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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Apr 03. 2022

영화 『코다』와 둥지

hwain_film 추천 no. 18

제목: 코다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스-필로, 트로이 코처 등

네이버 평점: 8.80

개봉: 2021


 다른 사람도 아닌, 함께 사는 가족에게서 느끼는 이질감은 우리를 더욱 외롭게 한다. 가족과 다르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아주 감동적인 영화, 코다를 소개한다.


 1. CODA


 이 작품의 제목 CODA는 'Child Of Deaf Adult', 즉 '청각 장애인 부모를 가진 자녀'라는 뜻이다. 작품의 주인공 '루비 로시'는 본인과 아빠, 엄마, 오빠로 구성된 4인 가족 중에서 유일한 청인(聽人)이다. 농인들 사이에서 청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지만, 이 작품은 가족들 중에서 유일하게 청력을 가지는 것이 과연 기적일 수 있는지 반문한다. 루비의 청력은 곧 가족들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어 '족쇄'처럼 그녀를 괴롭히고, 그녀의 억척스러운 삶은 '들장미 소녀 캔디'를 방불케 한다.


 2. 수어


 청각 장애의 또 다른 아픔은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인들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농인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수어를 배운다. 이 작품에서도 대부분의 대사가 수어로 표현되는데, 감독도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루비의 가족으로 출연하는 배우 세 명을 실제 농인 배우들로 캐스팅했다. 어떠한 소리나 음역 없이 손짓으로 모든 정보와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이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제한적으로 느껴지지만, 수어에는 오히려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답답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표현할 때 손끝이 맞닿으며 들려오는 거친 소리에서 수많은 감정이 전해지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묻어나는 손동작에서는 말 한마디보다 더 따뜻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수어의 장점은 말처럼 증발하지 않고 눈에 선명히 보이는 '감정 표현'이다. 수어로 말할 때 보이는 손동작과 그 뒤로 보이는 표정이 우리에게 더욱 진하고 선명한 감정을 전달한다.


 3. 소리와 진동


 농인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동'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스피커에 손을 직접 대어 보거나, 드럼의 진동을 통해 울림을 느낀다. 소리는 귀에 들어왔다가 금방 나가지만, 진동은 우리의 귀를 타고 들어와 심장에 울려 퍼지기도 한다. 청인들은 소리와 진동을 둘 다 느낄 수 있지만 소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진동까지 느껴보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농인들은 소리를 상상하고, 느껴보기 위해 진동에 집중한다. 이 작품은 음악이라는 소재를 소리와 진동으로 나누어 표현한다. 딸의 노랫소리를 느껴보려 진동에 집중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울림을 느낀다.


 4. 둥지 밖으로


 우리는 분명 가족들과 피를 나누었지만 그들과 완벽히 똑같이 살 수 없다. 오히려 살면서 점차 가족과 다른 자신의 외모나 가치관,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 순간 느껴지는 가족과의 이질감이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농인 가정에서 유일하게 청력을 가지는 것이 저주로 다가오는 것처럼, 가족들에게 없는 나만의 특별함이 이질감에 가려져 저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가족들이 나의 특별함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할 때, 우리는 자괴감에 빠져 그 재능을 낭비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말한다. 둥지를 박차고 나온 새가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가족들과 다른 점이 많을수록 그 사람은 가족들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도 답답한 둥지 속에 갇혀 날아오를 타이밍을 주저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5. 한 줄 평- 들리지 않아서 더 잘 보였던 그 사람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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