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깜깜과 어스름의 사이>
* 2021.04.05에 출간된 독립출판물 <깜깜과 어스름의 사이>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독립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해방촌, 강남점), 망원 이후북스, 공릉 지구불시착, 인천 북극서점, 원주 책빵소에 입고되어 있습니다.
어둑어둑 까만 밤, 책상 앞에 앉습니다. 가로등 불빛으로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창밖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그와 함께했던 장면들이 하나둘 머릿속에 번져갑니다. 둥글게 떠오른 미소와 함께 그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마음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스탠드 불을 켭니다. 그를 생각하며 편지를 씁니다.
타닥타닥.
21세기의 편지는 먼저 타자로 씁니다. 이리저리 횡설수설한 글보다는 조금이라도 정돈된 글을 보내고 싶거든요.
안녕,
그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러고는 쏟아져 나오는 말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 모든 것들을 글자로 쏟아내 봅니다. 한 페이지의 글이 완성되고 마지막으로 날짜와 이름을 적습니다.
202X년 X월 XX일. 흣쨔 씀.
상자를 꺼냅니다. 차곡차곡 모아둔 엽서들이 가득입니다. 하나씩 넘겨보며 그와 어울리는 엽서를 골라봅니다. 그는 귀엽고도 사랑스러우며 따뜻한 사람입니다. 하얀 눈이 그려진, 이 엽서가 좋겠네요.
펜 하나를 꺼냅니다.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펜 끝으로 목소리를 써 내려 갑니다. 그립다, 고맙다, 좋은 사람아. 삐뚤빼뚤 정돈되지 않은 글자가 춤을 추며 하나의 글을 만들어갑니다.
사각사각.
적다 보니 또또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 타자로 쓴 편지와 내용이 달라집니다.
엽서를 들고 불빛 아래서 읽고 또 읽어봅니다. 이 편지를 받을 그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마음으로 읽을지 떠올려 봅니다. 이제, 편지를 보낼 준비가 끝났습니다.
봉투에 편지를 담고, 그의 이름과 그의 주소를 씁니다. 나의 이름과 나의 주소도 씁니다. 책상 밑에서 상자를 하나 더 꺼냅니다. 휘적휘적 손을 저어 스티커 하나를 꺼냅니다. 봉투 위에 하나, 봉투 위에 둘, 이곳저곳 스티커를 붙입니다. 이 편지를 받을 그에게 어울릴, 그가 보면 웃음이 날 스티커를 붙입니다.
내일이면 이 편지를 들고 우체국으로 갈 겁니다.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에 넣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제겐 우표가 없습니다. 이것도 21세기의 편지인 걸까요.
“일반 우편이요.”
그를 향한 편지가 느리더라도 차분히 닿길 바라며, 나의 우편함을 바라봅니다. 그의 답장도 언젠가 여기에 꽂혀 있겠지요.
이제 그 편지를 기다려봅니다.
✍일어나는 소리, 흣쨔!
느린 걸음의 산책가이자 수집가.
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후루룩 흘러가버리는 일상 속에서, 그는 한 걸음씩 내딛으며 이야기 조각을 수집한다. 조각은 그의 조각이기도 하고 당신의 조각이기도 하다. 때론 그림책 같기도 하고, 한 편의 시 같기도 하다. 잠깐 걸음을 멈춘 그는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를 띄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