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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동 Jan 04. 2024

스페인 시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괴로워하는 이를 위해

망할 '미라클 모닝', '아침형 인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천하며 덕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스스로를 '못난 인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안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시절 교양 수업 시간에 과제로 나온 독후감 때문이었다. 아직 순수해서 어떤 책이든 그대로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아서, 한 달 정도를 책에서 말한 대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다. 무척 힘들었지만 과제도 완벽히 해내고,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실천했다. 그리고 과제 결론은 '아침형 인간은 개뿔. 사람마다 저녁형 인간도 있고, 올빼미 인간형도 있는데 왜 한 가지 인간형만 옳다고 하는가!'로 써냈다. 

실험해 보는 한 달 내내 피곤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각성할 때쯤엔 잘 시간이 되었다. 에라이.


과제는 그렇게 써냈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오랜 시간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한 부담이 있었다. 게으름과 나약함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하며 감추기 급급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인간. 엄마에게 등짝 맞아도 할 말 없는 자식. 단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정석의 인간'. 


5년 전쯤 스페인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아침형 인간'이 노력 없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알람을 설정하지 않아도 이른 아침 눈이 떠지고, 집중력은 적절하게 발동했고, 적당한 시간에 잠이 왔다. 여행 가서도 특별히 한국과 다른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과 낮, 저녁 시간을 훌륭하게 보내는 자신을 보며 '아! 나는 스페인 시간이 맞아!'라고 쾌재를 불렀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 패턴을 유지하니 마음의 찜찜함도, 허둥대며 '솓아라 집중력! 안되면 카페인이라도!'를 외칠 일이 많이 줄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당신에게 맞지 않는 시간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랬다.


한국에서 살며, 한국 회사에서 정한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부분이 아쉽지만, 맞지 않는 행성에 사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를 찾아보고, 이제 그만 '모자란 인간'이란 은은하게 불편한 마음을 내려 놓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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