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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리뷰] 모순 (양귀자)

by 이승화



*한마디: 인생은 이분법이 아닌, 모순 덩어리.

*추천대상: 삶이 너무 따분한 분

*깔때기: 나에게 백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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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원리는 일부러 살짝 감염시킨 다음에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이란다. 처음 이 사실을 알고 적지 않게 놀랐었다. 미리 방어할 수 있는 용병을 투입하여 세균들이 쳐들어 왔을 때 도와주는 줄 알았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었다.

<드래곤볼>에서도 사이어인(?)들은 거의 죽을뻔 했다가 살아나면 2배(?) 전투력이 상승했다. 그래서 일부러 죽기 직전까지 스스로를 몰아가기도 했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덜너덜 해질 줄 알았는데 더 강해져서 나오는 카카로트(손오공)와 베지터가.... (그렇다고 자학은 노노)

인생은 이런 것일까. 밝은 것만 보며 살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살 수는 있어도 결코 좋지만은 않은 것인가.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빛을 본다는 이 아이러니. 삶의 모순. 마약같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 같다. 결국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보다. 갑자기 헤겔의 변증법도 생각나고... 동방신기의 오!정반합도 생각나고... 뭐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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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지나치게 해석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도 나라는 인간은 평생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며 살아가야 할 운명인 것이었다. p.12


-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p.21


- 나영규의 활짝 웃음이 옆 사람까지도 웃게 만드는 전염성 강한 것이라면 김장우의 수채화 웃음은 여운이 길어 웃음이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웃음이다. p.110


- "너 이런 말 알아? 결혼은 여자에겐 이십 년 징역이고, 남자에겐 평생 집행유예 같은 것이래. 할 수 있으면 형량을 좀 가볍게 해야 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열심히 계산해서 가능한 한 견디기 쉬운 징역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p.175


-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네가 하는 박사 공부는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보는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어. 나도 아직 잘 모르지만." p.176


-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이제 내 이종사촌들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나와 그들 사이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그러나 그 많은 시간들이 우리들 사이의 소통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나는 절실하게 깨달았던 것이었다. p.178


-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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