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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Feb 15. 2017

[강연]'인상깊은 것'이란?, 나만의 주체적 의미부여!

 독서모임을 할 때 항상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굉장히 쉬운 질문 같으면서도 누군가는 굉장히 어렵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입 꾹 다물고 침묵시위를 하시든가, 특별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없었구요 ~' 라고 운을 떼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의 경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내가 느낀 것이 작가가 주는 핵심 메시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


둘째, 책을 딱히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 때, 그래서 별 생각없이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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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경우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인상'이란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개념임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시 되어야 한다. 하나의 예를 들면, 아이의 그림일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림일기'란 것은 하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포착해서 그림으로 나타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결실 그 자체이다.


 어느 날, 어머니는 승진을 하시고 보너스를 타셨다. 룰루랄라, 신나는 마음으로 멋진 곳에서 가족 외식을 했다. 경치 좋은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함께 고급 음식을 먹고, 아이에게 선물로 좋아하는 인형도 사주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는 굉장히 뿌듯해하며, 오늘 하루를 곱씹어본다. 아이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생각한 어머니는 잠든 아이의 방에 가서 몰래 '그림일기'를 살펴 본다.

그런데 ................ 두둥! (가상 사연과 일기입니다.)



아이의 그림일기에는 고급 레스토랑도, 맛있는 음식도, 선물 인형도 없었다. 외식 때문에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강아지에 대한 미안함만이 가득했다. 어머니의 기쁨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나의 잣대를 남에게 들이댈 수 없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그림일기를 보고 아이에게 "곰곰히 다시 생각해봐!"라고 다그칠 수 있을까? "내가 그날 너에게 해준게 얼만데!"라고 하며 나의 감정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 "아직 어려서 뭘 몰라." 라고 하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인상'도 마찬가지다.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이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부분을 편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그 순간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기 마련이니까. 심지어 모임에서는 전혀 새로운 장면들, 아무도 밑줄치지 않았던 장면들에 대한 발견 또한 묘미다. (물론 공감도 묘미지만) 그래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감상을 꺼내고 들이대고 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내 감성과 함께 책을 읽는 재미도 풍성해지니까.


 둘째 경우는 '좋은 것'을 찾으려는 강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것'을 찾으려고 했는데 '좋은 것'이 없으면 나에겐 의미가 없는 일이 되고 또한 어떠한 인상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다. 하지만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듯이 책에서도 좋은 것만 찾을 수는 없다. 좋지 않은 것 또한 충분히 '인상' 깊은 것이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왜 좋지 않았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며,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러한 부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들으며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더 나아가 좋지 않았던 부분을 스스로 보완해나가며 재구성해볼 수도 있다. 그래서 좋든 좋지 않든 '의미'는 있고 '인상'은 깊을 수 있다.


 책을 읽고 '재미없어요.'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인상 깊은 게 없었어요.'라고는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200p 이상을 넘겨놓고, 하나도 의미부여를 하지 못하다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책이 나에게 의미를 줄 것이라는 생각은 내려놓자. 책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내가 의미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책읽기를 시도해 보자. 그러면 내 인생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테니까!     


홈페이지: www.booklenz.com



https://youtu.be/wI6HQdt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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