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맷집 기르기

그게 왜 내 잘못인데?

by hwain

새로 맞이할 세상에 적응할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마련되었다면 다음은 '정착' 단계다. 어렵게 부여받은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도록 이제 당신에게는 새로운 삶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당신은 달라졌겠지만, 바깥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위험하다. 거친 태풍에 뽑혀나가지 않으려 깊은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당신에게도 세상의 모진 풍파를 이겨낼 튼튼하고 강력한 '맷집'이 필요하다. 이번 이야기에서 말하는 '맷집'은 육체적인 맷집이 아니다. 바로 '마음의 맷집'이다.


이기기 위해 서로를 때려눕히는 복싱 경기에서 맷집은 상당히 중요하다. 상대방의 공격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이 힘은 선수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후의 방어수단인 동시에, 경기의 최종 라운드까지 완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선수들은 코치들에게 둘러 쌓여 복부를 억지로 연신 강타당하며 상대 선수의 '보디 블로우'에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맷집을 기른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는 이 잔혹한 훈련이 당연히 쉬울 리가 없지만, 링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버틴다.


링 밖이라고 다를까. 심판도, 제한시간도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왼손엔 '정(情)'과 오른손엔 '관심'이라는 명목상의 글러브를 끼고 상대방의 급소를 인정사정없이 때린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사랑하니까, 걱정돼서, 널 위해서라는 말들로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게다가 그런 글러브조차도 없이 날리는 맨주먹은 우리를 결국 사지로 몰아넣는다.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전, 당신에게도 무수한 주먹들이 오고 갔다. 그러나 맷집이 부족했던 당신은 방어하기는커녕 스스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극심한 고통이 당신의 마음을 붉은 피로 물들였다. 애석하게도 사회에서 '레퍼리 스톱(referee stop*)'이란 없었다. 누가 쓰러져가는지, 누구의 마음이 죽어가는지 관심도 없는 차가운 사회 속에서 당신은 정작 지켜내야 할 자신은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살피다 죽어갔다.


지난날의 고통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통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고통 자체를 피할 방법이 없다면 같은 크기의 고통이라도 최대한 적게 괴로워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바로 '마음의 맷집'을 기르는 것이다.


마음의 맷집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길러진다. '그게 왜 내 잘못인데?' 자칫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질문은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건넬 때 최고의 방어수단이 된다. (*타인에게 건네면 싸움으로 번져 고통이 두배로 커질 수 있으니 반드시 스스로에게만 건네주도록 하자.) 행여 그것이 명백히 당신의 잘못이더라도 당신만큼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보호하는 것, 그것은 자아 존중의 시작이자, 마음의 맷집을 키우는 과정이다.


인간관계를 쌓다 보면 타인의 잘못도 내 잘못 같이 느껴지고, 내 잘못은 더 무거운 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다. 고통이 눈앞에서 벌어질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내 탓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자.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내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진정성을 갖춘 사과도 내 자아가 멀쩡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일단 나부터 안전해야 한다. 그러니 자신 있게 물음표를 던지자. '그게 왜 내 잘못인데?'


마음의 맷집이 강해지면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진다. 다가오는 고통을 전부 받아내지 않고 튕겨내거나 흘려보낼 줄 알게 되었으니 애초에 깊은 상처가 생기는 일도 적어진다. 지난날, 당신을 무너뜨렸던 크기의 고통도 이제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벌써 당신은 꽤 안전해졌다. 하지만 안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에게 들이닥칠 더 큰 고통에도 기죽지 않고 맞설 수 있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다음 이야기에는 맷집만으로 버티기 힘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튀어나올 고통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줄 강력한 마음을 키우는 방법을 준비했다.


*권투에서, 주심이 경기를 중지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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