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in_film 추천 no. 29
제목: 블루 재스민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이트 블란챗,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등
네이버 평점: 8.52
개봉: 2013
삶은 탑 쌓기와 같다. 주춧돌부터 기둥까지 어느 것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세상살이를 표현한 작품, 블루 재스민을 소개한다.
1. 간단하게 말해서, 매력적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간단함, 그리고 명료함이다. 애매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스토리라인을 헤집어 놓지도 않았다. 내용을 억지로 늘리지 않아서 산만하지도 않다. 9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작품의 군더더기 없음을 증명한다. 내용도 심플하다. 잘 나가던 귀부인의 몰락이 이 작품의 내용 전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여백 메웠다니 하는 진부한 칭찬은 오히려 이 작품을 담백하게 설명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케이트 블란챗은 이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간단하게 말해서 또, 간단하게 말해 주어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2. 케이트 블란챗
케이트 블란챗을 빼고 이 작품을 논하기엔 그녀의 공적이 너무 크다. 그녀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재스민’을 상상하기 어렵다. 재스민은 작품의 주인공이자,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 소재다. 이런 작품에서는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곧 작품성이 된다. 케이트 블란챗은 잘나다가 일순간에 길바닥에 내앉는 재스민을 연기했다. 고풍스러운 말투와 분위기, 그리고 훤칠한 몸매가 몰락의 위기 속에서 허우적댄다. 그 간극에서 묘한 감정선이 공감을 불러냈고, 공감은 곧 여운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가 끝날 때쯤, 각종 영화제의 수상이 자연히 이해되었다.
3. 전환과 대비
영화는 장면의 전환과 인물들 간의 대비로 더욱 극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장면의 전환은 전개가 답답하지 않도록 환기하여 영사기에 기름을 칠한 듯했고, 서로 대비되는 상황과 인물들 간의 서로 대비되는 행동들을 강조하여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했다. 영화에서는 특히 ‘내가 잘될 때’와 ‘남이 잘될 때’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는다. 우린 자신의 성공 속에서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가. 또 타인의 성공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행동하는가. 계속되는 장면의 전환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도 우리에게 어떤 여운을 제공한다.
4. 탑 쌓기
서두에서 말했듯이, 인생은 일종의 탑 쌓기다. 탑을 형성하는 재료들은 다양하고 다양한 만큼 정해진 재료도 없다. 불행만으로 탑을 쌓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행복만으로 탑을 쌓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으로 쌓을지, 어떤 높이로 쌓을지에는 정답이 없지만, 한 가지 규칙은 있다. 바로 정해진 순서대로 쌓아야 한다는 것. 주춧돌부터 기둥과 지붕, 그리고 마지막 꼭대기 처마까지 차근히 쌓아야 탑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칙이다. 이를 간과하다간 자신의 인생이 처참히 무너질 각오를 해야 한다. 재스민은 주춧돌도 없이 기둥부터 골라 집었고, 다시 주춧돌을 쌓을 수 있는 기회에서도 오히려 처마를 잡았다. 어찌 보면 그녀의 불행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그녀가 탑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5. 한 줄 평- 재료는 중간에 바꿀 수 있어도, 순서가 바뀌는 순간 무너져버리는 우리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