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적응하기

받아들이는 훈련

by hwain

모든 생명은 태어난 후 일정한 적응기를 가진다. 알에서 갓 부화한 조류들은 연분홍빛의 속살을 서서히 깃털로 감춰가고, 포유류들은 양수에 젖은 몸을 말리며 힘없는 다리를 이용해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쓴다. 인간은 태어나면 숨을 틔우고 엄마 품에 안겨 울음소리를 그쳐 간다. 그리고 당신은 방금 다시 태어난 듯이 새로운 삶을 맞이했다.


그래서 당신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통뿐인 지난 삶을 깨끗이 청산하고, 두 팔 벌려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이 중요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은 어제의 지옥에 제 발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니 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처럼 활기차게 새로운 삶에 적응할 준비를 해보자.


받아들이는 훈련은 안정된 적응을 위한 훈련이다. 마음을 단련시키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에 가장 좋은 이 훈련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날과 제대로 마주하는 훈련이다.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가까스로 멀어졌는데 다시 그 삶과 마주하고 심지어 그 고통을 받아들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지난날의 고통과 완전한 작별을 이루려면 그 고통을 집어삼킬 것처럼 강력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이 없이는 새로운 삶에서 언젠가 마주칠 지난날의 고통을 제대로 극복할 수 없다. 훈련 없이 맞이하는 낯익은 고통들은 지난날보다 더 큰 공포와 우울감이 되어 새로운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것이다.


'받아들이는 훈련'의 준비물은 공책과 펜이다. 훈련의 첫 번째 동작은 공책을 펼치고 내가 그토록 힘들어하던 것이 무엇인지 한번 적어보는 것이다. 잘 떠오르지 않거나 표현이 막연하다면 글자로 써 내려갈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좋다. 마음속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던 시끄러운 감정과 생각들을 뚜렷한 글자로 마주해보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의미를 준다. 어렴풋이 고통스러웠던 순간, 기억, 감정들을 차근히 나열해보자. 도중에 힘들다면 중간에 쉬어도 좋다. 아니면 다시 펜을 쥘 수 있을 때까지 하루 종일 쉬어도 좋다. 그야말로 훈련이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시간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 대신 이 훈련을 시작했다면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보길 바란다. 당신을 힘들게 한 고통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적어보자. 만약 이 훈련 중에 갑자기 우울감이 솟구치거나 눈물이 떨어진다면 그것을 훈련의 성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열심히 운동하면 땀이 나는 것처럼, 당신이 훈련 도중에 느끼는 피로감이나 우울감도 당신이 흘리는 노력의 땀방울이다.


이 훈련을 수행하면서 당신은 무엇을 느꼈는가. 새하얀 공책 위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고통의 흔적들과 마주하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문장이나 단어를 따라가면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금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울지도 모른다.


이 훈련의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지피지기 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처럼 나를 괴롭힌 '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맞이한 이후에도 내 마음에 고통을 주는 일들은 불가피하게 또다시 벌어진다. 그러나 그 적에 대해, 적들이 내게 주었던 고통의 무게에 대해 미리 알고 있다면 우리는 지난날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을 수 있다. 지난날의 고통을 둘러보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천천히 알아가는 것, 그것만으로 우리는 새로운 삶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훈련'의 첫 단추를 야무지게 끼웠다면 다음 훈련은 '유체이탈'이다. 이름만 보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괴짜스러운 훈련처럼 보이겠지만 이 또한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훈련과정이니 차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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