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질 토양으로 유명한 부르고뉴 샤블리 지역의 가장 높은 밭 등급인 그랑 크뤼. 그중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샤또 그르누이'는 5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하며, 힘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와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처음 향을 맡을 때 과실향과 부싯돌의 미네랄리티 사이에서 피어나는 오크향이 인상적이다. 열자마자 마실 때는 상당한 바디감에 바닐라향과 고소한 견과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돌 향을 간직한 아주 약간의 산미로 부드럽게 긴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레몬, 라임, 자두 등에서 느껴지는 산미가 더 올라오고 전체적인 풍미와 밸런스가 더 극대화된다.
지금까지 먹었던 화이트 와인 중에서 단연 압도적인 최고이며, 개인적으로 이날 회식에서 먹었던 와인 중에서도 1등으로 꼽는다.
'그르누이'는 개구리라는 뜻으로 강과 접해있는 포도밭에서 여름밤이면 개구리들이 올라와 달빛을 즐긴다는 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올해 여름밤 강가가 보이는 곳에서 드뷔시의 달 빛(Clair de lune)을 들으며 그르누이를 한 잔 해야겠다.
20240222. 라 샤블리지엔, 그랑크뤼 그르누이 with 레몬 오일 갑오징어 구이 in 어바웃풍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