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소설] 잘못된 그림 77246의 잔상

77246

by 마루

[가상 소설] 잘못된 그림 77246의 잔상

1. 도입: 유령의 번호

모든 것은 유튜브 채널 ‘기묘한 밤’의 영상 한 편에서 시작되었다. 화면 가득 잡힌 낡은 5,000원권, 그리고 일련번호 가운데 박힌 숫자—**77246**. 범인이 포토샵 실력이 부족해 미처 고치지 못했다는 그 숫자는 가짜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진실이자 지독한 노이즈였다.

범인은 이미 2013년에 잡혔다지만, 그가 뿌린 수만 장의 ‘잘못된 그림’들은 여전히 우리 곁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 망령 같은 숫자가 내 주머니 속으로 파고든 것은 2017년의 어느 건조한 오후였다.


2. 본문: 결백의 증명

회색 테이블 위에 지폐를 내려놓았다.

5,000원. Bank of Korea. 초록빛 풀과 나비가 새겨진, 분홍에 가까운 종이 한 장.

그 아래에는 로또 용지가 깔려 있었다.

차갑고 흰, 국가가 발행한 또 다른 종류의 희망.

분명 정직하게 일하고 받은 돈이었다.

하지만 77246이 뇌리에 박힌 순간, 내가 쥔 진짜조차 가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잉크의 결이 느껴졌다.

너무 매끄러웠다. 기계적인 완벽함이 주는 이질감. 나는 나쁜 놈이 아니었지만, 내 결백을 증명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한동안 그것을 내려다봤다. 셔터를 누르는 대신 육안의 렌즈로 그 대비를 응시했다.

사진 속 로또 용지의 무표정한 백색과 지폐의 분홍빛이 만나는 경계에서, 나의 의심은 날카롭게 벼려졌다. 이것은 탐욕이 아니었다.

이 종이가 국가의 기계 안으로 들어가 거부당하지 않는다면—그것으로 충분했다.

가짜라면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올 것이었다. 진짜라면 그냥 통과할 것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번호를 마킹하고, 지폐를 기계에 밀어 넣었다. 영수증이 나왔다.

일주일이 지났다. 차 안이었다. 핸들 앞에서 앱을 열었다. QR을 스캔했다.

화면에 숫자가 떴다. **50,000원 당첨.**

나는 한동안 화면을 보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도로가 흘렀다.

그 5,000원은 진짜였다.

내가 손끝으로 의심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계에 밀어 넣었던 그 종이는 진짜였다.

국가가 증명했고, 숫자가 증명했고, 지금 이 화면이 증명하고 있었다.

**당첨은 팩트였다.**

그 한 문장이 내 머릿속의 모든 노이즈를 잠재웠다.

진짜가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행운의 힘까지 빌려야 했던 이 기묘한 연극은 비로소 막을 내렸다.

[작가의 말] 팩트 체크와 소설의 변(辯)


1. 팩트 체크 (Fact Check)

본 소설은 2026년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본문에 삽입된 로또 용지 위 5,000원권 사진은 당시 작가가 느꼈던 기묘한 이질감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한 실제 사진입니다.

해당 지폐는 위조지폐가 아닌 진폐였으며, 실제로 5만 원 당첨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준 '팩트'의 주인공이었습니다.


2. 소설을 쓴 이유 : AI 시대의 '진짜'를 묻다

유튜브 속 '77246 위조지폐' 사건은 나에게 단순한 범죄 실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잘못 그려진 숫자 하나'**가 가짜를 폭로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미학적 아이러니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AI(Calculation)가 77246 같은 서툰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계는 인간의 불완전함마저 학습하여 '가장 진짜 같은 가짜'를 매 순간 업그레이드합니다.

하지만 AI가 잉크의 번짐과 질감은 흉내 낼지언정, 그날 내가 손끝에서 느꼈던 서늘한 의심과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던 인간(Individual)의 절박한 감각까지 복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진짜가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당첨'이라는 행운까지 빌려야 하는 이 기묘한 현실 속에서, 나는 기록합니다.

AI는 확률을 계산하지만, 인간은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찰나의 '진실된 감각'을 남긴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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