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잡지 기자의 한 달

by 후투티




지난 게시물 이 시대의 창작자 [1]에 이어서 이 시대의 창작자 [2]를 구상하고 있는데, 조금 더 공을 들이고 싶어서 일단 이미 다 쓴 이번 게시물을 먼저 올리고자 한다.


취재기자이자 에디터로서의 한 달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하기야 언론사랑 비교하자면 매일 발제를 하고 매일 기사를 쓴다니까 그 쪽이 더 마음 급할 수 있겠으나, 잡지사는 마감 때 몰아서 바쁘다.


우선 월초에는 잡지 구성을 어떻게 할지 기획한다. 지난달에 계속 하던 코너를 연재할 수도 있고, 너무 오래 했으면 중단하고 새로운 코너를 구상할 수도 있다. 미술잡지이기 때문에 어떤 작가를 인터뷰할지도 정한다. 코너의 주제에 맞게, 곧 전시를 열거나, 아니면 시즌과 관련이 있거나, 꼭 조명할 만하다 여겨지거나, 경력이 오래된 중진 작가부터 두각을 보이는 신진 작가들까지 두루 다룬다.


그렇게 한 달에 대면 인터뷰는 대략 4~6명, 서면 인터뷰는 1~2명 정도 했다. 작가 에세이 1건, 학자/전문가들의 논고 2~3건 정도를 교정교열하는 일도 포함된다. 가끔 주목할 만한 전시도 취재한다.


월초에 인터뷰할 작가들과 언제 어디서 만날지 약속 잡고, 원고를 받아야 할 작가들에게도 연락을 돌린다.


월 중반에는 취재 장소로 출근, 취재 장소에서 퇴근하는 날이 일주일에 이삼일 정도 정도 있다. 인터뷰를 일찍 한 작가들의 인터뷰 기사를 틈틈이 작성한다. 미술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작은 코너도 맡았어서, 출판사에 전화해 책의 보도자료를 보내 달라고 하기도 한다.


월말에는 대망의 마감 기간이 다가온다(많은 잡지사들이 월 중순에 마감을 두지만, 우리 잡지사는 월말에 하고 있었다) 인터뷰도 그때쯤이면 대부분 끝나고, 모인 취재 자료들로 기사를 쓴다. 인물 기사, 탐방기사(전시에 해당)를 쓰고 작가나 학자에게 받은 원고를 교정교열했다.


미술잡지는 이미지가 중요하기에 작가나 관계자로부터 이미지를 받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마감기간까지 이미지를 전달받지 못하면 낭패다. 작품사진 없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건 말도 안 되니 말이다. 이미지를 페이지 안에 어떻게 디자인할지는 보통 디자이너의 몫이지만, 가끔은 내 의견을 구할 때도 있다. ‘모르겠어요’라 대답하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자신의 시각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원고를 다 쓰면 디자이너에게 페이지 디자인을 맡긴다. 디자인된 원고는 내가 쓴 것 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가 쓴 것도 함께 교정하는 ‘1차 교정’을 거친다. 1차 교정이 완료되면 또 처음부터 끝까지 훑는 ‘2차 교정’을 하고, 틈틈이 디자인도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검토’까지 거치고 나면 원고를 인쇄소에 넘긴다.


원고가 넘어가고는 보통 하루 정도 연차를 내서 쉰다. 기력을 매우 많이 소진하기 때문. 그렇게 한 권, 두 권 만들다 보면 어느새 일 년이 되어있다.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확인을 한 번 더 하기도 한다. 중간에 잡지에 쓸 이미지가 교체되기도 한다. 학자들은 자신의 원고가 실린 페이지를 미리 보고 직접 교정교열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이 한 달 안에 빼곡히 들어간다. 다시 말해 엄청 바빴다.


그만큼 많이 배웠다. 글쓰기 실력이 늘었고,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인터뷰도 수없이 해서 커뮤니케이션 실력이 늘었다. 질문하고 듣고 쓰는 법을 탄탄히 다지는 시간이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스킬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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