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평영
수영 5개월 차. 평영을 사랑하는 수영인이 되었다. 자유형, 배영, 접영도 배웠지만 왜 가장 평영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신다면, 단점으로 불리는 느린 속도에 이유가 있다. 평영은 정말 느리다. 다른 영법과 차이 나게 느려서, 같은 레인에서 혼자 평영을 한다면 나의 뒤로 꽉 막힌 교통체증이 생기곤 한다.
내 뒤의 사람들에게 멋쩍게, 먼저 지나가세요- 하고 자리를 비켜주곤 다시 흐읍 숨을 참고 물로 들어간다.
팔로는 물을 양껏 안아 앞으로 찌르고, 다리로는 개구리처럼 접었다가 펼치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팔다리의 리듬을 잘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평영을 처음 배울 때면, 팔과 다리 그 무엇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다리는 더더욱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다리 동작을 배울 땐, 내가 왜 제자리에서 이러고 있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추진력을 얻기 시작하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물 위로만 보이던 수영장의 세계가 물 아래로까지 펼쳐진다. 흡, 숨을 쉬고 한껏 아래로 내려간다. 보골보골 나의 숨 방울과 파아란 바닥이 펼쳐진다. 어딘가 새로운 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 저 멀리에서 누군가 다이빙을 한 후 머얼리 숨을 참고 바닥까지 내려간다. 나의 옆으로는 누군가 숨차게 팔을 돌리며 나아가고, 레인 끝에서는 누군가 잠깐 숨을 고르며 서있다. 흡,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쉰다. 다시 물의 흐름을 고스란히 안아 물속으로 들어간다. 다리를 뻗고, 슈웅. 그리고 난 느리디 느린 한 마리의 거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