생활비가 거의 떨어져 가던 참이었다. 인세로 한 100만 원만 들어와도 숨통이 트이겠다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어디 가서 달러빚이라도 얻어야 하나 싶던 찰나. 그래도 솟아날 구멍이 생겨났다. 어떻게 알았는지 며칠 전 동생이 돈 50을 보내왔다. 후원금이란다. 나이 50이 다 돼서 4년 가까이 가장 노릇을 내려놓은 오빠가 걱정되었으리라. 후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손아래 동생에게 후원금을 받는 처지라니. 그래도 냉큼 받고 잘 쓰지도 않는 이모티콘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이제 반응이 조금씩 온다. 곧 돈 많이 벌게 되면 이자까지 쳐서 갚으마~'

허세도 떨어본다.


종종 나는 뭐 하는 인간인가? 질문지옥에 빠질 때가 있다. 작가? 그 허울 좋은 타이틀로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싶은 생각에 자기 비하의 구렁텅이로 끝없이 침잠할 즈음 호흡용 대롱이 어디선가 내려와 꽂힌 셈이다. 다행히 숨을 쉬게 될 수 있을 만큼. 그 알량한 작가 되기 참 힘들지 뭔가.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주변에 면목이 없어지는 일. 그래도 내 갈길은 이것뿐이라는 다짐 속에 하루하루 뻔뻔해지는 낯은 덤으로...


출판사는 재쇄여부를 슬쩍 물었다. 표지를 갈고 신간처럼 재출간 하자는 거다.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고사했다. 책 내용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 전의 시점에서야 스스로의 능력에 합당한 최선이었을 테지만 시간이 흘러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피드백과와 조금 더 성장한 눈으로 판단해 본 결과 지극히 함량 미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니 스스로도 납득 못하는 완성도의 글로 그럴듯한 포장을 다시 내놓는다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기만이다. 시장과 독자에 대한 우롱이며 나 스스로를 향한 배신이기도 하다.


'그냥 절판을 시켜주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책을 내준 출판사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거지 같은 원고였지만 왜 그런 걸 알아보지 못하고 책을 내준 것이냐고 따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받아 준 출판사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걸 쓴 내가 문제지.  


인세와 피붙이의 후원금(?)로 인하야 잠시 빵빵해진 마음을 쓸어내리고

다시 워드를 열고 하얀 백지를 마주한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저 쓸 뿐'이라는 아이작 뒤네센의 말을 곱씹으며 투닥투닥 뭔가를 쓰고 다듬고 고개를 갸웃하고 한숨을 내쉬고 참다 참다 죄다 엎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테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냥 가보는 거다.


"좋아서 시작한 일을 지속해 끝내 열매 맺게 하는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의무를 다하고, 약속을 지키고, 폐를 끼치지 않으며, 하기로 한 건 어떻게든 해내려는 마음. 또 동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조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엊그제 읽은 최인아 책방의 주인장 최인아도 위로의 말을 건넨다.


나 역시 같은 마음임을...


비록 자그마한 나 혼자도 먹고 살기에는 턱없는 열매이지만... 그래도 1년을 버텨 맺어준 게 어딘가... 기특하고 고맙다. 모두에게. 모든 것에. 모든 상황에. 여러모로 빚을 진 나는 이제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게 돼버렸다.


200만 원으로 그렇게 또다시 1년의 동력을 충전하며 다짐한다.


참지 말고, 무조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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