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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Aug 26. 2021

맥주 한캔의 위로

사실 난 술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다

여름에 너무 더우면 가끔  맥즌 작은 캔 한캔 따는정도?

며칠전 신랑이랑 좀 크게 다퉜는데(아직 냉전중)

싸운거 자체가 속상하다기 보다..

뭐랄까...


우리 아빠랑 신랑은 사실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다혈질적이고 욱하면 순간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서로가 비슷하다는건 사실 서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빠 장기이식 결정나던 그날밤

(다음 날이면 돌아가시게 되는 날)

신랑이 새벽에 깨서 다시 잠을 못들고 있었다

생전 꿈을 안꾸는 신랑이

아빠가 꿈에 나왔는데

생전에는 보지도 못했던거 같은

너무도 환한 미소로 아무말도 안하고 서  계셨다고..

너무 생생하다고 울먹거렸다


아빠도 당신이 서방이랑 성격이 비슷하다 평소 생각하셨고

그러다보니 제일 걱정되서 먼저 오셨나보네

그래도 웃고 계시고 아무 말 안하신건

오빠를 그래도 믿는다는 뜻 아닐까

난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결혼 10년차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기도 했고

빚잔치지만 두번째 내 집 사기도 했고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깨닫게 된 것들로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신랑이 아빠 꿈 꾸고 많이 우는 모습을 봤기에

달라지길 기대했기 때문일까...


갑자기 떠나보내고 나니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당연한 사람이 아니고

감사하고 귀히여겨야한다는걸 깨달았지만

또 싸우고 다투게 되는 현실속에

특히나 크게 싸우고 나니

참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지만...

이렇게 아무 의미 없이 다시 똑같이

(아니 어쩌면 때론 더 심하게)

다투고 싸우고..


이제는 속상함의 성질이 달라져버렸다

남편과 싸운게 그  내용이 속상한게 아니라

아빠의 꿈속의 무언의 부탁이

아무 의미가 없음이 허탈하고

든든한 내편이 한명이 없다는것에 서러워 진달까...


그래서 그런지 잘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마셔봤자 330ml한  캔까는 내가

3일째 500ml 캔 맥주를 마시고 있다


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게 자꾸 활활 타오르고

자꾸만 슬프다

그 열기를 무엇으로도 식히지 못해

맥주를 마신다

아무것도 해결해주진 않지만

뜨거웠던 속이 잠시나마 가라앉는다


맥주 한 캔의 위로......


이사오고 아들녀석 2층침대를 사줬는데

오늘 두번이나 물건을 들고 내려오다 넘어져서

크게 다칠뻔했다

두번째는 혼을 내다 난 울어버렸다


할아버지 그냥 넘어지셨는데

머리 부딪혀서 돌아가셨다고

사고라는게 그렇게 일어난다고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다칠까 떠날까 무섭다고

이도 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내가 안전에 대해 무척 예민해져있단걸

깨닫는 순간이였다


결혼10년동안 빚없이 살다

이번 집을 사며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물론 월세로 빚은 충분히 갚아지긴 하지만

신랑이 가장으로써의 무게가 깊은지 많이 예민하다

그런데 나 역시도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있기는 커녕

나부터가 돌봄이 필요한 마음이다 보니..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심하게 부딪히고

끝을 보면서 싸우게 된다


갑자기 아빠를 보내고 나니

원래도 돈에 별로 연연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빚은 무서워했는데)

모든게 덤덤해졌다

(큰충격으로 둔해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신랑눈에 태평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만  빚에 부담스럽고 초초한거 같아서...


모르겠다

난 그냥 이제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사는게 맞다 결론났는데

그렇다고 미래를 무책임하게 산다는게 아니라

오히려 아빠를 갑자기 보내고 나니

뭐든 만약에 준비되어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신랑이 손가락 한마디 다치고(산재14등급)

신랑 남동생 나한테 서방님은 한쪽눈을 심하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갑작스런 불행이 나를 피해가진 않는 단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 오늘을 최선을 산다는데는

사실 미래도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그게 어떤 미래든)


무튼 속상하다

너무도...

하늘에 계신 아빠 보시기에

하늘에서 마음 편하게 쉬실 수 있게

그리 살고 있지 못한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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