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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na Sep 15. 2022

추억은 기억은 그리움은 그리 멀리있지 않았다

추억이란건 그리 거창한데서 시작하지않는다

아주 작은 기억에서 부터 시작한다


<개량한복>

아빠의 시그니쳐라고도 볼 수 있는 개량한복

특히나 보라색 계열 개량한복이 기억에 남는다

비슷한 옷을 입은 분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눈이 따라간다


<777 칫솔>

아빠들은 꼭 이렇게 쎈 칫솔을 사용하시는  것 같다

그게 개운하다 여기셨던 듯

아빠가 미쳐 다 쓰지 못한 칫솔은

주방에 설거지용이 됐네...


<물컵>

아빠는 참 깔끔한 분이셨다

나는 항상 식탁위에 물이 담긴 컵이 있었다

그 컵을 하루종일 썼다고 해야하나 ㅎㅎ

아무생각없이 컵에 담겨있던 물을 아이에게 주려는 순간

"먼지 들어갔을텐데..."

그 한 마디에 내 습관이 바뀌었다

단 한번도 먼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나;;;

담아져있던 물 마시지 않기

담겨있던 물이 있으면 헹굼용으로 쓰고 새물 담 마시기

아빠는 그토록 깔끔하셨는데

난 왜 이런가 한번씩 미스테리...


<낚시조끼>

주머니르 많고 편하다고 외출하실때 꼭 입으시던 낚시조끼

공원에서 놀고있는데 낚시조끼입고 계시니

공원에 장사하러 나온 사장님인줄 알고

사람들이 오해하고 말을 자꾸 걸었던

재미있는 추억이 있었던 옷


<방부제>

엄마가 오쿠에 뭔가를 찌시면서

같이 있는줄 모르고 방부제를 같이 넣고 찌신적이 있었다

음식에 문제가 없을까 걱정하셨는데

아빠가 괜찮을 것 같다고

방부제가 뭘 빨아들이는 애지 내보내는 애는 아니니까

하시는데 꽤 그럴듯한 말씀이기도해서

잔잔한 웃음거리였던 기억이 떠오른딘



그 외에도 많지만 오늘은 일상생활 속 물건들에 담긴

기억들을 적어보았다



얼마전 공원 나들이를 갔다가

어디선가 섹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저게 아빠가 부르는 섹소폰 소리였다면...'

눈을 감고 잠시 그 소리가 아빠인 듯  상상해보았다


얼마전 드라마를 보는데

숨을 거두시는 그 순간

"아빠 감사했어요 사랑해요"

말하는 대사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아빠 숨이 붙어 계실때 제대로 된 인사한마디를 못했던 것...

왜 그리도 입이 떨어지지 않던지...


장례식 전후로 언니랑 동생은

울다 웃다 아빠 얘기 실컷했다는데

나는 사정이 있어 그러지도 못했다


그래서 인지 가슴에 한이 맺힌듯이

돌덩이가 하나 꽉 올려진 기분...


명절  다가오니 산소에 벌초하러가고

봉안당에 인사드리러 갔다오는데

나는 또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차례도 이제 올리지않는다...


아빠를 기리고 싶으면

아빠가 보고 싶으면

아빠에게 전할말이 있으면

아빠 얘기 실컷하고 싶으면

도대체 언제 어디서 가서 해야하는건지....


오늘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아빠의 성함옆 "사망"이란 글씨가 박힌 서류를 보며

아빠의 부재를 또 실감해본다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않다는걸 받아들인 것 같다가도

이따금 정말 돌아가셨구나 하는 현타같은게 올때면

견딜수 없는 슬픔이 저 안에서 끓는다

하지만 차마 쏟아내진 못하고

글썽거리는 눈물을 훔쳐낼뿐


제 세상으로 보낸 가족과 이별하는 법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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