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과 인생에 대하여

hwain_film 추천 no. 21

제목: 인생

감독: 장예모

출연: 공리, 갈우, 강무 등

네이버평점: 9.31

개봉: 1994

 장예모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을 이제야 본다. 중국 소시민의 시각으로 1940년대 중국 근현대사를 접사(接寫)한 장예모의 수작, 인생을 소개한다.  

 1. 중국인이 드러내는 중국의 민낯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에 이어 장예모 감독의 '인생'까지. 세 거장 모두 중국 근현대사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영화로 담아냈다. 마오쩌둥 체제의 중국 공산당이 걸어온 길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려내 중국 내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던 '패왕별희'와 마찬가지로, 영화 '인생'도 중국 공산당의 민낯을 제대로 드러낸 나머지 상영금지 처분뿐만 아니라 5년 간 영화 제작 자체를 금지당하기도 한다. (각종 영화제에서 예술성을 인정받고는 곧 해제되었다.) 당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중국 정부가 장예모 감독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려 논란이 되었다. 이런 결과를 모두 예상하고도 중국인이 직접 드러낸 중국의 민낯은 그래서 더욱 투명하고 노골적이다.   

 2.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공리의 매력

 장예모 감독의 영원한 뮤즈이자, 중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당연히 과언일 수 없을 공리는 이 작품에서도 그녀만이 해낼 수 있는 '애처로움 증폭기'를 담당하고 있다. 눈물도 그녀의 눈에서 떨어질 때 더욱 가슴이 아프고, 그녀가 표현하는 '상실의 정서'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강력히 애처롭다. 이 작품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가정을 위해 한결같이 헌신하는 어머니다. 배역이 그녀의 표정과 외모에 잘 녹아들어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었고, 실제로 시대의 비극을 맞이하던 어머니들의 표정이 그랬을 것 같아 더욱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3. 혁명

 공산당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혁명'. 이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물론 학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중국의 근현대사에서 벌어진 혁명들은 오히려 실패에 가깝다. 당시 공산당이 외치던 혁명의 경과에서 그 의미는 완전히 퇴색되었고, 셀 수 없이 많은 폭력과 희생이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영화는 그 과정을 한 개인의 인생과 엮어서 담백하게 풀어낸다. 개인의 자유와 가족의 행복이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산산이 조각나는 과정은 영화의 중심 내용이자, 왜 그토록 중국 정부가 이 작품의 상영을 금지시키려 애를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4. 인생

 장예모 감독의 작품에 등장하는 공리는 항상 얼굴이나 옷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정도로 고생하는 역할이다. 그 말인즉슨 감독의 작품에서 인생의 고난과 역경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독은 그런 고난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도 인생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생명력을 담아낸다. 그렇다.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원래 쉽지 않았고, 지나간 역사의 소용돌이가 말해주듯 인류의 역사는 잠깐의 태평성대와 길고 긴 고난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생을 멈추지 말고 계속 살아가라 말한다. 나는 비록 고생하며 살았지만, 아이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우리들의 인생이 점차 나아질 거라는 막연하지만 든든한 믿음.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5. 한 줄 평-  결국 인생은 누굴 탓하기엔 너무 길고, 후회만 하기엔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