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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스 leex Dec 12. 2023

월1000 수입! 베스트셀러 작가! 누구나 가능하다고?

참지, 마요 _부조리 _성공한 자들의 위선

분야를 막론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가끔 울컥할 때가 있다. 죄다, 어쩌면 하나같이 세상천지 저보다 못하고 못난 사람 없다고 스스로를 낮추는지.


이전에는 그런 겸손의 말을 들으면 스스로 위안이 됐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도 자신을 한껏 낮추어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뭘까? 부끄러운 마음이 막 들면서,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으니까.


심지어 누구나 월 1000 수입은 기본이고 성공한 작가가 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성공한 사업가도 일단 시작하고 보니 커진거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그냥 쓰다 보니 된 거고, 이름만 들으면 대번 아는 자기 계발 강사도 맨몸으로 시작해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그 자리에 오르게 됐고...


어? 그렇게 인생이 쉬운 거였어? 싶다가 언제부턴가 진심일까?라는 의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의 겸손과 뒤이은 장담에 혹해 '그렇다면, 나도 한번?'이라는 마음을 품고 그들의 실제 궤적을 좇다 보면 이내 마주하게 된다. 거하게 뒤통수를 맞고 속았다며 부들부들 떨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실은 금수저까지는 아닐지라도 먹고살 걱정 없이 제 일에만 몰두할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떤 분야에 평균 이상의 재능과 적성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좀처럼 하지 않을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상도 못 할 어마어마한 노력을 했고, 딱 죽기 직전까지의 고통과 좌절을 겪었고, 그런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겨우겨우 그런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제대로'된 진실을 저 밑바닥 어딘가에 꽁꽁 숨겨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타고난 환경과 재능, 적성 거기에 죽기 살기의 노력이 80 이상이고, 그래 후하게 쳐서 20 정도는 운이 뒷받침되었다는 '현실적' 겸손을 떨었다면 진정성이 더 느껴졌을 것이다.


속으론 1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해야만 건방진 놈이라는 욕을 먹지 않고, 더 많은 존경과 관심을 받으며, 더 많은 것을 팔아먹을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겸양의 가면을 쓴 채 연기 중일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내뱉는 겸양의 말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모양이 된 것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과 함께.


마치 선심성 립서비스를 건네듯, '아이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라고 손사래를 거듭 쳐대지만 속으로는 '나는 너희들과 달라. 그리고 진실을 말해줘도 너희들 중 그걸 실천할 사람은 없을 걸?'이라며 조롱하는 듯하여 불뚝, 화가 치미는 것이다.


적당한 위선, 가식은 관계에 있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누가 봐도 보이는 것을 굳이 제 입으로 담고, 한껏 뻐기는 사람보다야 위선과 가식일망정 겸손을 흉내라도 내는 사람이 보기엔 더 낫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아무 생각 없고 게을러 빠진 일반대중에게 '나도 너와 같았고 거기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런 정도의 성취는 쉽게 얻을 수 있을 거야' 라며 대책도 없는 희망고문을 남발하는 행위는 위선, 가식을 넘어 기만에 가깝다.


역사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가정이지만,

7~80년대 중정 안가 같은 곳이 있어서 이들을 잡아다 묶어 놓고

'진실을 말하라'고 윽박지르면, 그때야 '나는 너희들과 레베루가 달라' 라는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우리 아버지가 나보다 더 부자예요."

백종원 씨의 자수성가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성공은 온전히 자기 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부유했던 집안 덕에 이런저런 시도가 가능했다는 고백.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부에 전념해 명문대에 진학했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갚을 걱정 없이 전국을 돌며 먹거리들을 접할 수 있었던 이유. 그런 경험들이 쌓여 오늘날 자신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는 속내를 터놓는 일이야말로 가식이라곤 없는 진짜 겸손이 아닐까?


성공의 최상단에 오른 이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최소 수년 이상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온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그 일에 전념했던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새 그 지점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도달하고 보니 그 과정이 수월하게 보였을 수는 있어도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따를 수 없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들이 밟아온 궤적의 중심에 재능이든 금수저 집안이든 평범한 사람은 범접할 수도 없는 노력이든 뭔가 하나라도 특출 난 부분이 반드시 있었다는 말이다. 밑도 끝도 없는 성공한 이들의 과장된 겸손이 그 엄혹한 진실을 철저히 가려온 셈이다.


고백하자면, 그들의 성공이 한없이 부러워 겸손이라는 미덕마저 고깝게 들리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직문화와 글쓰기라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돈도 벌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일.


4년여 전 퇴사를 결정하고 내가 원했던 길을 선택해 걷게 됐지만, 성공에 대해 크게 오판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내 경력과 글쓰기 실력 정도면 적어도 1년 이내에 승부가 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오만, 이미 돌아갈 다리는 불타버렸다는 마음으로 하루 12시간 이상 글쓰기와 읽기에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어떻게 써야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지 알지 못한다. 이 지난한 길의 끝이 어딘지,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여부 역시 안개 속이다. 4년이 부족하면 5년, 6년, 7년 그렇게 나 자신을 믿고 묵묵히 걸어보자고 다독일 따름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반드시 도달할 정상에, 세상을 향해 외칠 것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완주하지는 못하는 길이다. 알고 와도 그렇고 모르고 오면 더 그렇다. 그래도 마음이 동한다면 내 뒤를 밟으라.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할 거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평범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결심하고 행동한 이후에야 평범함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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