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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들리Ridley Jul 04. 2023

8만 1천여 가구. 그중 약 84퍼센트


 겨울은 늘 그랬듯 궁핍한 계절입니다. 모든 식물이 얼어붙고 동물들조차 굶게 될까 긴 잠에 들길 선택하는 계절.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사람에게는 두꺼운 가죽도 없습니다. 빽빽이 뒤덮인 털도 없습니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약합니다. 두꺼운 옷이나 난방기구가 없었다면 지금 인류는 종의 종말을 고민해야 했겠지요.     



 최근에 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러우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생겨, 연탄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는 기사였습니다. 연탄의 원재료를 보관하는 창고는 예년과 달리 텅 비어있었습니다. 생산량이 현저히 줄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한 달동네의 어느 노인은 연탄이 없어 옆집에서 연탄을 빌렸다고 합니다. 연탄을 빌려준 그도 아마 그것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겠죠.



 연탄을 쓰는 집은 지난해 8만 1천여 가구. 그중 약 84%가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합니다. 어림잡아도 7만 가구가 넘습니다.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연탄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존재조차 잊힌 연탄이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이 찹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더 차갑습니다. 그들이 연탄으로 겨울을 나게 된 지는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났을 겁니다. 어쩌면 평생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그들이, 연탄이 없어 당장 내일의 추위를 두려워해야 할 때까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요. 따뜻한 방 안에 누워서 귤이나 까먹지 않았을까요. 부끄럽습니다. 거울을 바라보기 부끄럽습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들의 이웃으로서, 우리는 한 시대를 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듯한 현재에 분노해야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매년 많은 사람이 연탄 봉사를 다닙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매년 수천, 수만 장의 연탄이 만들어져도, 왜 그들은 여전히 겨울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왜 그들이 여전히 연탄에 의존해야 하는지, 연탄 몇 장에 당장 내일의 추위를 두려워해야 하는지. 왜 억센 삶을 지내는 그들을 우리는 방치하다시피 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몇 달이 지나면 날이 추워지겠죠. 많이도 추울 겁니다. 분명 그들은 더 춥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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