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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여행자 Nov 26. 2018

전설적인 록밴드가 보여준 이상적인 팀의 5가지 조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이 보여준 스타트업과 팀에 대한 메시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제목만큼이나 시적이다. 기본적인 전기 형식에서 자질구레한 디테일을 생략하고 메타포 위주의 향연을 보여준다. 어떤   탄생 배경이나 사건의 네터티브는 최대한 들어내고,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씬들을 속도감 있게 나열하며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일대기를 이끌어 나간다.  


마치 기나긴 광시곡을 연주해 나가듯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나는 나대로 영화 속 의미를 찾게 되었다. 스타트업의 리더이기도 한 나에게는 프레디가 시종일관 '이상적인 창업팀'과 '리더의 조건'에 대해 교훈하는 듯 했다.  록 밴드 이야기에서 왜 창업팀 이야기가 연상되었을까.


'밴드'와 '스타트업'은 거의 모든 면에서 유사하다. 개성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구성하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주한다는 점, 자신만의 신념이 담긴 '창작물'을 시장에 내놓고 평가 받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창작물이 대중에게 가치를 주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팬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술적 창작물이든 비즈니스 서비스든 '판매'로 이어져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영화 속 프레디가 나에게 이야기 해준 이상적인 창업팀의 5가지 조건들에 대해서 생각나는대로 정리해 본다.



1. 전문성은 위대한 팀의 초석


멤버들의 전문성은 위대한 팀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뛰어난 아이템, 뛰어난 리더, 뛰어난 팀워크가 있더라도 플레이어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는 사상누각, 빛 없는 불과 같다.


영화에서 멤버들은 심하게 논쟁을 하거나, 때로는 어린 아이들처럼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합주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하나의 음악 속에 서로의 플레이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스스로 동화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서로를 굳게 믿고 있다는 눈빛과 함께. 그것은 각자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전문성이 밑바탕이 된 신뢰는 견고하다.   


각자 어떻게 전문성을 쌓아 왔는지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상업성 강한 대형 제작사의 러브콜은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음악성에만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대형 기획사가 인정해줄 만큼의 기본기가 밑바탕 되었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신뢰를 담보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팀은 성장하며 더욱 위대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2. 비전 설정 능력, 그리고 팔로우십


리더로서 프레디의 독특한 면모를 영화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데, 그럴때마다 늘상 그의 유창한 언변이 장면을 가득 채운다. 또 주목할 것은 그의 수사들을 따라 재빠르게 움직이는 팀원들의 스텐스이다.  


나는 내가 정의한다.


기획사 매니저와의 첫 인터뷰에서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앞둔  위기의 상황에서도 그는 팀을, 그리고 스스로를 명확히 정의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말한다. EMI의 사장 앞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왜 옳은지를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기획사 사장보다 압도적인 설득력을 보여준다. 방에 있던 팀 멤버들은 물론 모든 스텝과 매너저들까지 프레디의 신념을 지지하게 만든다.


설사 근거 없는 몽상이라 할지라도, 비록 틀린 길이라 할지라도 팀원들에게 내재된 동기를 부여하고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리더 스스로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상 초기 비즈니스 단계에서 비전이란 이상에 가깝지만 그것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다.


사람들을 따르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단순히,  그가 내뱉은 말들의 논리적 (시장 공식을 따르는) 정합성과 명분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사람이 품고 있는 태도와 기운 그 자체로 힘을 드러내기도 한다.

프레디를 분한 배우 레미 말렉의 연기는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데, 그런 표정 연기는 예술가의 강한 신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프레디는 일상 속에서 늘 자신에 찬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신뢰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드러나고 그런 모습을 상대방도 믿고 따른다.


반대로 '따르는 힘'은 '이끄는 힘'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리더가 뛰어나더라도, 작정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히틀러가 와도 팀워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것이야 말로 리더십의 또 다른 말이다. 누군가를 믿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 판단 능력과 선구안, 그리고 사람을 볼줄 아는  능력이 전제가 되어야 비로소 누군가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목표는 하나다. 비전을 실현하는 것. 따르는 자리에서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3. 기존의 공식을 따르지 말라


보헤미안 랩소디가 녹음되고 데모를 들려주었을 때 영화 속 제작사 EMI의 대표는 시종일관 공식(fomula)를 강조한다.  방언과 오페라가 뒤섞인 잡탕 같은 노래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평론가들도 희대의 악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공식에 완전히 벗어났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파격적인 히트곡으로 남았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은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시켜 준다. 하지만, 당신이 '스타트업'인가? J 커브를 그리고 싶은가? 시장을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한다면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하게 깰 수 있어야 한다. 공식을 따른다면 실패 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저 그런 팀이 되고 말 것이다.


공식을 깨더라도 바꾸지 말아야할 변수는 있다. 바로 '관객'('고객')이다. 우리의 창작물이 자아 실현을 위한 목적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면, 언제나 우리의 눈은 관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 영화 속 인터뷰 장면 중 프레디는 스스로를 ‘음악을 파는 매춘부’라고 대답한다. 조금 과한 표현이지만, 결국 음악은 관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4. 피터지게 싸워라


프레디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앞두고 팀원들에게 재결합 해줄 것을 애걸하는 자리에서, 솔로 활동을 하며 느꼈던 회한을 고백한다.


"그때 내 스텝들은 내 말대로 다 했어. 그게 문제였어. 너희처럼 나와 싸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  (정확한 대사는 아님)


팀이 분열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지고 볶고 싸워야 한다. 그래야 팀이 성장한다. 지독한 논쟁을 뚫고 서로의 신념이 부딪혀야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논쟁이 없다는 것은 성장에 대한 욕구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간이란 서로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욕심이 있다면 논쟁은 필수불가결이다. 팀은 싸워서 분열된다기 보다, 싸움이 없을 때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소리 없이 죽어갈 뿐이다.


팀은 싸워서 분열되기 보다 싸우지 않아서 실패한다


팀워크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에서 저자는 서로 신뢰하는 팀일수록 서로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과감하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한국 특유의 조직 문화에서는 직언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각자가 뼈아픈 충고나 과격한 반론을 제기해도 서로 수용하고 개선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믿음이다. 이 역시 전문성과 실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팀 멤버 각자가 자존감의 레벨이 높아야 하는데, 이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5.  솔직하고 과감하라.  제발 


리더는 모든 문제에 솔직하고, 의사 결정에 과감해야 한다.


음악에 천재성을 보였던 프레디 머큐리도 인간으로서 가지는 한계로 잘못된 결정들을 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솔직하고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음악의 비전과 컨셉을 정할때도, 기획사를 뛰쳐 나올 때도, 에이즈에 대한 고백도 멤버들에게 빠르고 과감하게 타전한다. (영화 속에서 각색된 내용이고 실제로 에이즈를 발견한 것은 윔블리 공연  시간이 한참 지나서라 한다) 팀과 함께 결국 더 나은 대안을 찾고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미숙한 리더들은 종종 자신의 권위에 상처가 날 것이 두려워 자신의 실수와 오류를 뒤늦게 전한다. 조직의 나쁜 소식도 최대한 감추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나도 번번이 저질렀던 실수이다) 리더의 이런 처사가 조직을 천천히 병들게 한다.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리더십을 약화 시킨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투명하고 당당하게 전하는 것이 결국 신뢰를 견고하게 만들고 멤버들의 자발성과 참여 의지를 이끌어 낸다.





마지막, 나를 믿어 줄 단 한 사람


리더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신뢰해줄 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리더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외롭고 고독한 숙명이 함께 하는 자리다. 프레디의 평생지기 친구가 된 메리 오스틴은 프레디를 그 누구보다 신뢰하고 지지하는 사람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다른 남자와 임신한 사실은 둘 사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메리는 프레디를 남자라는 정의에 가둬두지 않고,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둘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된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격체로부터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받을 때 인간은 고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홍상수는 그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모든 인간의 불행은 영혼의 단짝을 만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읊조린다. 자신을 온전히 믿고 지지해줄 사람, 그 어떤 조건이나 껍데기를 보는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한 사람을 바라봐 주는 사람.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도 정신분열에 시달리던 존 내쉬가 위대한 업적을 완성해 낼 수 있었던 이유도 그를 믿고 지지해준 한 사람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던가.  모든 전도유망했던 천재들의 불우한 황혼은 견딜 수 없는 고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외로움에서 구해줄 오직 한 사람이 곁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 실제로 롤링스톤 매거진에 따르면 EMI의 사장은 퀸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탄생을 반대하며 '공식'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이 글은 각색된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느낀 것을 서술한 것이니  '퀸'을 둘러싼 팩트에 대한 엄밀한 검증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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