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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Feb 14. 2022

영화『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가족의 힘

hwain_film 추천 no. 12

제목: 바닷마을 다이어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등

네이버 평점: 8.82

개봉: 2015


 정말 따뜻한 영화를 만났다. 오뉴월에 보면 더울 만큼 따뜻하다. 소중한 사람들과 오붓하게 나누고픈 이야기가 입가에 맴도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소개한다.


 1. 지극히 일본스러운 가족 영화


 이 작품에는 일본 영화가 가진 특유의 소소함이 곳곳이 묻어난다. 단란한 가족, 아늑한 집, 따뜻한 집밥, 소소하고 평화로운 일상. 부모와 함께하는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그 빈자리를 듬직하게 채운 형제들의 행복한 모습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일본 영화 특유의 아기자기한 감성에 거부감이 있다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긴 어려울 것 같다. 산 정상에서 갑자기 메아리를 외치고, 작위적인 대사로 티격태격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만연한 몽글몽글한 분위기와 소소한 감동이 있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 가득한 여운을 발견할 수 있다.


 2. 빈자리


 이 작품에는 장례식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재(不在)'다. 그것이 죽음이든, 외면이든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부재의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그 순간 부재자의 빈자리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 영화는 부재자의 빈자리를 채우며 성장하는 '남은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두며 보란 듯이 행복하게 지내는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3. 철이 든다는 것


 어른의 보호를 받기만 하던 아이가 이젠 타인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에게 우선순위를 양보하는 태도를 보일 때 우리는 그 아이에게 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언제 철이 들까. 내가 사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철이 든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외동아들에서 맏아들이 되는 그 과정 속에서 맏아들은 철이 든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외면 속에서 형제들을 챙겨야만 했던 맏언니는 가족을 위해 강제로 철이 든다. 빈자리를 보고도 지나치지 못하고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우리는 철이 들고, 성장한다. 철이 든다는 것은 그래서 안타깝다. 그것은 우리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앞으로의 씁쓸함도 이겨낼 준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집과 가족


 우리는 집에 들어오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바깥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이제야 안전해졌다는 안도의 한숨. 우리를 안도하게 만드는 낡은 집에는 가족의 흔적이 묻어있다. 행복의 순간, 비통의 순간 할 것 없이 각자의 모습과 냄새로 집안을 가득 채운다. 그것을 공유하고 그 순간을 함께한 가족들 사이에는 그래서 말로 표현 못할 깊은 유대감과 연대감이 있다. 유대감이 우리를 가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족이기에 유대감이 생긴다. 그래서 가족의 힘은 위대하다. 가족만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고, 그 과정 속에서 가족은 더욱 단단해진다. 우리 가족의 성장 과정이 담긴 낡은 집이 신축 아파트보다 따뜻해 보이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5.   - 워도 또다시 채워지는 가족의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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