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와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다섯식구가 살았던 그 집에서 다 같이 있는 꿈을 꾸었다
꿈 속은 명절 음식 준비 중인 것 같았는데
오랫만에 가족 중 나만 아빠가 돌아가신걸 인지 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나는 일부러 아빠 얼굴을 보려고 따라 다니거나 하는 어색한 행동을 하지 않고 참았다
그랬기에 아빠는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가 잠시 가려져 보이지 않으시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운 마음까지 삼킬 수가 없어서 자꾸만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나는 거실에서 땡초를 가지고 뭔가 음식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눈물을 주륵 주륵 흘리고야 말았다
원래는 우는 소리를 끄윽 끄윽 내는 꿈을 많이 꿨는데
우는 모습이 이상해 보이지 않게 울음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언니가 와서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니 왜 우냐?"하고 물었다
"아.. 고추가 매워서~"
언니는 빵 터졌다는 듯 "지현이 고추가 매워서 운데요 크크~~"
그랬더니 마침 내 쪽으로 다가오시던 아빠가
"고추가 매워서 울어?" 하면서 웃으셨다
아빠가 웃으셨다
웃음소리마져 생생했다
내가 아직 아빠의 웃음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한다는게
꿈 속에서도 감사했다
그러고 잠이 깼는데
항상 아빠 꿈을 꾸고 나면 그렇듯
명치 안쪽이 꽉 막힌 듯하고 불타오르는 듯 뜨거웠다
울음이 와앙하고 쏟아져 나올 것 같은데
결국은 울지는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 꿈을 꾼 후에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에서 미쳐 지우지 못한 아빠 생신을 삭제했다
"이후의 모든 일정을 삭제"를 보며 3초 동안은 잠시 멈췄던 것 같다
'그래 이게 맞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이니까...'
그제서야 알았던 것 같다
아직 내 마음 한 구석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남아있었음을
아직도 이별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 말한다
떠난 사람은 보내줘야 한다고
그래야 그 영혼 역시 자유롭게 떠 날수 있으며
남은 사람도 남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날 수 있는 것이라고
물론 동의하지만 그 말이 냉정하게도 느껴졌다
분명 그렇게 글을 남긴 사람은 적어도 최근에 사랑하는 이를 보낸 경험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추억하는 것도 그리워 하는 것도 보고 싶은 마음도 모두 모두
사실은 보내는 과정이거늘...
마음껏 해야지만 어느 순간 온전히 보낼 수 있게 되는 것 이거늘.....
해가 바뀌어 2023년이 되었다
시간은 전혀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흐른다
몇 달 뒤에는 아빠의 기일이 된다
시간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진다
너무 빨라서
아빠 없이도 흘러버리는 시간이
너무 무심하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하지만 참 인간이란 어리석게도
떠나보낸 이를 그리워 하기 바쁘다
그도 그렇 것이 남아 있는 가족들과는 계속 관계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므로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헐 뜯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너무 금방 잊어버린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 산다고 하지만
한번 씩은 '망각할게 따로 있지'싶을 정도로 참 바보 같다
다만 자꾸 생각하려 애쓰는 것이다
'후회할 짓 하지 말자'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다는 생각으로 살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말자'
아빠의 생신 일정을 "이후 모든 일정을 삭제"하며
또 한번 아빠의 부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당신이 계시지 않은 이 세상에서 걱정할 일 없이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