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퐈느님 Apr 26. 2016

[Cuba]아바나는 천천히, 하지만 생동감 있게 흐른다

고작 일주일 체류해놓고 쓰는 쿠바 이야기 2

쿠바의 수도 Habana, 우리는 하바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현지에선 H가 묵음이 되기 때문에 발음해보자면 '아바나'이다. 


쿠바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항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지구 반대편 방문을 통해 꽤 많은 공항을 가봤는데,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만큼 인상적인 공항은 없었던 것 같다. 공항의 규모나 놀랄 만큼 느린 수화물 찾기 때문도 아니었다. 

공항 직원들의 복장 때문이었다. 전 세계 모든 공항을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보통 공항에서 직원들은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아바나 공항의 여자 직원들은 굉장히 짧고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일했다. 게다가 망사 스타킹이라던지 장미 패턴이 들어간 스타킹을 신는 것은 물론, 야시시해 보일 수도 있는 꽤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일하고 있었다. 

모든 여자 직원들의 복장이 그렇진 않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직원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눈길을 확 끄는 인상적인 복장과 화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쿠바를 입출국할 때는 분실물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공항 직원들이 수화물에서 몇 가지를 빼어 간다는 이야기. 

작년에 미국 공항에서도 공항 직원이 수화물에서 '꿀꺽' 한다는 뉴스가 한창 나왔듯 쿠바에만 국한된 이야긴 아니겠지만 쿠바에서는 볼펜, 충전 케이블, 치약 같은 소소한 여행 준비물들도 종종 사라진다고. 나보다 쿠바를 먼저 방문한 지인들이 직접 겪었던 일화를 들었던지라 커다란 배낭을 정말 이중 삼중으로 포장해서 보냈는데 내 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화물을 기다리며 보니 대부분은 래핑을 해서 부쳤더라.


쿠바 여행자들의 날적이, 오프라인판 게시판 정보북

 유럽 여행이면 '유랑'이라던지 남미 여행이라면 '남사'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의사소통이 편한 한국어로 여행자들은 여러 가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쿠바에서는 인터넷을 한정된 장소에서만 시간 단위로 돈을 지불하고 할 수 있기에 보통의 여행지들처럼 여행자들끼리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보북'이라는 것이 있다. 종이책에 근교 여행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에 했는지, 어떤 식당이 맛있는지 등 여행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가 적혀있다. 정보북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까사에 비치되어있는데 그 까사는 마치 사랑방(?) 같이 오픈되어 있어 까사에 머무르지 않는 여행객들도 정보북은 열람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아날로그 냄새가 풀풀 풍기며 손때 가득한 정보북을 펴보면 손글씨는 물론 직접 그린 지도, 식당의 간판, 먹었던 음식들의 손그림도 가득했다. 쿠바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나 역시 쿠바에 입국한 첫날, 정보북에서 꽤 많은 정보를 얻었고, 쿠바를 떠나는 날 아침, 내가 가진 정보들을 정보북에 업데이트하고 왔다.

쿠바 여행자 Samuel 님이 남겨준 올드아바나에서 시내가는 법. 감사합니다



파세북? 그게 뭐죠?

 말레꼰 근처의 밤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왠 아저씨가 등장해서 짧은 영어로 나의 외모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10대 중후반쯤 된 아들을 길 지나가던 내게 소개하여주면서 새 스마트폰을 사서 사용법을 아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손짓 발짓 스페인어와 서툰 영어를 곁들어가며 설명했다. 그러다 내가 지나갔다고.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나선 "파세북? 파세북?" 묻는데 정말 그건 뭔지 모르겠더라.

파세북. 그것은 바로 Facebook이었던 것. 페북, 얼굴책 이라고 부르듯 스페인어로 소리 나는 데로 읽다 보면 페이스북도 파세북이었더라. 쿠바인들도 페이스북 하더라. 중남미 여행에서 누군가 파세북을 외친다면 당황하지 말고 페이스북 계정을 알려주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먼 땅에 갈수록 외모에 대한 찬사는 '신기함'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나인지라 외모에 대한 칭찬은 언제나 Hola! 혹은 Hello! 정도의 인사로만 생각하고 넘겼다. 물론 칭찬은 해서 나쁠게 없다고 생각하기에 '잘생긴 남자', '멋진 남자', '재밌는 남자'와 같은 남자의 외모에 대한 칭찬 어휘, 문장 정도는 화답으로 언제나 준비해뒀었다. )


시간이 멈춘듯한 쿠바의 거리 

개방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여느 도시보다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낡았지만 생동감 넘치는 거리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나을 것을 알기에 올드 아바나를 비롯한 아바나의 모습을 몇 장 공유한다. 

해안가에서 낚시는 즐기는 사람들
뜨거운 햇살 덕에 빨래는 정말 뽀송하게 잘 말랐다



고작 일주일 체류 해놓고 쓰는 쿠바 이야기들 더 보기

- 매력적인 나라, 쿠바 여행 인트로

- 특색 없지만 어쩐지 궁금한 쿠바에서 먹고 마신 이야기 1 (쿠바 커피)

- 특색 없지만 어쩐지 궁금한 쿠바에서 먹고 마신 이야기 2 


작가의 이전글 [Mexico] 배낭여행자의 신혼여행 휴양지 즐기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