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전문가 되기] 9
치열하게 싸우면서 얻는 것이 있다?!
앞에서 독서토론의 다양한 의미와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조금 다른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경쟁식 토론과 비경쟁식 토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에서 분류한 3가지 개념(토론, 토의, 수다)으로 보면, 토의와 수다 영역을 비경쟁식, 토론 영역을 경쟁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책의 유무보다 대화의 형식을 더 중시한 분류죠. 그래서 특정 책을 미리 지정하여 책에서 발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책과 상관없이 사회 주제를 바탕으로 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쟁식 토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토론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서로 대립되는 입장의 사람들이 서로 설득하는 말하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찬반토론, 경쟁식토론, 대립토론, 디베이트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TV 방송에서도 특정 주제에 대하여 입장이 대립되는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들을 쉽게 볼 수 있죠. 그리고 다양한 토론대회들이 초등~성인까지 수시로 개최됩니다. 이런 토론 자리에서 보이는 참가자들의 격정적인 모습들 때문에 토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서로 기분이 상하면서까지 왜 토론을 하는 것일까요? 스포츠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워요. 운동회만 해도 청팀 vs 백팀으로 하면 서로 열정이 샘솟고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게 되죠. 물론 힘들긴 하지만 그 속에서 얻는 것도 많이 있어요. 우리가 하는 경쟁식 독서토론의 가치와 의미를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경쟁식 토론의 개념, 치열한 대립의 이유
첫째, 토론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됩니다.
둘째, 양쪽 입장에 대한 입체적 관점이 형성됩니다.
셋째, 논리적·비판적 사고력이 형성됩니다.
넷째, 전략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다섯째, 민주주의 사회에 꼭 필요한 갈등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토론을 이루는 요소는 ‘주제에 대한 상반된 입장’, ‘주장과 근거’, ‘설득 전략’, ‘규칙’입니다. 세 가지 키워드와 함께 토론 과정을 살펴볼게요.
경쟁식 독서토론의 과정, 치열한 그 순간을 즐기자
토론을 크게 전·중·후, 3단계로 나누어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토론 전에는 주제를 파악하고 주제에 대한 자료를 조사합니다. 풍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다양한 입장에 대한 자료들을 확인하며 주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토론 대회 때, 찬성과 반대 입장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대회가 임박한 순간에 공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자료는 항상 출처를 확인하고, 최신 자료를 중시하며, 자료에 대한 반박 자료, 특정 자료의 허점도 잘 파악해두어야 합니다. 나의 자료가 상대방의 자료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리 전략을 짜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예측할 수 없는 토론 현장에서는, 미리 준비한 만큼 안정적으로 임할 수 있습니다.
토론 전에 주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료를 조사합니다. 논의 방향과 접점을 분명히 해야 알찬 토론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이 주제를 잘못 이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토론을 준비하면 실제 토론 때도 대화가 어긋나기 마련이고, 분위기도 산만해집니다. 입론-반론-상호토론 등의 순서와 제한 시간 등 형식에 대한 내용도 미리 인지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토론 중에는 준비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말하기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에게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죠. 원고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과 심사위원, 상대 참가자와 상호작용하는 마음으로 또박또박 입장을 전달해야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집중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요. 준비한 전략이 있더라도 토론 중에는 언제든지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상호협동심이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한창 이야기에 빠지면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휘말리곤 하는데, 그때 팀원들이 함께 소통하며 전략을 수정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쉬는 시간을 작전 타임으로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토론 중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토론은 주장과 반론의 연쇄적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어떤 자료를 활용하여 탄탄한 근거를 만들고, 무슨 전략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운영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 변론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말하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말하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론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 중에 하나는 ‘통계’입니다. 집단 현상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죠. 숫자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신뢰를 주기 때문에, 토론에서 적극 활용됩니다. “지금 청소년은 불행하다.”라고 말하면 “내 청소년 동생은 행복하다고 했습니다.”라고 반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XX년 청소년 자살률은 몇 %이고, 이는 OECD 회원국 중 몇 위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말하며 말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죠. 통계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분명히 하고, 최신화 데이터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약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인용”은 남의 말을 빌려 쓰는 것입니다.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빌려 내 말에 권위를 더하는 전략이죠. 예를 들어, “동물을 보호하자”라는 말을 할 때에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는 ‘동물들은 우리의 동지다’라고 말했습니다.”는 식으로 말의 무게감을 실을 수 있습니다. 대신 이런 인용은 상황과 맥락을 정확히 고려해야 합니다. 전체 맥락에서 어긋난다면 아전인수격(자기 논에만 물을 대려는 행동으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태도_살아있는 한자 교과
서)의 잘못된 인용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감성”은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입니다. 토론이라고 해서 논리적인 이야기만 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팽팽할 때, 이런 감성적인 전략이 판을 기울게 하고, 심사위원과 배심원의 마음에 더 와닿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죠. “통일해야 한다”라는 주제의 토론에서, 정치적 입장과 경제적인 이익이 모두 중요하지만, 이산 가족 상봉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직·간접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면 이러한 공감 요소를 더욱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개인적 요소이기 때문에 일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비유와 예시”는 상대방에게 조금 더 쉽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토론을 하는 상대편, 배심원, 심사위원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의미전달을 하는데 유용합니다. 학교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예를 들면, 한 학생이 학교 폭력을 당했을 때 CCTV 기록이 효과적인 증거물이 되어 가해 학생을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이 그려지고, 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게 되죠. 하지만 구체적인 예시와 비유가 적절히 사용되지 못했을 때에는 오히려 주장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다양한 기술들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토론 속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격렬한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됩니다. 이미 놓여진 것들은 하나의 문화로, 질서로, 관습으로 자리잡아왔지만, 그것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기존의 가치관들은 새로운 가치관에게 위협을 받고, 그 과정 속에서 토론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화와 균형을 찾게 되죠. 이렇게 찾은 조화와 균형도 시간이 지나 기존의 관습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반대 세력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런 역동적인 민주사회를 건강하다고 보았을 때, 토론 능력은 교양 있는 민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 능력입니다.
토론 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굴 수도 있습니다. 기본 경쟁 구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경우가 많아요. 토론 방송 프로그램에서 바로 승부를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나름 배심원이 되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평가의 댓글을 남깁니다. 그러한 여론의 평가가 기사화되기도 하죠. 승패의 결과 이외에도 토론 상황에서의 말실수, 효과적인 대응, 매너없는 태도 등등을 되짚어보며 성장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습적으로 보았을 때, 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인지적 유연성입니다. 그래서 토론에서 맡은 입장이 자신의 기존 신념과 다른 경우에도 충실히 임할 수 있는 것이죠. 지지 세력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의 토론과는 결이 다릅니다. 토론시 주고 받은 내용을 정리하며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고, 토론 입장과 별개로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해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토론 후에 에세이 쓰기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입장을 넘어 주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는 것이죠. 앞에서 정해진 입장에 대한 일관적이고 명확한 표현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좀더 자유롭게 의식의 흐름에 맡겨도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공감, 전략에 대한 칭찬, 설득 당한 경험 등도 토론이 끝난 후이니 솔직하게 작성해도 됩니다. 토론은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