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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Feb 22. 2022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와 책상다리

hwain_film 추천 no. 15

제목: 길버트 그레이프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조니 뎁, 줄리엣 루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렌 케이츠 등

네이버 평점: 9.16

개봉: 1993


 가족은 서로의 상처를 가장 완벽히 치유하는 존재이면서도, 가장 아픈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너무 믿었기에 상처받고, 너무 사랑하기에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준다. 이 세상 모든 길버트를 응원하는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를 소개한다.


 1. 조니 뎁은 잘생겼다.


 만약 이 작품에 대해 한 가지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관객 모두가 입을 모아 조니 뎁의 빼어난 미모에 대해 말하지 않을까. 시대가 흐르면서 조니 뎁이 카리브해를 누비는 해적으로만 기억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 작품에 담긴 그의 전성기 미모는 정말 잘생겼다. 작품 속에서 그는 장발머리에 허름한 청바지를 입고, 마트 직원용 앞치마를 둘렀지만 정작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아이오와주가 아닌 올림푸스에 가까워 보인다. 이렇게 멋진 비주얼과 달리 그의 배역이 집안 온갖 험한 일을 도맡는 청년가장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우수에 찬 미남의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을 매혹한다.    


 2. 그의 이유 있는 수상 실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명작이 즐비한 그의 필모그래피에 비해 2015년 개봉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처음 수상하였다. 팬들은 그 이유에 대해 그가 첫 단추부터 너무 강렬하게 끼워 그동안 스스로의 기록을 깨지 못한 것이라며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하는데, 그 농담의 증거가 바로 이 작품이다. 그는 1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지적 장애인의 모습은 정말 현실적이다. 개봉 당시 그를 실제 지적 장애인으로 착각한 관객들이 많았다고 하니, 그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비하하려는 목적도, 미화하려는 목적도 없이 그저 지적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개인과 가족의 현실을 담담하게 투영하는 그의 연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몰입도와 공감을 자아낸다. 


 3. 가장의 무게


 가정이 있는 한 가장이 없을 수 없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가장이 된다. 가장이 되는 시점이 가정의 상황에 따라 빨리 올 수도, 짧게 지나갈 수도 있다. 살면서 한 번쯤 느껴보는 이 경험은 쉽지도, 즐겁지도 않다. 전임 가장과 후임 가장 사이의 인수인계가 여유롭게 이뤄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갑자기,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이 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가장의 무게는 더욱 무겁고 외롭다. 애초부터 가족들의 이해를 바라고 맡은 일이 아니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세계를 안전하게 지키는 이 복잡한 일이 결코 공공연하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온기가 모여서 단란함이 될 때 가장은 비로소 옅은 웃음을 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가족이라는 짐을 짊어졌을 때 가장 강해진다.


 4. 책상다리


 가족에게 받는 상처가 남에게 받는 상처보다 아픈 이유는 우리가 가족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처를 주고 떠나간 가족의 빈자리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뼈가 보이게 벌어진 상처를 달고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떠나지 못한다. 미워도 머릿속 한편에 크게 자리 잡은 그들의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잠시 가족을 잊으려 달아난 곳이 가족의 품이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을 실감한다. 책상을 받치는 4개의 다리 중에서 하나만 길이가 짧아도 책상은 쉽게 넘어진다. 그러나 그 길이에 맞춰 모든 다리를 잘라낼 때 책상은 온전하게, 그리고 전보다 더욱 견고하게 중심을 잡는다. 짧은 다리 하나에 맞추어 멀쩡한 다리를 전부 자르는 일이 바보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책상이 넘어지는 것을 외면하는 것보다 다리를 자르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5. 한 줄 평- 불완전하기에 나는 인간이고, 그것을 맞춰가는 우리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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