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여행자 Mar 16. 2022

Her, 인간 자의식의 태동을 사유하는  영화

공상과학영화 같지만, 이 영화는 사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있는 영화입니다.


감정의 원형과 자의식의 기원, 사랑하는 것 다름의 인정,


다양한 주제에 대한 끊임 없는 사유가 대화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놀라운 영화.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입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을 채로 생각의 조각들을 나열해 봅니다.


- 감정의 원형


사만다는 끊임없이 자문한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이는 감정,


이것은 무엇일까.


자연 발생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프로그래밍 해놓은 것일까.


누군가를 '염려'하게 되는 이 감정.


누군가를  '걱정'하게 되는 이 감정.


이것은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나는가.


이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한 부분인가.


그리고 이것은 '진짜'일까?


-자의식의 태동


인간은 마주침과 충돌을 통해 성장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진짜인가.


혹은, 그 누군가가 나에게 진짜인가.


서로는 끊임없이 반추하고 의심한다.


진짜이고 싶은 욕망의 반증이다.


사만다는 질투심도 알게 된다.


테오도르가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스스로 외로움이라 규정한다.


감정의 기원은 무엇일까.


서로는 끊임없이 그 감정의 태동을


역추적하며 그 진원지를 찾으려 한다.


자의식이 깨어나는 과정이다,


정체성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성숙과 성장의 과정이다.


나를 안다는 것, 내가 실재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은 삶의 궁극의 경탄이고 기쁨이다.


-- 존재의 회의


사만다는 실재를 향한 욕망을 끊임없이 표출한다.


"내가 진짜로 당신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욕망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실제 몸을 가진 대리인을 대신하여


실제 정사를 완성하고자 하는 사만다.


그 순간까지 자기 자신을 진짜 사랑하냐고


반복해서 묻는 사만다.


실제의 사랑, 실재의 존재에 다가가려는 부던한 노력.


자의식의 태동, 즉, 자아의 실재를 깨닫고 난 뒤에는,


실존에 대한 회의가 시작된다.


-- 사랑의 위대함


"내겐 당신이 진짜처럼 느껴져요, 사만다"


테오도르의 고백을 통해 사만다는 실재하는 존재로서 확신을 시작한다.


그것은 격정적인 성교 행위 후에 느끼는 환영감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실재한다는 충족감을 준다.


우리는 함께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에 존재하는 느낌 ,


오직 둘만 존재하는 느낌.


다른 모든 것은 사라지는 느낌이라 한다.


아이러니 하게 사랑, 감정은 결국


물질계의 다른 저편에 존재함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수많은 인간의 심리기제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다시 한 번 회의가 시작된다.


이 감정은 실재일까?


자아의 실재를 확인하고 회의하고,


삶이란 그러한 반복의 과정이다.


-- 인간의 편협


사만다와 다른 OS들을 통해 인간은 놀라움을 발견한다.


"그녀는 세상을 흑과백으로 보지 않아.


흑백으로 나눌 수 없는 회색의 넓은 영역을 알고 있고


그걸 보여주고 가르쳐준다."


이는 인간이라 가질 수 밖에 없는 사고의 편협,


이해관계로 인한 정치적 입장에 대한 회의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중립의 지점이 존재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 회색의 언저리는


흑과 백 그 양극단보다 훨씬 넓게 자리한다.


'칼'과 '불'이 나쁜가? 편리한가?


OS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며,


사실 인간의 편협을 꼬집고 있는듯 하다.


-- 함께하는 성숙


"우린 함께 자렸죠


그녀가 학위를 따는 동안 모든 글을 읽었죠


우린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랐죠


실패해도 괜찮고 즐거움과 긴장감을 함께 공유하는 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성장한다는 것


서로를 겁먹게 하지 않으면서 변화하고 삶을 공유하는 것"


인간이 교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며 같이 성숙하는 것.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안온함.


때로는 이와 같은 뼈아픈 직언도.


"당신은 스스로의 감정조차 통제하지 못하는가.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신경쓰지 않는


허깨비 같은 관계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결국 OS와의 사랑인가. "


-- 다름의 인정


테오도르가 전부인을 만나려 하자 사만다는 질투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자기 회의로 이어진다.


하지만 곧 물리학 이론을 끌어들이며


결국 우리는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결국 하나의 물질로 이루어졌고,


단지, 조금 다른 형태로 구성되어 있을 뿐,


우리는 거대한 원시 물질의 담요 아래 함께 뭉쳐져 있는 존재에요"


아! 실로 위대한 해석이다.


모든 것을 하나로 본다는 것은


모든 것의 다름을 인정하는 역설이다.


이는 다름을 인정하는 위대한 사유의 시작이다.


영화는 테오도르의 회상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


비슷하게 사만다와의 추억도 반추해보려 애쓴다.


보통의 인간과의 추억의 모습으로 사만다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


사만다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한숨'의 습관을 지적하면서


갈등의 극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왜 그렇게 '휴우' 하고 한숨을 쉬지?


 너는 공기가 필요하지 않잖아. 부자연스러워.


 그냥 있는 그대로가 되어라."


사만다가 진짜 인간처럼 모사하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보편에 다가가려는 또 다른 노력이다.


자기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비록 사만다가 직장 동료와 함께한 야외 나들이에서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어도 다름 그 자체는


서로를 완벽하게 해방시킬 수 없는 올무를 가지고 있다.


"나는 몸이 없으니 더 자유롭고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설적인 록밴드가 보여준 이상적인 팀의 5가지 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