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초간단 줄거리>
주인공: 리카, 고타(연하남)
리카는 41세 중년 여성으로 계약직 은행원을 하며 평범한 듯하며 따분한 주부의 삶을 살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연하남 고타를 만나게 되고 하트뿅뿅이 되고 만다.
→ 고타는 경제적으로 부족한 학생 신분. 커리어우먼 연상녀 답게 리카는 어마어마한 돈을 고타에게 쓴다.
→ 남의 돈이지만, 그러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은행에서 횡령한 돈이 무려 1억 엔(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10억인가…).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리카도 리카도 들통날 위험에 처한다.
→ 잡히기 전에 리카는 태국으로 도망가고. 수배가 된 리카는 태국에서도 내적 갈등을 멈추지 않는다.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자)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 죠르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
# 장소: 판엠
#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 내용: 종이달 (기쿠다 미쓰요
▶데미얀- 반갑습니다. 이번 주제는 <존재>입니다. 어느 커리어우먼께서 이 책을 추천해 주셔서 선정하게 되었어요. 한 중년 여성의 삶을 기가 막히게 섬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았나요? 아 보면서 내가 여자가 된 줄 알았다니까요. 여자의 심리를 다 알겠어. 아주! 이렇게 다이내믹한 삶을 산다면 여자로 한번 살아볼 만하겠어요! 전체적인 감상 한번 나누어 볼까요?
▷보바뤼- 또 약 팔기 시작하네요.. 여자들 다 이렇지 않아요!! 하나는 쇼핑중독에, 하나는 불륜에, 하나는 금품 횡령에… 휴.. 여자를 이렇게 나약한 존재로 다루다니 말이야! 이 책을 두고 여자의 심리 어쩌고 하는데, 여자들 다 이렇지 않거든요? 근데 재미는 있었습니다.... 뭔가 익숙하고.ㅋㅋㅋ
▷거츠비-맞아요. 재미는 있었습니다. 표지도 멋있고. 저도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리카가 너무 경제관념이 없는 것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어떻게 남의 돈을 이렇게 함부로 막 쓸 수 있죠!? 완전 양심에 뿔난 거 같습니다. 쓰고 싶으면 벌어야죠! 어떻게 해서라도 벌어야 합니다. 그리고 써야죠. 그래야 당당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벌을 안 받죠! 찝찝하게!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재미는 있었지만 도덕적인 면에서 열 받기도 했습니다.
▷횽길동-다들 여자의 심리에 초점을 둬서 봤네요.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그 당시 일본의 상황이라고 생각함! 노인들이 왜케 저금을 많이 하겠어요? 그때 80년대 일본 경제가 빵빵할 때, 어른들이 떼돈을 번 거라고. 자식들은 가난하고. 그러니까 리카도 더 마음 편하게 어르신들 예금을 쓱싹 할 수 있었던 거예요. 특히 고타는, 할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했잖아? 할아버지 돈으로 손자 용돈 준거라고 생각한 거죠!
▷거츠비- 어이구, 용돈이라뇨. 그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합시다. 그 치매 걸린 할머니 이용한 건 너무하잖아요? 제가 웬만하면 화 안 내는데... 얼마나 화가 났냐면 말이죠....
▶데미얀- 워워, 캄다운~ 다들 보고싶은 것만 봤네요. 아주~ 그럼 구체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거 얘기해 볼까요?
▷거츠비- 저는 아까도 말했지만 남의 돈 쓴 거! 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불건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쓴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벌어서 쓰던가 해야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점점 커지잖아 도둑질이. 위험한 짓입니다.
▶데미얀- 오호. 저도 그런 생각 들긴 했습니다. <바늘도둑이 소 도둑 된다.> 보바뤼 님이 처음에는 5분 10분 늦다가 오늘은 30분 지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보바뤼- 죄송합니다....
▷죠르바- 사랑이 중요하지 지금 돈이 중요한가. 돈을 어떻게 구했는지가 뭐가 중요해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다 그런거야! 진정한 사랑을 만난 리카에게는 누구 돈이든 상관없는거지! 자기 돈이 있었으면 자기 돈으로 했겠지. 중요한 건 리카의 불행한 결혼생활이라니깐. 남편이 찌질해서 리카가 주눅 들잖아. 따분하고. 리카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니깐. 그래서 저는 고타를 보고 뿅 간 리카의 모습이 가장 멋있었어. 그런게 진정 인간이지! 느껴졌어.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겠지. 캬.
▷보바뤼- 맞아요. 그런 기분 이해해요. 그 기분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예요. 캬. 만능감. 러브 이즈 굿.
▷횽길동- 저도 기승전 사랑엔 찬성하지만, 이건 좀 그렇던데. 꼭 고타가 아니었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손만 내밀어주면 아무 손이나 다 잡았을 것 같던데. 저는 제목! 종이달이 무슨 의미일까 계속 궁금했어! 마지막에 너무 대놓고 나와서 좀 아쉽기도 했어요. 그래도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했어요.
▷데미얀- 맞아 저도. 종이달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고 추리하면서 봤는데. 마지막에 다 보여주니까 좀 섭섭했습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보면 거기서의 ‘달’은 이상이거든요. 6펜스는 10원짜리 같은 같은 현실이고. 그런 이상적인 느낌의 ‘달’이 종이로 이루어진 겁니다. 그니까 얼마나 없어지기 쉽겠어요, 가짜 같고. 그런 허상을 이야기한다 생각했지요. 그것도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관습적 맥락에서 본 의미도 신선했어요. 가장 행복했던 때라. 캬. 근데 리카는 안 잡힌 거 봐서는 또 다른 남자랑 또 무슨 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말은 더 행복할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ㅎㅎ
▷거츠비-안 잡히다뇨? 자수한 거 아닌가요? 마지막에 여권 검사하는데, 자수하는 거지! 죗값을 받아야지! 안 그런가요?
▷죠르바-아니지~ 열린 결말이지! 자수인지 작업인지 어떻게 아나? ㅋㅋㅋ 이 친구 쓸데없이 예민하구만 돈에. 돈에 왜케 집착하는거야....ㅋㅋㅋ
▷횽길동- 아무리 80년대라도, 일본이야 일본! 선진국이라고요. 그 여자 도둑 하나 못 잡겠어여? 일부러 젊은 남자를 위장 경찰로 삼아서 슬쩍 말 걸면서 체포하려고 하는 거지! 다 전략이라고! 추리소설 안 보시나 보네 여러분들 ~
▷데미얀-저는 가시님 말에 동의합니다. 열린 결말이지! 그 태국에서도 또 다른 곳으로 건너갈까 고민하잖아요? 전 건넌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분한 결혼생활이 ‘6펜스’라면 강 건너 저 세계가 ‘달’ 인 거지! 또 다른 삶을 향하여! 그래도 고타는 제비는 아니었으니까 뭐! 순수한 청년이었다고 생각해요. 괜히 아줌마가 설렌 거라고....
▷죠르바-아니지! 고타도 처음엔 사랑이었지. 알 수 있어. 나중엔 변할 수도 있지만 처음은 사랑이죠. 그럼. 사랑을 자주 할 수도 있지 뭐. 순간이 중요한거지, 암!
▷거츠비-천벌 받을 소리하십니다.... <달과 6펜스>는 고갱의 예술을 향한 아름다운 갈망을 드러낸 거라고! 예술을 돈과 남자와 비교하시면 아니되옵니다. 불륜과 비교하다니... 정당하게 쟁취하던가!!
▷보바뤼- 뭐가 달라! 예술에 대한 갈망이나 사랑에 대한 갈망이나. 사랑을 승화시키면 그게 예술이지. 불륜이 거슬리는 건가요? 그럼 <마담 보바리>는, <안나 카네리나>는 욕할 수 있나요? 다들 간통 문학에 계보를 있는 위대한 작품들입니다. 여기서 보바리 부인이 쇼핑중독이라고, 불륜녀라고 욕할 수 있나요. 안나도 마찬가지고. <종이달>도 저 간통 계보를 잇는 위대한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튼 거츠비 님은 꽉 막혔다니깐! ㅋㅋㅋ
▶데미얀- 워워. 인격비하 발언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꽉 막혔다는 말은 보수꼴통 머저리라는 말로 오해할 수 있으니, 그런 표현은 자제해 주세요.
▷보바뤼- 네가 더 나빠......
▷횽길동- 저는 그 리카도 리카지만, 리카의 주변 인물들. 다 하나같이 돈에 얽혀있는 게 인상 깊었어요. 과거에 잘살았던 기억에 빠져 쇼핑중독에 빠지는 여자. 정신적 갈증을 쇼핑중독으로 푸는 여자. 근검절약을 가르치다 역으로 돈에 휘둘리는 여자. 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돈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임. 써도 문제. 아껴도 문제. 우리는 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닌가 싶음. 결국 민중이 생산수단을 소유하며 공평하게 나누어야 하는 쪽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데미얀- 넵. 길동님은 오늘도 옐로카드를 우선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돈도 종이로 이루어져 있죠? 그래서 돈으로 만든 달? 종이달? 이런 생각도 저는 했었어요. 이 책에서 ‘돈’과 ‘불륜’은 빠질 수 없는 주제지. 여기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보자. 우선 돈에 대해서 갖고 있는 각자의 생각을 들어볼까요?
▷죠르바- 돈은 많으면 좋지만, 또 많으면 안 좋은 거 같아요. 없어도 안 좋고. 뭐든 나를 얽매는 건 싫어. 딱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좋겠어. 자유롭게… 근데 자유롭게 지내려면 돈이 좀 필요하긴 하지... 여자 꼬시려면.... 엄청 필요하지....
▷보바뤼-돈은 그냥 교환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욕구 충족 수단일 뿐. 그림을 그리는데 물감과 도화지가 필요하듯? 딱 그 정도의 느낌? 배고프면 밥이 필요하듯. 이런 것들을 서로 교환하는데 도움을 주는 딱 그 정도. 근데... 딱 필요한게 다이아몬드면... 다이아몬드 살 수 있는 만큼은 필요하다는게 함정... 아름다움을 향한 욕구도 욕구니까...... 흑...
▷거츠비- 보바뤼님 말에 공감합니다. 전적으로. 돈이 전부는 아니에요. 근데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장애물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래서 저는 돈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딱 그만큼만. 돈 자체가 의미 있는건 아니죠. 칸트가 모든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지만, 돈만은 수단으로 대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횽길동-다들 아직 뭐 모르시네요. 세상은 돈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거임. 경제와 정치는 떼려고 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말이에요! 돈이 많으면 돈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휘두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이라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죠. 돈이 권력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 중요한 것이 책에서 리카는 돈을 자기를 위해서 쓰질 않아요. 다 남을 위해서 쓰지. 그러니까 한계가 없는 겁니다. 책임감도 없고요.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필요에 맞게 쓴다면 돈은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배죠. 분배가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현재 빈익빈 부익부 문제는 또 정치와도 연결되어 또 다른 부의 불평등을 만들고 이것은 또...
▶데미얀- 또 시작됐네.... 저분의 생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니 다른 분?
▷거츠비-저는 리카가 돈을 자기한테 쓰지 않은 게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타주의적인 느낌. 진정한 사랑. 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랑. 그런 거 말이죠. 하지만 돈이 없었다면 리카와 고타가 이루어졌을까… 그건 또 모르겠네.. 사실 돈이 없었으면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만나도 뭐 끝이 허무하니 아쉽네요. 휴. 인생무상이죠 뭐.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네. <거울 속에 내 모습은 텅 빈 것처럼 공허해~ 텅 빈 거리 너무 공허해 ~ 현실의 차이는 공허해~
▶데미얀- 돈이 없는 우리에게 그럼 이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봅시다. ‘불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들?
▷죠르바- 불륜이란 말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구. 모든 사랑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한 과정뿐이지, 뭐 불륜이라고 따로 부를 필요가 있나!
▷횽길동- 한번 당해봐야 정신 차리실 것 같은데요.... 남녀관계 문제로 피바람 몰아치면 막을 수가 없어요~아주. 트로이의 전쟁 아심? 그것도 다 남녀 문제라고. 임자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건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럼?
▷죠르바- 그 임자란 말 집어 치웁시다! 결혼이 임자라고 생각하나? 결혼은 사회적 제약일 뿐이라고! 어떻게 한 남자만 평생 좋아하고 살 수 있어! 또 다른 사랑을 어느 정도 이해해. 아니 필연적이라고 보지! 하나의 일탈일 뿐이라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일탈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구!
▷거츠비- 죠르바 말대로 사랑이 이미 왔는데, 결혼이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휴. 이미 사랑하고 있었는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결혼을 했다면? 포기해야 하나요? 결혼이란 의식보다는 사랑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당당하게 정리하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불륜의 감정은 찬양합니다. 그것만이 위험을 극복한 진정한 사랑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이후는 깔끔하게! 아니면 다 망칩니다... 휴.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아내가 결혼했다>란 책 봤나요? 영화도 있는데. 거기서는 불륜이라기보다는 두 개의 독립적인 사랑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랑. 다른데 똑같이 좋다. 그것을 결혼이라는 틀로 유지하고 싶다. 독립적으로. 이분한텐 불륜이 없는 것 같긴 합니다만...
▶데미얀-오. 저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영화도 좋았죠. 손예진, 김주혁.. 혹시 죠르바님은 미리 바람을 예약해 두신 건 아니죠? 제가 봤을 때 양심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자기가 바람 필 거 같으니까 욕은 안 하겠다.. 난 언행일치는 하겠다.. 이런 자세로 보입니다만.
▷죠르바- 그건 오해입니다. 두목! 모함죄로 처벌당하시고 싶으십니까? 그럼 두목은 어떻게 생각하슈?
▶데미얀-저는 개인적으로 선조들의 지혜에 놀라곤 합니다.‘바람’이란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스쳐가니까 바람인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되지 않겠어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누구든 바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ㅎㅎ
▷거츠비- 저는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대신 한쪽을 정리하고 해야지. 양다리는 너무 비겁한 거 아닙니까? 하나를 확실히 정리하고 다른 하나한테 충실해야지 않겠습니까!
▶보바뤼-다 거츠비 님처럼 똑 부러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걸 더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십니까? 거기서 사비나 보십시오. 프란츠가 이혼하고 오니까 오히려 도망가지 않습니까?. 부담스럽다고.. 하튼 사랑은 갈대라구요. 다리가 왜 두 개인가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꼭 찬성할 수만은 없네요. 저는 이해합니다. 그 짜릿함. 일탈의 욕망. 결국 일탈을 원하는 거라면, 상황도 일탈과 어울려야죠. 두 가지 사랑 다 포기하기란,,, 하
▶데미얀- 돈이든 불륜이든 결국 일탈의 느낌이 나는 건 사실인 것 같네요. 그나마 리카에게 공감이 갔던 건 리카가 고타를 만나기 전에 권태로운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심리묘사가 예술적으로 잘 묘사되었다고요. 사실 많은 주부들이 우울증에 시달린다고도 하잖아요? 우린 그럼 '돈'과 '불륜' 말고 어떻게 이런 권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다들 Tip 좀 있으십니까?
▷죠르바-일탈 하면 여행이! 캬 혼자 하는 여행! 이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프리덤! 부딪쳐!
▶거츠비- 맞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이란 책 보면, 거기도 여자가 아주 지독하게 불륜을 저지르거든요. 완전 섹슈얼하게. 근데 남편은 ‘패러글라이딩’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 여자는 아주 예전 남자 만나고, 울고 불고 별 쌩쑈를 다 한 다음에 다시 남편한테 돌아오는데, 남편은 생전 처음 하는 ‘패러글라이딩’으로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다는 말이죠. 뭐 찝찝하긴 해도 멋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보바뤼- 은근히 아햔 책은 다 찾아보시는군요.ㅋㅋㅋ 저는 쇼핑하는거! 예쁜 물건들... 하 마이 프레셔! 또 술 먹는 거! 현실을 잊는 데는 술이 최고인 거 같습니다! 좋은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고 권태고 뭐고 다 잊을 수 있습니다! 캬! 치맥 먹고 싶당.
▷거츠비-저는 사실 곰팡이처럼 지내는 거....
▶데미얀- 그게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팡이라...
▷거츠비-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뒹구는 겁니다. 건어물녀라는 말조차 사치입니다. 무념무상. 근데 그게 진짜 도움이 됩니다. 스님들이 왜 산 속에서 수행하는지 알겠다니깐요. 저는 사실 목적이 생기면 죽어라고 달성하지만, 목적이 없을 때는 마음을 비운답니다...
▷횽길동-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 곰팡이랑 종교랑 비교하시다뇨! 저는 역동적인 곳에 찾아가. 가볍게는 야구장이나 콘서트장 같이 사람들이 환호하는 곳. 좀 무겁게는 시위 현장! 그들과 목을 섞으며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니깐요. 가자 광화문으로! 가자 시청으로!
▶데미얀-워워. 위험합니다. 끌려가시겠어요... 입좀 막아드릴까요...
▷죠르바- 두목은 뭐하슈?
▶데미얀-저야 책 읽고 모임 하는 거죠. 매일 출근해서 하는 일은 똑같지만, 매일 읽는 책이 다르다. 캬. 그리고 책을 읽고 만나는 이 사람들과의 소통. 이것이 진정 리프레쉬 아닐까요!?
▷죠르바- 역시 두목. 인간 되려면 멀었군요.
▶데미얀-이번에도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종이달>도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음. ‘돈’과 ‘불륜’ 같은 자극적인 것에 휘둘리긴 했지만. 우리는 좀 더 맑은 정신으로 우리의 삶을 갑시다! 좋은 구절 말해줄게! 다음에 만나여!
---------------------------------------------------------------- -----------------------좋은 구절
-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 갖고 싶은 것은 모두 손에 넣었다. 아니, 갖고 싶은 것은 이미 모두 이 손 안에 있다. 커다란 자유를 얻은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무엇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 내가 맛보고 있는 이 엄청나게 큰 자유는 스스로는 벌 수 없을 만큼의 큰 돈을 쓰고 난 뒤에 얻은 것일까, 아니면 돌아갈 곳도 예금통장도 모두 놓아버린 지금이어서 느낄 수 있는 것일까. p.339
- 리카는 겨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진학이며 결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날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몇 시 전철을 탔는지, 그런 세세한 사건 하나하나까지가 자신을 만들어온 거란 걸 이해했다. 나는 내 속의 일부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때부터 믿을 수 없는 부정을 태연히 되풀이할 때까지, 선도 악도 모순도 부조리도 모두 포함하여 나라는 전체라고, 이해헀다. 그리고 모두 내팽개치고 도망친 지금 역시 더 멀리로 도망치려 하는, 도망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나도 역시 나 자신이라고.
가자, 이다음으로.
리카는 생각했다. 이다음에 미지의 내가 있다. 끝까지 도망치면 나는 더 새로운 나를 만난다. 그러니까 가자.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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