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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Nov 30. 2019

나는 매일 아버지를 생각한다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나는 매일 잠들기 전에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12년이 흘렀다. 힘들 때마다 내 꿈에 나타나는 아버지. 오늘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함께 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투고 집안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우리를 극장에 데려가셨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다 같이 웃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버지는 일을 하고 집으로 올 때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가지고 오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늘 우리를 생각하며 사셨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어머니 편이었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만나 고생하며 사시는 게 안타까웠을 뿐,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고3시절 독서실에서 집으로 갈 때 매일 같이 데리러 오셨던 아버지다.  딸이 걱정되어 제때 주무시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셔야 하는 아버지에게 늘 미안했다. 그래서 조금 일찍 나와서 혼자 집으로 가다 집앞에서 아버지와 마주치면 혼나곤 했다. 하루는 독서실에서 혼자 집으로 가는데 나를 좋아하던 남학생이 내 뒤에 졸졸 따라오다 아버지에게 딱 걸린 적이 있었다. 남학생은 내가 걱정되어 뒤에서 같이 걸었을 뿐이었는데 아버지는 큰일 날 뻔 했다며 나를 나무라셨다. 그날 이후 나는 독서실에서 꼼짝 않고 아버지를 기다려야만 했다.


 아버지와 함께 대학 등록금을 내러 갔던 때가 생각난다. 세 군데 원서를 넣고 두 군데 합격했다. 2지망은 사립대였고 3지망은 국립대였다. 나는 2지망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 상 부모님은 3지망을 선택하길 바라셨다. 아버지와 3지망 대학에 등록금을 내러 가는 날, 나는 참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집으로 와서 많은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눈물을 흘리던 내 모습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거다. 결국 학교에 가서 환불을 하고 2지망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참 죄종하고 또 한편으로 감사하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알겠다. 살아계실 때는 효를 다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후에야 깨달으니 말이다.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내 꿈에 자주 나타나신다. 특히, 내 마음이 힘들 때 뭔가 말해주려고 찾아오시는 것 같다.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해 고민하던 날이 있었다. 그날 밤 꿈에서 아버지를 봤다. 떨어진 낙엽에 뭔가를 적어 내 손에 쥐어주시던 아버지. 꿈에서 끝내 펼치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하지만 그날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늘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안다.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지켜주신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낀다. 늦었지만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제는 알겠다. 마음에서 지우지 않는 사랑은 늘 내 곁에서 머문다는 것을.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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