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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Dec 12. 2019

아이들은 이미 완벽하다

11살, 매일 웃는 울 아들

 아들은 내가 봐도 귀엽다. 요즘 초등학교 4학년이면 사춘기라는데 아들은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았다. 내 생각엔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그래서 그런가. 아들은 요즘 초등학생들과 다른 점이 많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을 좋아하고 노래도 아이돌 노래가 아니라 트로트를 좋아한다. 그런 모습을 친구들도 재밌어한다.


 내가 어디 갈 때, 가끔씩 아들을 봐주시던 할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할머니가 좋아하던 노래를 즐겨 불렀고 할머니 옆에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듣거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학년 첫 날, 학교 담임 선생님이 젊은 사람이면 맘에 안 들고 나이 든 사람이면 만족해했다. 지하철을 함께 타면 꼭 노약자석으로 가서 앉아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내릴 때가 되면 벌써 친해져서 “잘 가라.”, “안녕히 가세요.”라며 인사를 나눈다. 누구 아들인지 친화력이 장난 아니다. 존경스럽다.


 아들은 사람들 눈치를 잘 보지 않는다. 자신만의 세상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늘 즐겁고 호기심이 가득하고 하루하루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하고 키워서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보다 버스, 지하철 만드는 모습을 더 자주 본다. 어릴 때부터 버스와 지하철을 너무 좋아해서 노선이랑 기종까지 다 외운다. 하지만 책은 매일 읽도록 교육한다.


 시험을 치면 점수가 좋지 않아 내심 걱정이 되었다. 30점, 40점을 받고 와서 혼자 싱글벙글. 친구들은 하나 틀려도 울상이라는데 혼자만 신나서 이야기한다.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낙천적인 아이다. 내 아들이지만 신기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버려두면 상상 이상의 능력을 보인다. 그리고 긍정적이며 해맑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차단해서 가지고 있던 것들을 잃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공부해라. 공부해라 노래를 부르니 정작 열심히 해야 할 시기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공부해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았으니 초등학교 때는 놀게 해주려고 한다. 조금씩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은 아들이 영어 시험을 100점을 받았다. 집에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자랑을 한다. 얼마 전 아들이 내게 제안을 했었다. 전 과목 다 100점 받으면 부산 가자고. 부산 가서 지하철이랑 버스 타고 싶다고 말이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약속을 했다. 설마 하는 생각이었는지도. 근데 이제 좀 불안하다. 하나만 틀렸으면. 부산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기에, 목표가 있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다. 늘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 돌아보며 또 앞으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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