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기후 변화 위기는 이제 지금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온실가스에 의한 것이며, 필요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외에도 인류가 만들어내는 대량의 쓰레기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점점 나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 두 가지 문제 모두, 인류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할수록 점점 심해집니다. 간단한 해법 중 하나는 되도록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것, 물건들을 되도록 오래 가게 고품질로 만들고 하나를 오래오래 쓰는 것일 듯합니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많은 물건들은 한동안 쓰다가 버려질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집니다. 일회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다양한 물건들이 좋은 재질로 견고하게 만들어진다면 수십 년 쓰일 수 있겠지만 그 대신 다소 부실하게 만들어집니다. 오늘날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고작 수십 년 쓰일 것을 내다보고 지어지지만, 천 년 전에도 인류에겐 수백 년 동안 거뜬히 사용될 수 있는 집을 짓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독일에는 지은 지 100년 이상 된 현역 주택이 아직 많습니다. 물론 지금 지어지는 주택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의 수명을 갖게 지어지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업계 사람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요.
현행의 경제 체제 안에서는 최대한 많이 팔아야 최대의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생산이 장려•촉진됩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빨리 소모해 버리고, 되도록 일찍 새것을 사야 장사가 더 잘 됩니다. 아파트도 빨리 헐고 다시 지어서 새로 팔아야 건축업체가 돈을 더 벌 수 있습니다. 휴대폰, 자동차, 옷, 각종 생활잡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쓰기를 권장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최대한 많이 팔아야만 사업체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소비와 생산을 최대한 촉진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인류의 장기적인 안녕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인 환경 보호와 정면으로 충돌하다 못해 그 과제의 수행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생산자에게 되도록 오래 쓸 수 있게 가능한 기술적 한도 내에서 가장 품질 높고 견고한 물건을 만들려는 경향, 그리고 소비자에게 물건을 잘 관리하여 버리지 않고 최대한 오래 쓰려는 경향이 생기게 해 줄 획기적인 경제 체제는 없는 걸까요? 그런 새로운 체제를 고안한 경제학자는 없는 걸까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