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방치
새로운 삶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당신, 훈련을 거듭하며 단련된 모습을 보니 이제 조금 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당신에게도 생긴 것 같다.
이번에는 삶을 더 재밌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진 재미의 기준과 그 깊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재밌게 사는 방법도 공식처럼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다. 서울에서 강원도를 가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행복하고 재밌게 사는 방법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이번에는 삶에서 보다 더 많은 재미와 행복을 찾고, 그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다. 이 책의 앞선 내용을 받아들일 때처럼 너무 경직된 자세보다는 머리를 비우고, 몸에 긴장을 푼 채로 가볍게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살면서 무언가를 방치해본 경험이 있는가. 방치란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정리정돈의 반대 개념이자, 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방치는 결코 부정적인 의미의 방치가 아니다. '즐거운 방치', 말 그대로 기분 좋은 방치에 대한 이야기다.
즐거운 방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이사처럼 생활환경이 바뀌는 것을 경험할 때 수많은 짐을 싸고, 푼다. 새로운 환경에 일단 도착하면 그 환경을 한 번 정리하고, 이전 환경에서 가져온 짐들로 새로운 환경을 채우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짐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걸 우리는 '방치한다'고 한다. 즐거운 방치의 개념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단, 즐거운 방치는 일반적인 방치와 달리 짐을 푸는 게 귀찮아서, 또는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상황을 '즐기기 위해' 짐을 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즐거운 방치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당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삶 자체가 새로운 환경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새로운 환경이란 그보다 조금 더 좁은 개념인 '새로운 공간'들을 통칭한다. 새로운 집, 학교, 직장, 새로운 모임이나 동호회가 그 예시다. 우리는 보통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 긴장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 이곳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 역할을 잘 해내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물론 이것은 구성원들과 원만하게 생활하기 위해서, 혹은 낯선 환경 속에서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고민이지만, 이 '섣부른 정리정돈'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새로운 삶에서의 당신은 지난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제 막 새로운 삶에 정착한 당신이 연습 없이 곧바로 인생을 즐기기란 어려울 것이다. 당신이 더 행복하고, 더 즐거운 삶을 누리려면 어떠한 환경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아를 다듬거나 정리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 속에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경험, 이것이 곧 '즐거운 방치'이자 인생을 즐기는 연습이다.
설명이 다소 길었지만 사실 즐거운 방치를 연습하는 방법은 단순하고 무식하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내 몸과 자아를 새로운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흡수시키는 것, 그뿐이다. 다수의 의견을 생각 없이 따라 해 보고, 남들이 먹는 음식을 따라먹어 보고, 새로운 것을 그들과 함께 경험해보자. 사실 이것이 말로는 쉽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가치관과 취향을 숨긴 채 자아를 방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나를 한 번 방치해보는 이 경험은 즐거운 감정의 깊이를 넓히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혼자였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귀찮고 낯선 상황 속에서 자아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 몸을 한 번 맡겨보기만 했는데도 즐거움과 행복의 스펙트럼이 자연스럽게 넓어진 것이다.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고 넓어진 만큼 당신이 느끼게 될 즐거운 감정들도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즐겁게 방치하되, '자아의 주도권'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과 그 안에서 빛나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도 그것은 당신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자아의 모습과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것일 뿐이지, 절대로 새로운 환경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만 의지하다가 자아의 주도권마저 잃는다면, 어렵게 얻은 새로운 인생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환경이 변하거나 사라질 순간을 맞이할 때 즐거움과 행복도 함께 증발할 거라고 착각하며 환경에 집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거운 방치의 안전벨트는 언제나 자아의 주도권에 있다.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를 방치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당신은 그동안 잘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고, 인생을 제대로 즐기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것이다. 당신에게도 이렇게 다양한 표정과 매력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