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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리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

by 이승화

*한마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책을 읽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캬.

*추천대상: 남녀사랑 이야기 원하지 않는 분

*깔때기: 나였으면, 굳이 진실을 찾아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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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내용은 몰라도 정말 좋아하는 문장이었고 종종 효과적으로 써먹기도 했으나... 이런 맥락으로 쓰인지지 몰랐다. 아이러니하게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이 문장의 맛이 급격히 떨어졌다. 애틋함이 사라졌다. 차라리 읽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해 속에서 이 문장을 내 마음 속에 간직했으면 더 아름답게 느껴졌을텐데. 이 책 안 본 눈 삽니다... ㅠㅠㅠㅠ

글은 잘 쓰시는 것 같다. 이거 외에도 좋은 문장이 많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의 실망감을 씻어줄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시작한... '뭐지, 왜케 우울하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쭉~ 이어졌다. 어디서 시작된지 모르는 균열이 파멸을 이끌고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비겁해졌다. 끝끝내 분통 터지는 오해 속에 이야기가 마무리되면서, 나의 아쉬움은 더 커졌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북스타그램을 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ㅠㅠ

a. 희재는 카밀라가 자기 딸인거 알았나? 몰랐나?

b. 총각 선생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남? 좀 불쌍하네...? 오해.. 그 여선생이 미친...

c. 제목에 속았다... 러블리하지 않음....ㅠㅠ

d. 예를 들면? 써먹음 ㅋㅋㅋ

e. 미옥아 진짜 그래도 거짓말은 너무했다 !!

- 한국말을 잘 못해서 다행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만 말할 수 있어서. p.70

- 그제야 사투리 때문에 헤어지는 연인이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날카로운 깨달음이 여기 폐와 위장 사이에 꾹 박혀 늑골을 쑤셔대는 것 같습니다. p.153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p.228

- "예를 들면?"

그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편집부원을 제압할 때, 윤경이 쓰는 도구였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라면 다들 유치한 소리를 하게 돼 있으니까. p.243

- 사실은 불편하다는 편견 때문에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지은이를 죽인 거지요. 하지만 진실은 불편하지 않아요. 진실은 아름다워요. p.279

- 그런데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그러니 한 번의 삶은 너무나 부족하다. 세 번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p.285

-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우리는 그 일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모든 균열은 붕괴보다 앞선다. 하지만 붕괴가 일어나야만 우리는 균열의 시점을 알 수 있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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