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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Mar 19. 2016

[Mexico] 내가 만난 멕시코의 맛

멕시코에서 먹고 마신 이야기

아메리카 대륙 방문에 있어 멕시코는 중미 시작점이었다. 쿠바를 가기 위해 경유하는 나라였다고나 할까.

길지 않은 시간 체류한 칸쿤과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씹고 마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현지인들이 바글바글, 줄 서서 먹는 멕시코 식당

Bar에 가기엔 돈이 부족할 때가 많은 가난한 배낭여행자인지라 마트에서 맥주나 안주거리를 사서 먹는걸 즐겼다. 마트에서 양손 가득 장본 식량들을 들고 이동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줄 서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머나먼 나라, 멕시코에는 동양인이 없지는 않지만 흔치도 않기 때문에 양 손 가득 비닐봉지에 먹을걸 들고 줄 서 있는 내가 신기했을 터. 나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느껴져 기다리며 줄의 앞 테이블에 웃으며 인사했더니 본인들은 이 식당의 엄청난 단골이며 이 식당은 맛이 좋다고 엄지를 척 내보였다.

사실 내가 스페인어 메뉴에서 내가 아는 단어는 고기 종류나 과일 몇 가지뿐이었다.

이틀 뒤, 호스텔 주인의 추천으로 멕시코 요리를 맛있게 한다는 식당을 찾아갔는데 이 곳의 다른 지점이었다. 그러니까 이 식당은 맛집이 맞았다. 알고보니 현지인에게도,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식당이었다.

식전에 만날 수 있는 것들.

나초와 수프. 중미 지역에서는 나초를 식전에 에피타이저로 준다. 리필이 원래 되는진 모르겠지만 더 달라고 해서 거절당한 적은 없었다. 

멕시코의 여느 식당에 가면 저렇게 소스 몇 종이 놓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매운 소스 피칸테(Picante, 매운 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와 토마토 살사 소스. 연두색 소스는 과카몰리인 줄 알고 찍어먹으면 굉장히 낭패스럽다. 과카몰리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사진처럼 묽은 경우라면 전부 매운 소스. 

보통의 한국 고추보다 훨씬 매운맛의 소스들이어서 매운걸 잘 못 먹는 편이기에 토마토 살사를 굉장히 많이 먹었는데 전반적으로 느끼하다 느낄 수 있는 멕시코 음식에 곁들이면 굉장히 잘 어울렸다. 

새로운 맛이 꼭 내 입에 맞는건 아니다

타코를 시켰을 때 나온 처음 보는 밑반찬(?)은 식용선인장 Nopales 라 한다.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굉장히 약간 새콤하면서 물컹한 것이 샐러드 같은 역할을 하는 건가 싶었다. 

현지인들의 추천으로 시킨 메뉴

굉장히 맛있게 먹은 이름 모를 메뉴. 엄지를 척 내보인 그녀들의 추천에 힘입어 이름도 모르고 시킨 메뉴. 여러 가지 야채구이도 함께 나온다.

멕시코에 왔으니 먹어봐야 할 퀘사디야(Qusadilla), 타코(Taco)도 한번 시켜보았다. 역시 멕시칸 음식은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었다.


아침 일찍 투어를 가던 길에 먹은 포장마차 음식. 길거리 음식에서도 매운 소스와 토마토, 양파, 고수가 들어간 살사 소스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샌드위치 가게에서도 빠지지 않는 피칸테 소스. 중남미 지역에서 고추가 나는 만큼 매운 소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피칸테, 포르파보르!" (Picante, Por favor = 매운 소스 좀 주시겠어요!)를 얼마나 많이 외쳤는지 모르겠다.

샌드위치를 먹어도 피칸테가 나온다. 이건 다른식당에서 먹은 샌드위치


칸쿤 바닷가는 휴양 관광지이기 때문에 플라야 델 카르멘보다 길거리 음식 물가가 비싼 편이었다.

무엇을 주문하든 세팅되는 소스와 라임, 나초
이거 누구 코에 붙이라는건지, 코딱지 만한 소고기 치즈 타코
10년도 훌쩍 넘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첫 방문때 먹어봐서 나에겐 친숙한 Fajitas

그나마 먹을만한 양이었던 화이타 (Fajitas). 물론 타코의 4배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여인의 섬, Isla Mujeres에서는 골목골목을 다니다 굉장히 로컬 식당 같아 보이는 수수한 식당에 들어갔었다. (물가가 비싸 전망이 좋은 식당에 못 간 것은 비밀)

이 집에 온 이유는 Fish Taco가 메뉴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쉬 타코를 먹고 멕시코를 뜨겠다는 나의 집념이 있었는데 어쩐지 이 메뉴는 세비체 같은 느낌을 더 주는 듯하다.

나초는 더 달라고 하면 더 먹을 수 있는 식전 주전부리
이태원의 멕시칸 식당에서 먹는 엔칠라다가 더 맛있을 거 같았다

엔칠라다(Enchilada)가 식당의 대표 메뉴라며 주인이 하도 추천해 먹은 엔칠라다는 생각보다 맛있는 편은 아니었다. 


결국 공항 가는 길에 사 먹고 만 Fish Taco

사실 멕시칸 음식은 맛있어서 세계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멕시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을 찾을 수 있다.

친숙한 멕시칸 음식이지만 생전 처음 들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Fish Taco.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재료가 없거나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먹지 못한 그 음식을 결국 멕시코를 떠나기 위해 공항 가는 길에 테이크 아웃해서 먹어 본 것.

사실 전날 클럽에서 굉장히 강렬한 시간을 보내고, 그 여파로 공항버스 시간 체크를 못해 비행기 못 타는 줄 알았다.

체크인 시간에 늦을까 조마조마한 마음 와중에 고소한 냄새 풍기던 이 음식들. 생선살과 새우 등 타코와는 굉장히 생소한 조합이었다. 전날의 숙취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공항 바닥 한구석에 앉아 허겁지겁 먹었다.



멕시코 하면 데낄라 (Teguila)

일개미 시절, 회식이면 마시는 소주가 싫어 데낄라나 보드카 아니면 술을 안 먹는다 라는 호기로운 말들을 많이도 내뱉었었다. 선인장으로 만드는 술인 데낄라는 멕시코의 술이다.

마트에만 가도 수많은 종류의 데낄라를 만날 수 있다. 데낄라가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코코아맛, 딸기맛, 망고맛 등 다양한 맛의 데낄라가 있다


# Centenario

아주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사 먹을 정도로 비싸진 않기에, 이 술은 한국 가면 훨~씬 비싸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집어온 데낄라였다.

머물던 호스텔 옥상에는 Bar가 있었다. 종종 파티가 열린다고 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머무는 기간 동안에는 호스텔에 파티가 없었다. 

멕시코에 도착하고 이튿날, 옥상에 앉아 마트에서 집어온 데낄라를 홀짝이는데 아르헨티나에서 온 청년, Martin이 합석했다. 얼굴은 나보다 훨씬 어른 같았지만 실상은 나보다 한두 살 어린 청년. 여자친구와 함께 칸쿤 여행을 계획하고 예약했었지만 결국 헤어지고 여자친구는 칸쿤으로, 본인은 호스텔이 많은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왔다는 슬픈 사연을 가진 청년이었다. 

 Martin이 유명한 데낄라라고 말해주었다. 호스텔 옥상에서 Martin이 슬픈 사연을 서슴없이 털어놓게 만들어준 술이었다.


#Sauza 100 Años Reposado Tequila

호스텔을 벗어나 리조트가 가득한 칸쿤의 바다는 보이지 않는 저렴한 호텔 앞 미니 슈퍼에서 산 데낄라였다. 미니 슈퍼 여자 직원은 그 짧은 시간에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고 스페인어 단어만 띄엄띄엄 말할 수 있는 나에게 이런저런 한국어 질문을 해댔었다. 신혼여행지로 꽤 알려진 휴양도시 칸쿤의 호텔들은 배낭 여행자에게는 조금 서글플 수 있지만 데낄라에 과일주스, 돼지껍데기 과자, 그리고 훈제굴까지 곁들이니 럭셔리한 술상이 펼쳐졌다. (물론 그렇게 먹는다고 해서 신혼 여행자들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데낄라는 확실히 독하다. 

내가 먹었던 데낄라들은 한국에서 익숙한 호세 꾸에보 보다는 비싼 데낄라들이었지만 비싸다고 독하지 않은 것은 아니더라. 맥주만큼 자주 먹을 수 없기에 짧은 기간, 다양한 종류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카리브해에서 마시는 맥주, Cerveza!

맥주는 스페인어로 Cerveza라고 부른다.


#Sol

차가운 겨울의 미국 여행 후 내려온 뜨거운 중미, 멕시코.

칸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칸쿤보다 저렴한 물가로 배낭여행자에게 반가운, 칸쿤 근방의 아쿠말 비치에서 스노클링 투어 후 마신 멕시코 첫 맥주였다.

스노클링 투어 후 마시는 Sol은 우리에게 익숙한 멕시코 맥주, 코로나보다 멕시코에서 유명한 맥주라고 한다. Sol이라는 이름에서 강렬한 맛일 줄 알았는데 더운 날씨에 벌컥벌컥 반캔 원샷이 가능한 가벼운 라거였다. (Sol은 스페인어로 태양이라는 뜻이다)

이후 중남미 여행에서 굉장히 자주 만난 맥주! 


#Indio

갈까 말까 고민했던 칸쿤 옆의 작은 섬, 여인의 섬 (Isla Mujeres)

화창하고 더운 날씨는 절로 맥주를 찾게 만들었다. 섬에 들어가자마자 산 맥주, Indio.

골프 카트를 타고 이슬라 무헤레스를 한 바퀴 돌며, 조수석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갈증을 삭였다.


#PACIFICO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 Private beach 부럽지 않은 Public beach를 제공한 여인의 섬.

훌륭한 샤워 시설은 물론, 풀장, 식당에 음료까지! 이 곳을 발견하기 전에도 여인의 섬은 너무 좋았는데 발견하는 순간, 여인의 섬이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곳이 되어버렸다.

조용하고 아름답고 깔끔하고 (보기보다 맥주도 저렴하다!!) 가만히 누워 멍 때리기 딱 좋은 해변. 썬베드에 누워 마시던 Cerveza는 그 종류가 어떻든 간에 꿀맛!

나에겐 칸쿤 보다 훨씬 아름다웠던 여인의 섬

# TECATE

슬픈 사연을 가진 Martin 과 함께 마신 맥주. 그의 슬픈 사연에 가지고 있던 데낄라를 나눠주었고 Martin은 맥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회사, S사와 일한다는 Martin은 슬프게도 '빨리빨리'와 한국인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꽤 알고 있었다. 한국인 동료로는 민정인지 민중인지 아리송한 이름을 가진 친구와 가장 친하다던 Martin. 아르헨티나 청년의 입에서 한국식 이름이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 색색깔의 칵테일!

길지 않은 일정 바쁘게 다니다 보니 칵테일을 파는 Bar에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맛본 색색깔의 칵테일도 빼놓으면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알콜의 비율이 높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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