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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카 Sep 24. 2020

자녀 머리 사용법.

당신 머리가 아닌   < 내 머리 사용법 / 정철  / 허밍버드 >

착각은 자유 내 머리 사용법이지 당신 머리 사용법은 아닙니다.

부모가 책을 가까이하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한다는 옛말이 있다. 맞다. 옛말이다. 오늘날은 부모가 책을 가까이하면 자녀는 핸드폰이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 왤까? 사유의 기능이 퇴화되어가는 현대의 아이들은 혼자 놀 줄을 모른다. 끊임없이 누군가가 상대가 되어서 그 아이들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압박해서 놀아줘야만 하는 것이다. 사고 근육의 완화는 상상력의 부재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아이들은 종이책에 익숙하지 않다. 활자로만 와 닿는 그들의 망막은 더 이상 활자 뒤에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전두엽에 이르는 활동사진을 만들어 내지를 못해 망막에서만 멈춘다. 책 한 장을 넘기기도 전에 자극 없는 무반응 체계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물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에는 사고 활동을 요한다. 그런 것들은 "why?" "?" 어쩌면 모든 것에 의문부호를 찍는 것에서부터 발견, 지각, 의미부여, 사용. 저장의 활동이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에게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독서활동은 간접경험의 영역을 확장시키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될 수 없고 나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이 결코 생각해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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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사용법 

내 머리 사용법을 적은 카피라이터 정철의 생각을 기발하다. 끊임없이 사물과 환경, 인간, 사회. 관계들을 들여다보면서 사유한다. 그 흔적에서 표피적 사고에 그치는 평범을 뛰어넘는 참신함과 기발함, 사고의 전환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사람. 자신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일으킬 수 있는 힘까지 가지게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있는 글귀로 예술은 모방을 거쳐서 만들어야 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격언은 남의 것을 베껴서 작품을 만들라는 의미일까?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고자 했던 ‘모방’이란 창조적 예술의 바탕은 삶이기에 삶의 여러 모습들을 예술로 만들기 위해 ‘모방’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정철이 바라본 세상의 베낌이 아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머리를 사용했느냐 하는 것이다. 즉 우리 안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험해야 하고 그 전환이 가져오는 불편을 우리 안에서 감수하며 그 사고의 작용을 끊임없이 되풀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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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차를 타면서 힐끗힐끗 보게 되는 백미러에 대한 정철의 생각을 잠시 들여다보자

우리는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보며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만지고 옷깃을 여민다. 거울은 내 단점과 허점을 지적해주고 보완해 주는 고마운 물건이다. 하지만 나를 볼 수 없는 거울도 있다. 그것은 백미러. 백미러는 나를 들여다보는 일만큼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사고는 나를 살피느라 세상 살피는 일에 소홀할 때 일어난다.  <나를 볼 수 없는 거울 p33>

기능적 삶만을 살아가는 사람은 차량 간의 간격과 후방주시를 위한 것에 불과한 백미러를 통해 정철은 세상을 들여다본다. 인생을 관조한다. 세밀한 관찰과 단단한 사고의 근육을 느끼게 하는 사유의 힘. 그의 글에서 우리가 배워나가야 하고 발견하는 것이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 깜깜한 밤이 있는 이유는 생각을 갈아입으라는 뜻입니다." p20
"나가 모이면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나를 버려야 우리가 된다." p122
"놀이터의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그네에 홀로 앉아 독립을 배운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며 겸손을 배운다. 철봉을 거꾸로 매달려 용기를 배운다. 모래로 지은 밥을 함께 먹으려 나눔을 배운다. 놀이터는 어른들에게도 개방되어야 한다.:p194.
"지금 당신이 발을 뻗을 수도 없는 단칸방에서 새우잠을 잔다 해도 부끄러워하거나 절망하지 마세요. 당신이 새우잠을 자는 이유는 방이 너무 좁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나 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p276
"빵이나 우유는 물론 운전면허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신용카드나 할인 쿠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그러나 지갑 속 주민등록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p311


사고하는 아이들은 자존하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거친 세상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개성 강한 아이로 자라난다. 우리 아이가 평범함 속에 자신의 세계를 간직한 풍성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원한다면 부모는 책을 읽히고 머리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주고, 빨리빨리를 닦달하지 말아야 한다. 

잠시 잠깐의 "틈"을 허락해서 깨달을 수 있도록 생각할 짬을 만들어주자.

부모가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사고능력을 상실하지 않아야 내 자녀도 머리를 사용하는 아이들로 자라난다. 부모의 독서가 중요하다. 하지만 자녀와 함께 하는 독서는 더없이 중요하다. 독서 후 나눔을 할 수 있다면 더 중요하겠지만, 이 나눔에는 결코 생각의 강요나 부모의 감상이 절대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답답함과 분통 터짐을 참아내는 부모가 자녀의 사고의 근육을 자라게 한다.  그렇기에 자녀와의 독서토론 시도하는 부모는 많지만 지속하는 부모는 적다는 사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내 머리 사용법을 100번 읽는다고 내 머리 좋아지거나 잘 살아지는 것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고의 다양성과 참신성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나도 이렇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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