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지영작가 Dec 16. 2019

나에겐 후회할 시간조차 없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내일 죽어도 오늘 희망을 갖고 살 거야.”


 오늘 엄마랑 통화하면서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성격이 급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더 급해지셨다. 나도 급한 성격인데 엄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좋은 일이 있어서 막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너는 또 그렇게 기대하다가 실망하려고? 뭐든 게 다 네 뜻대로 되는 게 아니야.”


 나는 엄마도 좋아하실 줄 알고 말한 건데,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셔서 너무 서운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남동생이랑 통화하면서 기분이 언잖으셨던 거다. 그래서 나한테 투덜대셨던 거였다. 


 생각해보니, 가까운 사람들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반응을 할 때, 늘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기분이 좋으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지만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는 어떤 좋은 말도 좋게 들리지 않는 거. 나도 그랬었지. 상대방이 늘 하던 대로 해도 내가 기분 나쁜 날에는 그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듯이.


 어떤 일을 해낸다고 해서 당장 인생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노력은 언젠가 그 대가를 지불한다고 믿는다. 공짜 노력은 없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든 순간에도 나는 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늘 가지고 살았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지금은 다들 힘들고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현실이 아니라고. 안다. 20대 청춘들이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우리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노력해도 취업전선에서 노력한 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30대, 40대, 50대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노인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그러고 보니 정말 힘들지 않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내일이 끝이 아닌데 어떻게 희망을 버리고 살 수 있을까. 나는 자신 없다. 내게 희망이 없다는 것은 난 이미 죽은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니까.


 노력해서 안 되면 노력이 부족한 거겠지. 노력이 나를 배신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엄마가 나에게 쓴 소리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기대했다가 실망할까봐 걱정되는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말했다.


 “나에겐 후회할 시간도 없다.”고.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슬프다고 슬픔에 빠져있을 수 없는, 기쁘다고 그 기쁨을 오래 누릴 수 없는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내 삶이 좋다.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고, 그날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잠든다 해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어릴 땐 시간의 소중함을 몰라 감정을 많이 허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에겐 정말 후회할 시간조차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은 이미 완벽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