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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개 지화 Oct 27. 2023

60대 할아버지가 코스트코에서 손을 슬며시 잡으면?

(feat. 청년창업 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 중 하나)

60대 할아버지가 코스트코에서 내 손을 슬며시 잡는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 집의 귀여운 막내 공무원처럼.


(이름이 공무원이다. 아버지가 딸 둘 중 하나는 공무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셨지만, 둘다 각자가 추구하는 길이 다 달랐기 때문에... 어디선가 새끼 강아지를 데려와서 아들 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이름이 공무원이 된 귀여운 막내..)


확 물어버리는 것이 좋을까. 하하.



저 반항스러운 눈빛과는 달리, 성격은 아주 순해서 사람만 보면 아주 이뻐해달라고 난리다.



자, 그러면. 다시 본론.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로고, 홈페이지, 각종 브랜딩을 내게 맡기고 싶다고 했던 60대? 70대?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60은 족히 넘어보였던.. 할아버지 사장님.


점심 약속 때, 직원과 함께 나갔었는데, 그때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듯이 여러 사장님들을 그 자리에 불러서 같이 식사를 하곤 했다.


성우를 했어도 좋았을 것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 나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고 싶다는 그를 처음에는 의심하지 못했다.



무척이나 자연스러워보였던 모든 행동들.


사회 초년생이 이 세상에 나와서 겪을 수 있는 많은 종류의 것들을 정리해서 으로 엮어도 될 만큼.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의별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에 이기지 못할 시련은 없다.


는 점이다.



당시 카페에서 브랜딩 회의를 하고 나서, 잠깐 걷고 싶다는 할아버지 사장님.


갑자기 코스트코에 들어가더니,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 손을 잡았다.


뭐지. 싶었는데 진짜 외관상 내 할아버지 뻘이셔서, 그냥 손녀같아서 손을 잡은건가? 뭐지. 온갖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1시간 같은 5분이 지나갔고.


저 사장님, 제가 이해가 안 가서 그런데 제 손을 잡으시는 이유가 뭔가요? 라고 물은 나에게.


싫음 말고.


손을 놓으며, 돌아오는 답변이라고 저 답변이 다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창업 초기의 사람들이 겪을만한 여러가지 일들 중 이런 일도 있구나.


이화여대 출신의 아내 자랑도 했었고. 당시의 내가 남자친구도 있다고 분명히 말했었는데.


남자친구 직업을 물어보고는 (평범한 회사 직원이라고 말했더니) 그래? 하고는 별볼일 없는 남자애라고 생각했는지 저런 행동을 보였다.



세상은 넓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세상 가운데에 별의별 미친놈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들이 있지만, 오우.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끝낸 나는 다음날 그와 연관된 다른 회장님에게 이 사실을 고했고, 모든 연락 차단과 함께 계약을 파기했다.



꽤 큰 건이었지만.


내 몸과 마음보다 소중한 건 없다.

이걸 명심해야 한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몸이지만, 내 삶의 긍지와 내면의 아름다움은 모든 순간들이 모여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순간이 닥칠지라도 우리는 용기를 낼 줄 알아야 한다.


화낼 가치도 없는 생물.


수치와 긍지를 모르는 자에게 인생을 허비하지 말자.


내 마음의 힘을 그 사람과 대적하여 싸우는 데에 낭비할 필요도 없다.


담담하지만 정확하고 우아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위험한 상황에 놓여졌다고 생각한다면, 빠르게 판단해서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 상황을 해석하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기에.


그 이후에 어른다운 어른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런 일들이 몇 번 있고 나서부터는.


세상을 더욱 이해하는.


현실적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여러가지 방법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낙망해서 엎드려 있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차라리 맞서 싸우고. 담담하게 상대를 지워내며. 내 삶의 가치와 철학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화개'시키는 데에만 해도 아까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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